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임을... 뭐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어제 오늘 또 느낀다. 화요일까지만 해도 프로젝트 힘들어서 죽네 사네 미치겠네 우울증 걸리겠네 난리난리 치던 내가, 화요일 프로젝트 종료로 본사로 철수하고 첫날이었던 어제부터 한가함과 무료함에 넋을 놓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는, 출근하면서 스벅에 들러 커피 한잔 고이 들고 갔다. 이걸 몇 달만에 해보는 것이냐. 감동감동... 속으로 눈물을 철철 흘리며 좋아라 출근. 물론 본사가 편한 건 아니다. 프로젝트 끝난 지 하루만에 너 노니? 라는 눈치들... 그러나, 내가 회사생활 하루이틀 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시. 난 좀 릴랙스가 필요하다. 너무 지쳤고 너무 힘들었다. 쉴 자격이 있다 이거다.
백만 년만에 칼퇴라는 걸 하고 집에 가니 글쎄... 6시 30분! 이건 뭐 대낮에 집에 들어가니 엄마 아빠가 모두 깜짝 놀라서는... 마치 회사에서 짤리기라도 했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 보신다. 그도 그럴 것이 주로 11시, 아니면 새벽에 들어간 게 조금 전까지니까. 그렇게 들어가서 간단히 저녁 먹고 오랜만에 운동도 하니.. 몸이 나른나른 해지면서 초저녁부터 졸렸다. 긴장도 풀렸고. 그래서 9시 30분부터 그대로 뻗음... 오늘 아침에야 눈이 떠졌다. 아. 좋네.
어제는 그래서 책을 샀다. 흠. 이 아무 연관성 없는 일을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책을 샀다. 이건 알라디너들은 다 이해할거다. 그럼요 그럼요.
*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다 좋아한다. 예전에 이잡듯이 읽었을 당시의 책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래서 하나둘 다시 사모으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 <악령>이다. 사실 잊고 있었는데,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백치>를 사고는, 바빠서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읽은 책들에 계속 도스토예프스키가 거론되는 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면 톨스토이를 별로라 하고 톨스토이를 좋아하면 도스토예프스키를 별로라 한다고 하는데, 자기는 둘다 좋다.. 라고 얘기했다. 흠. 난 어느 쪽이냐 하면 전자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예찬론자. 톨스토이... 좀 지겨워 이런 부류.
카뮈도 얘기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그 <악령>에 대해. 세상의 고전에 대해. 그 중에서도 <악령>은 상위 중의 최상위를 점한다고 말한다. 아. 나랑 같은 생각이라니. 카뮈가! 너무 기뻐서 물리적으로도 팔짝팔짝 뛰고야 말았다. 입에는 미소가 머금어지고. 읽던 대목 두세번 더 읽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작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나보고 이 책 사라는 얘기지..ㅎㅎㅎ 잊지 말라는 얘기지. 그래서 이번에 제일 처음으로 선택해서 장바구니로 콩...
모리 히로시의 책은... 일단 다 사서 보는 걸로. 매우매우매우 스펙터클하다거나 매우매우매우 재밌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좋고 수준도 중 이상인지라. 주말에 뒤적거리려고 구입한다. 아. 물론 이 추리소설들이 별로라는 얘긴 절대 아님... 다만 내가 아주 즐겨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읽어볼 만하다 라고 생각하는 것.
그러고보니 이번엔 스릴러물이 많네. 마음이 허전해서인가. 다 읽고 싶었던 것이긴 했는데.
우연히 북플을 보다가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보고 구입하게 되었다. <스토너>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서.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손꼽는 책 중 하나가 <스토너>라서 영문판까지 읽고 있는 판이니... 솔깃할수밖에 없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성작가 캐럴 실즈의 퓰리처상 수상작. 비극으로 시작된 출생과 환영받지 못한 어린 시절,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사별 그리고 노후와 죽음…… 《스톤 다이어리》는 한 여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전과 거듭되는 좌절, 사소한 승리와 권태로 점철된 약 일백 년에 걸친 ‘데이지 굿윌’의 일대기를 담은 파노라마 소설이다. 1905년 캐나다 매니토바라는 시골에서의 비극적인 출생에서 시작해, 미국 플로리다에서 눈을 감으면서 막을 내리는 이 소설은 약 십 년을 단위로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작가의 유려한 필치를 따라 주인공 데이지의 삶을 관찰하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20세기의 보편적 초상과 마주한다. 또한 주변부에 서 있던 여성의 위치가 사회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20세기라는 신화를 일군 주역들은 실로 얼마나 많은 무명의 인물들인지를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 알라딘 책소개 글 中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것보다는... 그냥 한 여자의 일생을 그려냈다는 것에 꽂힌다. 요즘은... 이런 류의 책에 약해진 것 같다. 사는 게 뭔지 싶어서 말이다.
야구를 워낙 좋아하는 걸... 주변에서 다 알다 보니 이런 책도 추천을 받는다. 허허. 웹툰에서 연재되었다는데 왜 난 모르고 있었던 거지? 이미 끝나서 시즌별로 애장판까지 나오는 판이다... 암튼 사회인야구 얘기라는데, 주저하지 않고 바로...장바구니에 콕. 보고나서 시즌2도 사야지... 집에 눈치보여서 조금씩 사는 걸로..헤헤.
*
일하는 중에 쓰는 거라 중간중간 맥이 끊겨서 쓰고 싶은 말 다 못 썼다...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