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게 지내고 있다. 이것이 의미있는 일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고나니 의미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일을 해야 했고 끝을 내야 했고 그래서 한 거고.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매일 아침 일어나 이 일이 재미있는가 가슴이 뛰는가 물어서 3일 이상 아니라고 대답 나오면 바로 집어치우라는 건. 현실에선 대부분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부럽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걱정이 하늘을 찌르고 그닥 다른 재주가 없는 凡人들은 그저 남이 주는 몇푼의 월급에 목을 매며 매일을 지내게 된다.

 

그게 오늘의 나이다.

 

인정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그게 오늘 현재 시점의 나니까. 난 지금 그냥 의미있는 일을 찾겠다는 열망보다는 이 끝내야 할 일을 주말작업을 해서까지 끝내고 얼른 집앞 카페에 가서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중국어 공부도 하고.. (찔린다) 그러고 싶은 마음 뿐이다. 대개는 그런 거다. 대개는 쉴날을 꿈꾸며 오늘의 일을 한다.

 

이제 일이란 걸 얼른 해야 하는데, 와야 할 사람들이 오지 않고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서둘러 왔더니 눈이 감긴다. 어제 저녁에 知人들과 맛있는 거 먹으며 웃고 떠들고 하느라 늦게까지 밖에 있었더니 오늘 아침엔 때려 죽여도 못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설핏 들었었다. 그래도 직장인은 의무감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꾸역꾸역 샤워를 하고 대충대충 화장을 하고 아침은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히 한 채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려고 내린 강남역은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 지 썰렁했다. 지난 밤의 숙취로 바닥에서 주무시던 분들이 (날이 쌀쌀해지고 있는데 걱정이다 이런 분들..) 슬슬 일어나서 엉망이 된 머리를 쓰다듬으며 퀭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게 보인다. 뭔가 산다는 게 무지하게 가엾어 보이는 아침이었다. 누구나 다 가엾은.

 

읽고 싶은 책이 잔뜩인데, 아직 열어보지도 못하고 있다. 며칠 전 책 구매하고 그 책들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아직이다. 보고 싶은 책을 또 구매해야 하나, 아니면 있는 거나 일단 읽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일단 오늘의 일을 하고 다시 고민해보자. 사람들이 슬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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