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못되었다. 아주 성질머리 드럽고 까칠하고 예민하고 툭하면 째리고 그런다...

 

그래도 잘 포장해서 드러나지 않게 조신스럽고 즐겁게 다니려고 하는데 정말 못 참을 일이 있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들어온 지 넉달이 좀 지났는데, 가장 못 견딜 일은 고객의 갑질이나 일의 무거움이나 그런 게 아니다. 바로 내 옆에 앉은 피엠의 타자'질' 소리이다.

 

이건 거의 자판기를 부수는 수준이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이어폰을 꽂아보지만, 아... 쳐대는 소리는 이어폰을 뚫고 내 귀에 닿아버린다. 째려보지만,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돌아간다. 그 소리가 어느 정도냐 하면 우리가 과제 하느라 들어와 있는 방은 열명 정도가 다닥다닥 들어갈 작은 방인데 그 밖에까지 울려퍼진다. 예전 수동타자기를 내려치던 그 솜씨를 생각하면 된다. 

 

그게 일을 하는 거면 말을 안한다. 주로 하는 일이 이메일작성인데, 그 이메일 하나 작성하는데 몇 줄 쓰는데 시간은 거의 30분은 걸리고 그 내내 쳐댄다. 드르르르륵 탁탁 드르르르륵 탁탁... 탁탁탁탁탁탁... 엔터키가 살아남아 있는 게 가상할 정도이다. 사무실 소음이 50 데시벨 정도면 정상이라고 봤을 때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나에겐 70 데시벨 정도는 계속 들려온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소형 프레스기나 좀 시끄러운 복사기가 옆에서 계속 가동하는 거다.

 

참고, 또 참고, 또 참고... 그러나 뭔가 생각하려고 하면 그 예의 타자 소리가 울려퍼지고 갑자기 정신이 흩어지면서 그 타자 소리에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건 주말에 아무리 수양을 하고 와도 소용이 없다. 정말 피엠이 나보다 연세가 차이가 그리 나지 않았으면 벌써 얘기하고 시정을 요구했을 사안이나... 열살은 나는데 어떻게 그런... 하고 참고, 또 참고, 또 참고.

 

드디어 오늘. 도저히 못 참고 분연히 일어나 다 가지고 회의실에 와서 좌판을 벌였다. 아 조용해. 일할 맛 난다. 나오는데 뒤통수가 따갑긴 했지만 에라 몰라. 나 못된 애야. 나 못되었어. 그래도 타자 소리에 미치는 것보다는 그냥 그걸 택할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