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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나는 일본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특별히 나라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원래 뭐든지 꺼리기 전에 많이 접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영화도 숱하게 보고 책도 제법 본 편이지만(물론 일본 작가나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에 비하면 턱없다는 것을 안다) 결국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만이 더 강해졌을 뿐이다.
그렇게 추리소설을 좋아하면서도,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일본 작가의 추리소설에 대해 괜챦은 리뷰들을 올리고 있음에도 한번도 일본 작가가 지은 추리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냥 아마도 그럴 것이다 라는 선입견이 컸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았을 때, 늘 그렇지만 느낌으로 자주 승부하는 내게 뭔가 이건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다,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다른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 그 수준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 읽은 소감은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노골적으로 차용했고 아울러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들에 대한 경외심어린 별명까지 수시로 등장하는 약간의 치기를 보인다. 또 추리소설을 많이 접한 사람에게는 범인이 어떤 사람이라는 확신까지 부여하는 단점도 있다. (하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그 한 줄에는 흠칫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그리고 인물들의 캐릭터가 아주 잘 그려지는 데다가 추리소설로서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플롯과 추리기법을 구성한다. 결과적으로 좋았다라고 느낀 건 이런 것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고전적인 수법이면서도 하나씩 하나씩 죽어갈 때 왠지 스며들던 오싹함 또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든 고정관념을 가진다는 게 이렇듯 무서운 일이다. 내가 계속 일본 작가들을 거부했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그냥 스쳐갈 뻔 했지 뭔가. 앞으로 이 작가 뿐 아니라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