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날이 일요일이라는 것은,

12월의 첫날이 월요일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왠지 꽉찬 느낌이랄까.

 

혼자서 집에서 도닥거리고 있으려니 괜한 상념들이 마음에 들어찬다. 가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철학적이라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꽤나 사색적이 되곤 해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정리할 게 뭐 그리 많누.. 라고 하면 뭐... 사는 게 워낙 정신없고 대책 없고 임기응변적인지라 가끔씩 이렇게 '청소'라는 걸 안 해주면 힘들다.. 라고까지 말해두자.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스마트폰의 클리너 앱과 같은 게 내 머릿속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생각날 때 꾸욱 눌러주면 쓸데없는 것들이 싸악 사라지고 청정지대가 도래했으면 좋겠다고.

 

하긴, 그게 안되니 사람인가.

 

오늘은 최근에 못 샀던 추리소설들을 샀다. 요즘엔 도대체가 읽을 만한 게 없어 투덜거리고 있던 차 (사실 넌 넘 읽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도 한다 ㅜ) 일본 사회파소설 거장들의 책이 줄줄이 나와있길래 오늘 바로 구매에 들어갔다.

 

 

 

 

 

 

 

 

 

 

 

 

 

 

 

 

 

마츠모토 세이초야... 다 읽어버려야겠어! 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다. 대체로 작품수가 많으면 어느 한켠 시시해지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읽을수록 좋다.

 

 

 

 

 

 

 

 

 

 

 

 

 

 

 

요코미조 세이지도 마찬가지. 이 사람의 이 검정색 표지 책들은 하나도 중고로 내다 팔지 않고 얌전히 책장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이번 작품은 10년만에 다시 내었던 책으로, 추리 부분은 좀 약해졌지만 (긴다이치 코스케가 사건해결도 못한다네?) 갈등구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어느날,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책을 펼쳐들고 음악과 함께 (온갖 고상을 다 떨어대며) 읽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는 동료가 요코미조 세이지의 소설을 들고 심취해 읽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반가와서 물어봤더니 알라딘 중고 서점 갔다가 발견하고 사서 읽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좋은 거 추천해달란다. 바로, 그 즉시 뒤져서 주루룩 리스트를 안겨 주었다. 비슷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십년만에 친구를 만난 기쁨보다 더하더라..

 

 

 

요 책도 같이 샀다. IoT니 하는 것들이 요즘 급부상하고 있고 - 사실 요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였다. 지금 기술들이 마구 터져 나와서 그렇지 - 이것이 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이라는 것은 예측되고 있는 바. 제레미 리프킨의 이 책은 그런 내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넘 두꺼워서 어느 세월에 들고 읽을 지 모르겠지만서도.

 

12월에는 사두었던 좀 생각해볼 만한 책들을 읽는 시간으로 삼아볼까 한다. 넘 머리를 안 썼더니 머리가 굳다 못해 이젠 거의 석기시대 유물같은 느낌이 되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게 윤택하더라도 천박한 일상이 이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 조카를 위해서 이 책도 샀음을 덧붙이며..ㅎ 

 

사실 이런 책 사면서도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제 초딩 4학년이라 아무리 어리다 어리다 해도 몇 년 뒤에는 이런 만화책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 그럼 난 무슨 책을 사줘야 하나..

 

그래서 내가 사둔 책들 중에서 조카가 중학교 때 읽을 만한 책들을 앞에다 두도록 책장정리를 할까 싶다. 지금은 내 관심사 위주인데.. 조금 분류를 할 필요가 있겠다 는 생각이다.

 

내가 중학교 때 어떤 책을 읽었더라..를 생각해보니 사실 어른들이 읽는 책들 중에 못 읽을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의 헤르만 헤세의 책들도 읽었고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같은 철학책들도 읽었었고 A.J.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류의 책들도 읽었었다. 추리소설도 아가사 크리스티니 코난 도일 이런 류는 1,2 학년 때 다 읽었던 것 같고...

 

그 당시만 해도 책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전집을 사서 읽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래서 한국문학전집 (김동리, 김동인...)이나 세계문학전집 (우리가 아는 많은 작가들... 까뮈, 프루스트...)을 탐독했었고 가끔 엄마가 사오는 프랑스 소설들도 즐겨 읽었었다...

 

아마 우리 조카도 책을 좋아한다면 이런 책들을 전부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요즘은 책이 끝도 없이 출판되고 있으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내가 데리고 나가서 같이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자라고 성장하여 나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고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사람이라는 존재를 키우는 어른들의 기쁨이자 보람이겠지. 우리 조카는 남자애라, 어쩌면 게임에 더 빠질 지도 모르지만, 내가 잘 데리고 다니면서, 내 책장에 책들을 선보이면서 책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커갈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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