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라는 책을 접하면서 콜린 덱스터라는 추리소설 작가를 알게 되었다. 사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다. 모스 경감이라는 독특한 탐정의 창조가 특히 인상적이었고 정교한 구성을 이리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서둘러 이 작가의 소설들을 찾아보았고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이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이다.

추리소설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그 유명한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는 소설과 거의 비슷한 구성이라고 느낄 것이다.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는 책이 아주 먼 옛날의 역사적 사실들을 상상력과 자료를 토대로 멋지게 재구성한 것이라면 이 책 '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책은 120년전 쯤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쓴 책 한 권을 탐정이 우연히 접하면서 그 모순들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잘된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간의 방탕한(!) 생활로 위질환을 앓게 된 모스 경감은 옆 병상의 죽은 대령이 실화를 내용으로 지었다는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라는 책을 미망인으로부터 우연히 건네받게 되고 짦은 4장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과연 '누가 범인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루이스 경감과 미모의 사서 등을 동원하여 자료를 모으고 추리를 하게 되는데...이 책의 묘미는 소설 내에 또 하나의 소설(액자소설이라고도 한다)이 담겨져 있다는 것과 모스 경감의 흥미만점의 병상생활, 그리고 소설 한 권으로 여러가지 추리를 하는 과정이 잘 버무러져 어느 한 대목도 소홀히 넘어갈 수 없다는 데에 있겠다.

살인이라는 것만큼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 있을까. 과거나 현재나 그리고 어쩌면 미래까지도 사람의 욕망과 그것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방법으로 시도하려는 계획(예를 들어 살인), 그리고 그것을 남들이 눈치채지 않게 은밀히 저지르고자 하는 노력들은 결코 멈추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리라. 결국 120년 전에 일어나서 이젠 그 범인을 체포할 수도 없고 단죄할 수도 없는 사건 하나를 통해 짚어지는 모순들을 발견하고 그 상황을 상상력과 논리를 통해 다시 만들어보는 과정은, 사람의 본성에 대한 문제를 또 한번 확인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스 경감의 머릿 속에서 벌어졌던 그 당시의 실제 상황들이 자료와 작은 실마리들로 하나씩 입증되는 흐름을 보는 것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다. 또한 50대 중반의 뛰어난 지력의 소유자지만 술을 좋아하고 이쁜 여자에게 끌리고 급하게 성질 부리고는 곧 후회하기도 하는 헛점 투성이의 탐정을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해문 출판사에서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를 계속 내고 있는데 하루 빨리 완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많이 가지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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