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추리/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니 시중에 나온 왠만한 추리/스릴러 소설은 다 읽는 편이다. 그래서 이젠 그 내용이 그 내용 같고 서두와 등장인물만 봐도 그 전개가 연상이 되어 좀 시시해졌다고나 할까.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지 않으면, 그렇게 유려한 문체의 추리/스릴러 소설은 별로 없기 때문에 흥미가 당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발견한 좋은 책. 

 

아카이 미히로의 <저물어가는 여름>.

 

저자 자신이 기자이고 무려 48살이라는 늦깍이 나이에 낸 이 책이 에도가와 란포상을 탔다는 것 자체가 놀라왔다. 피니스아프리카에가 내는 책들에 흥미도 가지고 있던 차, 도착하자마자 일단 펼쳐보았다.

 

실망시키지 않는 책이다. 아니, 매우 잘 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사건이 있는 건 아니다. 20년 전 유괴사건의 범인 딸이 도자이신문사에 입사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재조사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 그냥 20년 전의 일들을 다시 되짚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해서 다시 재조합된 사건의 전말은.... 기실, 범인이 누구다...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사람들.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심리상태. 당시의 입장들. 밝혀지지 않고 가려졌던 진실들... 이런 것들이 참 담담하게 서술되는 게 마음에 든다.

 

마치 르뽀 소설같은 느낌. 정말 일어난 사건을 좇아가는 듯한 지나치지 않은 긴장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피해자였던 그 슬픈 사실. 정말 사소한 일이, 벌어지고 벌어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고 말았다는 쓸쓸함. 마지막에 가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이었는 지 대략적으로 예측은 되었지만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가엾어서 어쩌나 라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추리/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소설은 꼭 그런 류가 아니므로 읽어도 좋다. 제목만큼이나 마음에 남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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