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리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46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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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은 항상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번 '위철리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위철리가의 딸인 휘비양이 실종된다. 우리의 멋진(!) 루 아처 사립탐정에게 그 아버지가 의뢰를 해온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비밀리에 찾아달라고. 단순히 20대 초반 아가씨의 난데없는 투정일 수도 있는 실종사건이었지만 파헤쳐나갈 수록 그 집안의 비밀들이 속속 드러나고 이 사건이 매우 중대한 사건임이 나타난다. 루 아처는 그 특유의 친화력과 추리력으로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실마리들을 풀어가고 그 속에 있는 비참한 음모와 인간 군상들의 추악함을 몸소 느껴나가야 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다 전해지리만치.

주로 돈과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본질과 미묘한 감정의 곡선들, 그 속에서 우연챦게 벌어지는 해프닝들에 대해 남다른 시각을 가진 로스 맥도널드는, 이러한 소설을 통해 미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사람들이 돈을 앞에 두고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가, 그리고 사회적 외로움과 개인간에 빚어지는 마찰들이 얼마나 그릇된 방향으로 내몰아질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제 3자적인 입장에서 구술한다. 여기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루 아처라는 탐정이다. 그는 아주 특별하지도 아주 평범하지도 않은 유능한 탐정 중의 하나이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서 나오는 의문에 차례대로 응답해가면서 사람과 직접 만나고 얻어맞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굉장히 현실적인 인간상이다. 때론 비애도 느끼고 때론 동정심도 느끼지만 어떤 한도를 벗어나지 않고 그럼에도 인간적인 애정을 잃어버리지 않는 매력적인 탐정 덕에 끔찍한 배경을 가진 사건조차도 참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로스 맥도널드를 좋아하거나 혹은 처음으로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유명한 '소름'보다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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