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들의 미사
로렌스 블록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물만두님이 가장 좋아하는 탐정이 나온다고 해서 골라본 책이었다. 사실 책 제목이 좀 섬뜩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에 집어들었다. 고려원에서 십년도 전에 나왔고 한번도 개정이 안되었다는 것도 그 망설임의 이유이긴 했지만(^^;)

보면서 어떤 영화가 계속 생각났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였는데(이 제목을 말하면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스포일러의 누명을 쓸 듯 하여 일단 건너뛴다) 보면서도 계속 속이 메슥거렸었다. 역시 이 책을 보면서도 그런 기분이었다. 십년도 더 전의 책인데 그 당시에 이랬단 말인가.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싶다. 미성년에 대한 강간(?), 변태, 살인, 혼음, 마약 등등등.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게 미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이란 말인가. 정말인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쩝. 정말 이럴까? 믿고 싶지 않지만 이 책에 상까지 준 걸 보면(에드가 앨런 포우상이라나) 현실을 잘 묘사한 책인 모양이다.

주인공 탐정 '매튜 스커더'는...우리가 흔히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냥 우리 근처에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지만 그 마음이나 그 성향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회색 뇌세포만으로 사건을 추리하기 보다는 몸으로 뛰고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사건을 파헤쳐나가고 자신의 느낌에 충실한 탐정. 게다가 알콜 중독 환자에 무면허인 남자.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은 매우 놀라운 것임에도 놀랍지 않은 것일 수 있었다.

가끔 이런 추하고 더러운 면들은 모르고 살면 안될까 싶기도 하다. 그냥 남의 나라일인 듯 모른 채 나만의 꿈을 꾸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하지만 우리가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배우고 하는 것은 아마도 세상을 바로 알아가자는 차원에서 하는 일이겠지.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몰라도 되는 일을 우연히 알게 된 사람모양 그저 힘겹고 역겹고(!)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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