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쁘다. 나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바쁜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일은 점점 불어나는 것일까. 노동의 양은 증가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수록 해야 할 일보따리의 부피가 원래 커지는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요즘은 좀 지치기도 한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좀 여유로운 중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절대 그렇지 않은 듯. 암튼 11월과 12월에 여전히 바쁠 예정으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답답하다. 어쩌지.
2. 게다가 11월에는 약속이 넘친다. 이상하게 바쁘면 약속이 많이 생긴다. 피치 못할 약속들도 있지만, 어쩌다가 하는 약속들도 몰려서 잡힌다. 요즘엔 공연도 많이 보러 가게 되는데 (바쁘다면서!) 저녁에 공연까지 보고 들어가는 주중은 정말 피곤하다. 하지만 뭐랄까. 뜻없이 바쁜 와중에 이런 문화생활이라도 안하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몸을 혹사시켜가면서 열심히 좇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
민음사에서 이 책이 나왔길래 냉큼 담아두었다. 다음 주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러 갈 예정인지라 미리 보고 싶었는데.. 그건 불가능할 것 같고.. 펭귄클래식 걸 살까 하고 계속 망설이고 있다가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보고 이걸 사야겠다 결심했다. (결심까지 할 거야 있냐만ㅜ) 레미제라블을 그저 동화수준으로 보는 건 작품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다. 제대로 번역된 완역본을 이번 겨울에 꼭 볼 생각이다. 물론 뮤지컬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다. 내가 좋아하는 정성화가 장발장으로 나오고... 이런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의 느낌은 어떨 지 기대해마지 않고 있다.
3. 회사에서는 '브런치'양이 여전히 내 심경을 건드리고 있다. 사람이 싫으면 에너지가 배는 더 써지는 것 같아서 안 쳐다보고 안 들으려고 하는데도 앞에서 알짱알짱 대면서 날 자꾸 자극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번에 계속 브런치양을 이뻐한다고 생각해왔던 상사가, 내게 솔직한 심정을 (물론 브런치양의 업무태도에 대한 생각. 부정적 생각) 얘기하길래 오호.. 느끼는 바는 다 똑같군 하는 생각에 좀 위안이 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상.당.히.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상임을 계속 확인시켜주고 있다. '브런치' 뿐 아니라 '공주'이기까지 해서 다 시켜먹고 뭐 하나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고 시키는 것만 하는 데도 그걸 과시하려고 막 나대는 게 눈에 가시다.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런 일에 건건히 신경쓴다는 자체가 챙피스러운 일이지만, 어쨌거나 수양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하고서라도 난 정말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다. 비극. 이 얘긴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매일매일이 아주 우스운 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지. 어쨌거나 얼른 프로젝트가 끝나서 헤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 주변에 자꾸 아픈 사람이 생기는 것도 스트레스 중의 하나이다. 이젠 부모님이 아니라 본인들이 아프니까... 남의 일 같지 않고. 아직은 젊은데, 아픈 그 사람이 안스럽고 하는 마음이다. 물론 나도 건강한 축엔 못 끼고 아니 오히려 종합병원에 가까운 상태인지라 늘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이런 일들이 나를 더 피곤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요즘 건강 생각한다고 선식 하고 먹는 걸 극도로 조심하고 내가 정말이지 절대 끊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맥심 커피도 끊고 살고 있는 나로선 말이다. 암튼 사람이 부와 명예와 어쩌구저쩌구 다 가지고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한순간에 모든 게 날아가버린다는 것을 요즘엔 더더욱 절감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을 괜히 미워하지 말아야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출근을 했다가도 브런치양을 보면 다시금 나쁜 기운이 온 몸에 스멀스멀. 역시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그녀와 나는 떨어져야 해.
5. 흠.. 근황을 더 적고 싶은데.. 더이상은 없네. 철푸덕. 다음주부터 문화생활이라는 걸 하게 되면 좀 말할 것들이 생길라나. 회사-집을 오가는 이 반복적이면서도 강도높은 생활이 나로 하여금 근황이랄 만한 거리도 제공해주지 못하다니. 참. 이 깊어가는 가을에 서러움만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