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고는 하지만,
흔한 노랫말에 얽매여 왠지 모르게 이 날만 되면 싱숭생숭 심란극치 뭐 그런 심정이 되곤 한다.
삼십년은 족히 지난 이용아저씨의 그 노래는, 왜 오랜 세월 지나도 들을 때마다 마음을 후벼파는 지 모를 일이다. 10월의 마지막날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일까. 아니면 갑자기 스산해진 날씨 때문일까. 아예 겨울이 되어버리지 못한 저무는 가을의 언저리에서, 사람들은 왠지 다 비슷한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예 젊거나 아예 늙거나 그렇다면 느껴지지 않을 감상들. 감정의 편린들. 젊지도 늙지도 않았기에 겉은 늙어가나 속은 여전히 젊음에 기대고 싶어지는 연령대가 느끼는 심정과 비슷한 걸까. 더위는 가시고, 그렇다고 마구마구 추워서 털옷을 둥둥 감고 다닐 정도는 되지 않는 이 어중간한 계절이 사람들을 흔들어대는 이유일까.
암튼, 오늘은 온종일 일을 하는둥 마는둥, 빈둥빈둥, 느릿느릿 그렇게 지냈다. 퇴근길에 야구 보면서 아 이 야구 보는 것도 올해 많아 봐야 사흘이구나 싶어서 섭섭했고. 지지리도 터지지 않는 SK 타선에 속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그냥 SK를 응원해서가 아니라, 답답하더라는 거지. 무사에 주자가 그리 매번 나가는데, 도대체..ㅜ 9회말엔 정말 내가 감독이라도 쓰러질 노릇이더군.
역시나 이렇게 마음의 갈피를 못 잡을 때는 독서가 최고인 게지..하면서 할 일들 (정말 데드라인이 코 앞인 그 일들..어쩌냐. 철푸덕) 저 멀리 던져두고 책을 쥐고 꾸벅꾸벅이다. 오늘도 며칠전 주문했던 책박스가 관리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걸 보면서... 아 다 읽어내지도 못할 책들, 이제 그만 사야 할텐데..하며 영차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풀어놓고 보면 또 사고 싶고 적어보이고 그러는 건... 뭘까. 쯔쯔.
노벨문학상 탔다고 해서가 아니라, 모옌의 책들은 읽고 싶었었다. 상도 탔으니 이 기회에 한번 사주지..하면서 두권만 샀다. 하나는 최신작, 하나는 약간 예전 것. 느낌에 위화의 <허삼관매혈기> 같은 풍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 어쨌거나 기대가 좀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어쩌면 그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소설거리가 무궁무진일 거라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은, 일드로 일단 한번 본 내용이다. 보면서... 그 처연함에... 가슴을 짓눌렀었다. 그 기억 덕분에 이 책을 새로 구입하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는. 가끔 일본 소설 중에 이런 류의 작품들이 있다. 사람의 본성을 사정없이 건드리는 작품. 근데 정말 너무 사정없이 건드려서 읽고나면 몸이 아플 지경인 작품. 아마 이 책도 그런 류가 아닐까 싶다.
또 뭐샀지. 아 <자연을 담은 도시락> 이란 책도 샀다.
사고나니 다 아는 내용 아닌가 싶은 마음도 약간 들긴 하지만... 요즘 이런 류의 음식에 관심이 커져서... 한번 사봤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는... 계란 후라이와 라면 뿐이다.. (이것도 요리냐ㅠ) 근데 요즘 부쩍 요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서 이런 류의 책들을 보관함에 차곡차곡 모아 두다가 이 책을 덜컥 사버렸다. 이걸 보고 간단한 건 한번 만들어볼까나... ㅎㅎㅎㅎ (울엄마曰, 네가 참 잘도 하겠다...ㅜ)
더 있는데.. 졸리네. 요즘은 날이 추워서인지, 마음까지 얼어서인지, 계속 피곤하기만 하다.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야지... 내일 야구는 SK가 이겼으면 좋겠다. 왜냐. 그래야 한번 더 하지..으흐흐.
(이게 잠하고 뭔 상관이라고 꼭 사족을 붙인다, 야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