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 - 톨텍 인디언이 들려주는 지혜의 목소리
돈 미구엘 루이스 지음, 이진 옮김 / 더북컴퍼니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알라딘에서 어느 분의 리뷰를 보고 샀던 것 같다, 이 책은. 우선 리뷰도 좋았지만 책의 제목이 맘에 들어서 덜컥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살 수 있었다.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톨텍 인디언이라는 잘 알지 못했던 마치 미지의 세계에 사는 듯한 사람이 지은 책이라는 점도 흥미로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애시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에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그냥 깨달음 정도의 글일 것이라 예상하고 펼쳐들었는데 이건 명상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류의 얘기와 비슷했다. 우리 회사에 이런 분야에 관심많은 사람이 있는데 내게 늘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던 얘기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에 적이 놀랐다. 그리고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나갈 수록 어쩐지 읽혀지는 맛이 있었다. 미사여구를 썼다거나 재미있는 예를 들어 술술 읽히기 보다는 그저 도덕책같은 글들, 자신의 느낌들을 나열한 글들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데도 문득 책을 손으로 끌어당겨 눈 앞에 두고 읽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사실 다 이해했다고는 못하겠다. 어쩐지 굉장히 낯선 이야기들도 있었고 과연 이럴까 하는 말들도 많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 내가 그 세계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못 가져서여서도 있고 원래 모든 사상들을 조금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뜨악하게 바라보는 나의 기본적인 태도를 못 벗어나서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 책은 처음의 무료함을 넘어서는 어떤 '신비함'이 있다.

지은이는 톨텍 인디언의 정신을 물려받은 사람으로 부와 명예를 좇아 의사의 길을 택했다가 우연한 사고와 깨달음의 기회를 접하여 주술사(지혜를 잇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더 좋아보인다)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책의 제일 첫 장을 펼쳐들면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 우리는 진리 속에 태어났지만 거짓을 믿으며 자랐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거짓은 우리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다. .... 우리가 지식을 흡수하기 전까지 우리는 완전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태어나 불과 몇 년만에 배우게 되는 많은 것들로 인해 우리는 지혜로부터 차단당하고 지식의 거짓말에 현혹되어 늘 불행하고 진리를 접하지 못한 채 일생을 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이며 다 자신의 삶 속에서 주연을 맡은 존재들이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관점을 가진 이야기꾼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우리가 믿는 것을 옹호할 필요가 없다. 대신 우리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임을 기억해야 한다...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야기에서 주연이고 우리는 다만 조연일 뿐이기에 그들을 바꾸려할 필요도 부딪힐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랑으로 육체와 더불어 사는 이 삶을 즐기라고 말한다. 그 사랑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은 무언가.

그것은 감정이 느끼는 대로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 만족할 만한 상태를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하고 알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려 할 때 오히려 왜곡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 그냥 마음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거기에 순종하면 다 잘 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행복이 있음을 지은이는 계속해서 강조한다. 이것은 어느 종교에서나 어느 선지자들의 말씀에서나 다 같은 내용으로 담겨져 있는 것이고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인간의 생명은 불멸이며 육체는 땅에 묻혀도 그 생명의 힘은 영원하다. 그만큼 우리는 강력하고 힘있는 존재인 것이다. 알지 못하던 것을 알 때 충격은 있겠지만 빛을 모르다가 빛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리라 예상되는 그런 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나면 편안해진다. 그리고 그곳이 천국이다...천국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시간을 즐기고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다. 물론 이해 못하는 부분은 그냥 그런 채로 두었다. 책의 내용대로 어쩌면 내가 열려있는 상태여야 내용이 완벽하게 이해될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요즘 명상과 관련한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런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있다는 자체가 어쩌면 인간이 이제는 이런 거짓에서 벗어나서 진리의 순간에 한발짝 다가가야 할 시기가 왔는 것일 수도 있다. 책 내용을 다 믿지 않는다 해도 어쨌거나 지은이의 결론은 다른 선각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나를 나대로 즐기고 믿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사랑하고 그래서 얻어지는 마음의 평화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책 한권으로 모든 것을 얻었다 할 수는 없으나 나의 생각의 흐름과 구조,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나의 편견과 어지러운 생각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아주 쉬운 책 같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명상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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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12-0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 인디언의 영혼 >을 읽고 있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을것 같네요.

비연 2004-12-0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크냄새님이 올려주신 '밑줄긋기'를 보면서 저도 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이 책도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저도 '인디언의 영혼' 한번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