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조은 지음, 최민식 사진 / 샘터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이 주는 질감은 그림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 그림이나 사진이나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사진은 보다 사실적이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들곤 한다. 가끔씩 보이는 최민식 작가님의 사진들도 그러했다. 흑백이라는 색조 속에 묻어나는 삶의 질곡, 인생의 회한, 고단함, 하지만 잃지 않으려 하는 따스함, 부드러움, 그래도 인생은 살아갈 만 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스쳐가지만 보고 나면 한동안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강렬함까지.

가난한 아이와 장애를 가진 남자와 몸 속에 깊은 골이 파고든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좋다..이 느낌은 가지기 힘들다. 최민식이라는 작가. 인생이 뭔지 아는 분이시구나. 그의 그 따뜻한 시선이 나에게까지 전달되어 가슴 속에 훈훈함을 더하는구나..싶다가도 무엇인가 마음 한 켠 짓눌러지는 것이 느껴져 막막해진다. 뭘까, 그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 제목이 있지만, 사진들은 내게 결코 존재한다는 것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때론 버거우리만치 무겁고 때론 모르고 지냈으면 싶으리만치 아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사진집을 보는 내내 사실 괴로왔다. 그건 그들의 인생이 힘들여보여서가 아니라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회한과 허망함이 뼛속까지 파고 들어와서였다...

그럼에도 이 사진집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면....그건 사람이 살면서 감정 저변에 깔아두고 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무겁고 아무리 막막하고 아무리 서러워도 인간이라면 삶에 대해서 느껴봐야 할 깊은 속내를, 이 사진집은 큰 소리 내지 않고 알려주어서 더 뼛속까지 스미니까. 그래서...말해주고 싶다. 한번 진지하게 보라고.

시인의 덧글이 간혹 어색하게 느껴지곤 한다. 어쩌면 나의 느낌과 간혹 어긋나 지는 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또...제목 하나에 여러 사진을 나열하고 그것으로 스토리를 엮으려고 하는 작위성이 가미되어서인지도 모른다. 여백의 미가 좀 더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모든 사진에 다 글을 받치지 않아도 빈 자리만으로 우리에게 글과 글 사이를 채울 수 있는 여유를 줬더라면...하지만 시인이 사진에 대해 가지는 깊은 감수성까지 외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차피 글은, 자신의 생각이고 느낌이며 거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 느끼는 것은...글이라는 게 사람의 사고를 많이도 한정짓는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사진을 보는 중에, 말로 표현할 수도 글로 나타낼 수도 없으나 나의 마음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그 숱한 느낌의 파편들을 떠올려보면... 입밖으로 내지도 손끝으로 쓰지도 못하는 어떤 무한함이 느껴진다.

그래서...사진이 좋다. 무엇보다 약한 사람들에게(스러져가는 육체를 가진 인간은 모두 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노작가의 사진이 더욱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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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11-1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신 분들 대다수가 전반적으로 만족하시면서도 사진을 가두어버린 글에 대하여는 실망하신 모양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삶은 가끔 여백만으로도 충분한 여운을 가진다는 사실을 시인이 좀더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잘 쓰셨네요.

비연 2005-04-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다들 비슷한 느낌이었나봐요..
시인을 폄하하기 보다는..어쩔 수 없는 언어의 한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