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니까 이건 근황이 되겠지. 오늘은 금요일. 난 퇴근시간에 딱 맞춰 허겁지겁 나와 버스를 탔지만.. 역시나 만원버스. 용인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한시간 넘게 서서 와야 했다. 높은 굽의 구두에 갇혀 있는 발가락을 옴지락꼼지락 해보며 버텼지만, 점점 머리가 아파오고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정말 겨우겨우 강남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게 보이고.. 용인의 한적한 곳에 있다가 강남역의 인산인해를 보면 요즘은 정말 적응이 안된다고 실토.

 

어쨌거나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 아. 10분, 20분, 30분... 택시도 안 잡히는 금요일 저녁. 30분 쯤인가 후에 온 버스. 당연히 사람은 많고. 버스 기사아저씨는 "오늘 왜 이렇게 손님이 많은 거야?" 라고 대놓고 투덜대었다. 나는 속으로 '아니 아저씨. 비 오죠. 금요일이죠. 게다가 버스 배차시간 이리 널찍널찍하시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라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낼 순 없는 일. 버스는 막힌 강남대로를 뚫고 기어가기 시작했고. 20분도 안 걸릴 거리를 거의 40분 넘게 걸려 도착. 내리는 데 정말 어질어질 미슥미슥. 집에 들어와 "말걸지맛!" 이라며 괜히 엄마한테 신경질 내고 바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 장딴지야.

 

이제야 일어나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알라딘 서재 앞에 앉아 있으니... 엄마한테 화낸 게 좀 후회된다. 흠... 언제나 철이 들라나. 엄마가 동네북도 아니고. 반성반성. 대반성 중.

 

2. 오늘도 여전히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얄미운 말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 '브런치'양 덕분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계속 말수를 줄이고 있었는데, 무료한(?) 금요일 오후, 커피 한잔 마시자는 모두의 제의를 뿌리칠 수 없어 내려갔더니만.. 역시나 날 실망시키지 않고 뒤통수를 퍽! 치시는 '브런치'양. 우리 '브런치'양은 왜 '브런치'양이냐. 예전에 회사 사람들끼리 앉아서 얘길 하는데, 아이 얘기가 나왔다. 내가 열심히 아이 얘기에 대해서 응대해주니... '브런치'양이 큰 소리로 "어머..비연님, 넘 아줌마 같아요.. 아이 얘기 자꾸 하지 마세요.." 그러는 것. 좀 무안해져서 그랬다. "그런 얘기 안 해도 아줌마 나이거든요. 그럼 '브런치'양은 친구들 만나면 뭔 얘기해요?".. (그녀도 나도 좀 묵은 싱글들..ㅜㅜ)

 

'브런치'양 왈, "어머 .. 우리는 그런 얘기 안해요. 토요일날 '브런치' 먹으러 모여서 여행과 음악과 공연 얘길 하죠."... 어이가 없어서 내가 한마디. "그러니까 '아점' 먹는다는 얘기네요. 저도 매주 '아점' 먹어요. 집에서. '브런치'가 '아점' 아니에요?" ... 그 이후 그녀는 '브런치'양이 되었다, 내겐. 꽤나 고상한 분위기인 듯 하더니만 웃긴 건 취미가 부동산 사이트 보기다. 대놓고 얘기하는데 같은 사람인가 의심했을 정도. 부동산 사이트 보고 시세 보는 게 그리 재밌다고. 자기는 공인중개사 찾아가서 집 보러 다니는 게 취미란다... 암튼, 꼭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고상하다고 생각한다. '브런치'가 과연 고상의 대명사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3. 휴가계획을 짜고 있다. 일탈을 꿈꾸어서 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외할머니는 6년 전에 돌아가셨다) 상실감이 좀 크신 것 같아서 기분전환도 시켜드릴 겸 해서, 8월에 휴가를 내어 여행을 갈 계획이다. 대충 갈 곳은 정해졌고 준비 중이라 그나마 들떠 있다, 요 며칠. 짧은 기간이라 멀리는 못 가도 엄마랑 오랜만에 단 둘이 여행 가서 (아빠는 자주 갔던 곳이라고 둘이 다녀오란다. 자유롭게 지내다 오라고. 멋진 아빠) 돌아다니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 기대가 된다.

 

4. 아. 벌써 2시가 다 되어가네. 자야지. 낼도 바쁜 하루인데. 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