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 생신이 곧인지라 식구들끼리 오늘 점심을 함께 했다. 부페집을 갔는데..먹성은 좋으나 배는 작은 우리 식구들은 그 돈 값어치만큼을 못 먹은 것에 원통해하면서 집을 나서야 했다. 부페라는 것이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돈으로, 최대한 많이 먹어야 남는 것이다 라는 이상한 보상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음식 종류인지라... 암튼, 오랜만에 회초밥이며 스테이크며 게다리며 (이걸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먹고 왔더니 저녁까지 그득했다. 뭐. 먹는 게 중요하겠는가. 식구들끼리 함께 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

2. 근간에 많이 우울했었는데.. 이유는 갖다붙이면 가지가지다. (1) 여자들이 봄을 타는 것에 나도 같이 휘말려서 (2) 새벽같이 일어나서 나가는 것이 힘들어서 (3) 일이 재미없어서 등등등. 한 가지 이유만으로 우울해지는 경우는 그닥 없는 것 같다. 그저 여러가지 일들이 켜켜이 겹쳐서 어느 순간 빵~ 터지는 것인 듯 하고. 몇 주 그러고 있자니 영 그랬었는데 그제부터 좀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몇 가지 계기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나아졌으니 다행이다. 따라서 이게 병은 아니라는 거라는 안심? 이번엔 좀 많이 가라앉아서 이거 병 아냐? 라고 내심 걱정했었다.

 

3. 책은 읽어대고 있고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사대고 있다. 쩝. 오늘 읽은 것은 루스 렌들의 <활자 잔혹극> 이다.


 

아. 특이한 '소설'이다. 난 사실 이게 실화인 줄 알았다.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마냥 실화를 재구성한 건 줄 알았는데 막상 펼쳐보니 소설 이었다. 대략 난감. 그래도 펼쳤으니 읽어봐야지. 다들 좋았다고 하니..하면서 읽는데, 오. 꽤 재미난 소설이다.

그러니까 문맹자가 한 명 있고 글을 못 읽고 쓸 줄 모른다는 자격지심이 이 사람의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래서 결국 가정부로 들어갔던 집의 가족들을 총으로 쏴 죽인다라는 내용이 큰 골격. 그 가정은 지적이기도 하지만 지적인 허영도 함께 있는지라, 이 문맹자 여자의 피해의식을 묘하게 자꾸 건드리게 되고 숨기고 숨기다가 결국 드러난 자신의 비밀이 수치스러웠던 찰나, 동네의 광신교도인 여자와 어떻게 하다가 엽총을 들이밀게 된 것. 

글이라는 것을 좋아하고 책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기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약간의 과시욕이랄까 허영이랄까 이런 것들은 늘 경계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런 것도 그런 것이지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의 생활을 규정하게 되는가가 더 주안점인 것 같다. 말하자면, 단순히 글을 읽는다 못 읽는다 라는 것을 떠나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작은 어쩌면 사소한, 그리고 교정이 가능한 결함이 불안이 되고 거짓이 되고 그래서 그 상태를 유지하고자 위협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소라껍질마냥 자신을 단단히 가두어두게 되면서 인격파탄의 상태까지 간다는 것은 극단적인 예일 수는 있으나 가능은 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스 렌들의 소설 중에 번역된 것으로는 <내 눈에 비친 악마>가 있었다. 난 읽지는 않았는데, 으. 해문출판사의 표지는 좀 섬찟하다. 해골바가지가 저렇게 첩첩이 쌓여 있다니. 어쨌거나 이 표지만 아니면 한번 읽어볼까 싶었는데 말이다. 저 표지를  보면서 계속 침대 위에서 책을 볼 마음은 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일단 보류. 쩝쩝.

 

 

 

 

 

 

 

 

기실 요즘은 추리/범죄소설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너무 읽다 보니 더 우울해지나 싶어서 그렇기도 했고 읽을 거리가 많아서 신경을 돌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미미여사의 에도소설인 <흑백>이 나온 것을 발견했을 때는 참을 수가 없어서 일단 구매부터 하고 보았다. 물론 이 에도소설을 무지하게 좋아라하는 후배에게도 한 권 선물했고. 에도소설은 표지도 예쁘고 크기도 적당하고 질감도 좋아서 쭈욱 쌓아두면 뿌듯함도 안겨주곤 한다. 이 책을 언제 읽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잘 꽂아두고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흐흐.


요즘 미미여사의 <화차>가 영화로 상영되면서 이 소설도 재조명되고 있는 것 같은데. 영화 <화차>를 꼭 보고 싶으나 아직까지도 못 보고 있는 슬픈 1인이다. 담주쯤에는 볼 수 있으려나.

 

4.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네. 암튼 뭐만 쓰면 이렇게 줄줄 수다를 떨고 있는 비연이라니. 상태가 안 좋아서 알라딘서재도 좀 뜸했었는데 이제 조금씩 다시 자주 들어와서 글을 남겨야겠다. 아..졸려. 내일 5시에 일어나야 해서 얼렁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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