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였다. 출장을 갔었고 다시 회사로 들어와 늦은 시간까지 회의하고 집에 들어오니 11시 가까이 된 시간. 그럼에도 내가 뭐 하는 짓인가 라는 자괴감을 떨치지 못해 더 심란한 하루였다.
뭔가 정체된 느낌이 들때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곤 한다. 요즘 시도하고 있는 것은 영어 writing 이다. 말하는 것도 어렵고 듣는 것도 어렵고 읽는 것도 어렵겠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글쓰기라는 생각을 한다. 하물며 외국어로 글을 쓰는 것은 산넘어 산이다. 그래서 좀 잘 써봤으면 하는 마음에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어 배우고 있는데..오호. 괜챦다.
그냥 영어 써내라고 하고 줄줄 고쳐주기나 했다면 실망했을 거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글을 쓴다는 것의 작동법이고 그에 의거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의 전환이었다. 선생님은 글쓰기의 역사와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어를 원어로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진화시켜왔는가에 대해서 얘기한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강의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내가 몰랐던 (정말 무식했던) 이야기들을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줄줄줄 이야기해주시니 신기할 뿐이다. 아직 writing의 w도 시작하지 않고 있지만, 진정한 writing 강의라는 생각이 든다.
강의시간에 몇 권의 책을 추천해주셨다. 추천받자마자 품절된 거 빼고는 냉큼 다 집어넣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것.
월터 옹의 이 책은 진중권이 가장 참고로 한다는 책이다. 말로 이야기하고 전파하던 것에서 어떻게 문자를 이용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는가. 말과 글은 무엇이 다른가. 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일부의 내용을 소개해주셨는데, 아하~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지금 내 머리맡 위에서 읽어주기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ㅎ
번역이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 '사회과학자의 글쓰기'는 원본을 샀는데..지금 다시 망설이고 있다. 받아놓고 보니 글자가 워낙 촘촘하고 편집구성이 옛날식이라 견디고 읽을 수 있을까 싶다. 'STYLE'은 지금 주문해놓은 상태. 이건 번역이 되어나오지 않았다. 전세계 50개국인가 15개국인가가 번역되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번역판이 없다는..ㅎㅎ;;; '논증의 탄생'은 그냥 한글로 살 생각이다. 보니까 번역이 괜챦게 된 듯 해서.
흠.. 지쳐서 더는 못 쓰겠으나..암튼 요즘 내 생활의 낙 중 하나가 이 강의를 듣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다. 뭔가 내가 지적으로 풍요로와지는 느낌을 하게 하는 강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