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왜 이리 일찍 지나가는 건지. 지금이 토요일 저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헛생각 잠깐. 

어제는 학원(이 나이에까지 학원이라니...쩝쩝) 갔다가 서점 갔다가 친구 만나서 놀다가..하느라 하루를 보냈고 오늘은 오랜만에(!) 편하게 누워 책보고 자고를 하며 지냈다. 나름 알찬 주말이긴 햇군..근데 남는 건 왜 이리 씁쓸하고 허망한 느낌인지. 




오늘의 책. 주말엔 한 권 정도씩 스릴러 비스므레한 책을 읽기로 정해놓고 있다. 주중엔 바쁘기도 하고 스릴러니 추리니 어쩌고저쩌고 하는 쟝르소설을 때마다 읽다보면 맨날 그것만 읽게 되는 것 같아서 나름의 자구책으로 정해놓은 규칙이다. 그러니까 주중엔 다른 책들 읽고 일요일 하루만 스릴러 류에 투자하자. 뭐 이런 ㅎ 


존 하트의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많이 망설이다가 고른 책이다. 완벽한 스릴러라고는 할 수 없는 책일 것이라는 느낌 때문에. 그리고 보나마나 가슴 한 쪽에 묵지근한 느낌을 주는 책이리라는 생각 때문에. 그냥 일요일엔 가볍고 즐겁고 뭐 이런 책을 보는 게 좋지 않겠어..라는 마음 한 구석의 달콤한 속삭임을 제끼고 고른 건 왠지 읽어야 할 책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이런 책은 한번 읽을 때 내리 읽고 끝내야지 자꾸 들척이면 마음만 더 쓰라리다는 경험들 때문이었다.


역시나...좋은 책이었다. 존 하트. 기억해둘만한 작가이다. 어쩌면 흔한 스토리일 지 모르겠다. 예쁜 여자아이의 실종. 그 가정의 붕괴. 아빠는 떠나고 엄마는 남아 그 짐에 허덕이며 약과 술에 의존하고 쌍둥이 오빠는 그런 인생의 무게를 혼자 꿋꿋이 버티며 여동생을 찾기 위해 애쓴다. 그 가정을 연민 비슷한 복잡한 감정으로 늘 지키고 있는 형사 헌트가 있고 그 주변에 몇 몇 다양한 캐릭터의 형사들이 존재한다. 예쁜 여자아이. 이 부분에서는 늘 소아성애자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수밖에 없고 이에 맞춰 조사를 진행하던 사람들이 부닥친 것은...


어쩌면 이 책은 용서와 화해를 얘기하고자 했는 지도 모른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파헤쳐지는 인간들 저변에 깔린 심리. 그리고 얽히고 섥히는 감정들. 인간의 추한 면들. 그 속에서 엇갈리는 의심과 회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우정과 사랑과 이해. 그래서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 소설이, 마지막 부분에 가서 그래도 더러운 감정보다는 잘해보아야겠다라는 작디 작은 의지의 흔적을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길고 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선듯 들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대체로 어린아이의 죽음과 그 주변의 인간군상들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다른 책에 손이 안 가게 되곤 한다. 정말 마음이 찝찝하고 세상이 지저분해보이고... 그래서 자거나 다른 일을 하면 했지 글자를 읽고 싶은 동기는 안 생기는데... 유독 희망을 말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책. 역시 불행하고 힘들고 처절하고 쓰라린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타고난 재 속에서 작은 불씨는 발견하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선물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을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의 관심사에서 많이 비껴 있는 책이다. 근데 한장 한장 읽다보니 관심이 많이 간다. 


신비의 원시부족 타라우마라족. 지구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행복한 종족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강인한 종족. 범죄도 없고 도둑도 없고 전쟁도 없으며 부패, 비만, 약물중독, 탐욕, 가정폭력, 아동학대, 심장병, 고혈압, 매연도 없는 사람들. 당뇨병이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며 늙지도 않아서 80세 노인도 산중턱에서 마라톤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종족.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고도 이틀 내내 달리는 경주를 하는, 베일에 싸인 종족. 위협과 두려움을 피해 지구상의 바닥으로 깊게 들어가 사는 종족. 가장 강하면서 가장 온화하고, 혹사당한 다리는 최고의 탄력을 자랑하며, 더할 수 없이 건강하지만, 가장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무식하게 달리지만 결과는 가장 현명하며, 가장 힘들게 일하면서도 가장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 


이들이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찾아나가는 필자의 노정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기대된다. 같은 다리를 가지고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은 무엇인지.... 형편없는 인간들과 그 절망을 읽고 나서인지 이 책 <본 투 런>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지난 설날에 정선 갔을 때 본 눈산이다... 정상에 곤돌라 타고 올라가면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하얗고 깨끗하고 아름다왔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리고 그 위에 저렇게 하얀 덮개가 덮여져 있으면 세상은 참으로 티없이 맑은데. 내려가서 가까이 다가가 한꺼풀 아래를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추하고 힘들기도 하다. 내가 사는 세상은 그래서, 늘 이해하기 힘든 곳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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