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할 일이 많다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일요일이지만 일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왠지, 아프고 (꾀병?) 졸리고 (잠병?) 피곤하고 (춘곤증?)....나 이거 큰병? ㅜㅜ

수만가지 핑계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침대에 딱 붙어 띵가띵가 졸고깨고 뒤척뒤척 하다가 어느새 오후 5시. 켁. 야구다! 라고 소리를 지르며 아이패드를 열고 야구중계를 보기 시작..이것만 보고 일해야지 하다가 너무나 크게 지는 두산에 실망 또 실망했다고 핑계를 다시 대며 그냥 침대에 계속 들어붙어 독서를 했다는..나의 슬픈 전설같은 어제, 일요일의 하루.





기아의 트래비스군은 심지어 두산에게 완봉승을 거두어버렸다. 기아는 잠실구장에서만 13연패인가를 했었고 지난 며칠동안 3연패를 하고 있어서 이거 또 예전의 악몽이? 라는 처절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을테고. 그 처절함 때문인지 두산은 기 한번 못 펴보고 8:0으로 져버렸다. 3회초에 김선우가 완전 흔들거리면서 중앙에 공을 자꾸 던져주시고, 덕분에 기아 타선은 무슨 불이 붙었는지 치는 것마다 안타. 그 회에만 5점 뽑아가고 두산은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더욱 실망인 건 조승수. 구원으로 나왔는데 맷집이 약한지 부담이 너무 되었던 건지 휘청대다가 바로 강판...쯔쯔쯔.

SK 김광현도 어제는 난조를 보였고, 한화의 류현진도 요즘 상태 불량이고. 에이스들이 왜 이런다냐. 두산은 특히나 불펜도 약한데...이거 초반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불협화음이 늘 끊일 새 없었던 LG가 정비를 하고 나서니 아주 잘 나가고 있고. 그 팀이 원래 잘 하는 팀이었단 말이지. 근데 선수들 사이에 자꾸 잡음이 생기면서 팀이 무너지기 시작, 몇 년만에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니 무서울쏘냐..쏘냐...

암튼 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야.구.가.아.니.라. (뭐가 신나겠나..완봉패..ㅜ) 책 얘기. 어젠 그간 열심히 읽던 <보이지 않는 고릴라> 다 읽고 <소비의 심리학>과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을 들었다.  



요 책. 재밌다. 사람들이 인식한다고 다 인식한다고 하는 것들에 헛점이 있음을, 기억한다고 다 기억한다고 하는 것들이 다 맞지 않음을, 안다고 다 안다고 하는 것들이 사실 다 알지 못하는 것임을 적나라하게 얘기하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말콤 글래드웰의 얘기들에도 조금씩 반박을 하고 있고. <스틱>에 대한 얘기들도 언급하고 있어서 이 관련 책들을 대부분 읽은 나로서는 더욱 재미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서 마케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인데, 그 방면에서는 바이블 같은 책이라나.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나름의 '상품'을 팔며 살고 있고 따라서 우리의 상대는 전부 '소비자'인 것이기에 이 책이 비단 마케팅 관련 서적만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책이 비교적 쉽고 예시가 많아서 술술 잘 읽힌다. 소비자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만 요행에만 자기를 맡기지 않고 길게 잘 할 수 있다라는 서두의 말들이 마음에 든다. 생각을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다.







김훈의 책을 제대로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가끔씩 쓰는 글들에서 마초적인 냄새가 너무 나서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왠지 손에 잡혔다. 알고 보니 제목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덕규의 가사 말미를 옮겼노라고 쓴 글귀를 보면서 아..그래서 내가 이 책을 잡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단 공무원이자 체제순응적인 아버지는 평생 횡령을 해왔고 그 돈으로 집을 사고 딸아이를 공부시키고 그리고 먹고 살았다. 그게 들통이 났고 그래서 감옥에 갔고 거기서도 모범수가 되어 좋은 감옥으로 이감이 된다. 딸은 세밀화가이고 그래서 수목원에 계약직으로 가게 된다. 이 책은...그 와중에 가족의 역사를 담고..어쩌면 분단의 얘기도 나올런지 모른다. 아직 첫 1/5 정도만을 읽어 다 가늠은 안되지만, 어쩐지 좀 잘 쓴 글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김훈. 글을 잘 쓰는 작가로구나. 최근의 얄팍한 글들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좀 질려있던 나는 무게감 있고 묘사가 경박하지 않은 이 작가의 글이 꽤 좋아지려고 한다.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아마 이번 주는 죽음의 한주가 될 예정인지라 책 보는 건 글렀을 지도 모르겠다. 제출해야 하는 프로포잘의 기한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내가 아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은 불행 중의 불행. 인간은 닥치면 다 한다. 다만 체력이 고갈되고 성격을 버릴 뿐이다. 일주일 후의 내가 두렵기까지 하는 월요일 오전. 이 바쁜 와중에 알라딘에 글을 남기는 너는 누구냐..(비연이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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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1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닥치면 다 한다. 다만 체력이 고갈되고 성격을 버릴 뿐이다~~~ 완죤 공감입니다!

비연 2011-04-11 16: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1-04-1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기아는 올해 절대 약한 팀이 아닙니다. 특히 공격쪽은 제작년 크레이지 모드의 기미까지 보이니까요. 더불어 두산의 선발진은 에효....아직 시작이라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선발진만 제자리 잡으면 이번 시즌엔 우승에 가깝게 되겠죠.

비연 2011-04-11 19:16   좋아요 0 | URL
기아의 타력은 정말 올해 기대해볼 만 한 것 같아요. 폭발적. 두산은 그넘의 투수력만 보강되면 우승이 늘 코앞인 듯 한데 말이죠 ㅠㅠ

d 2011-06-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패드로 어떻게 야구중계 실시간으로 보죠 ㅠㅠ?어플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