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할 일이 많다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일요일이지만 일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왠지, 아프고 (꾀병?) 졸리고 (잠병?) 피곤하고 (춘곤증?)....나 이거 큰병? ㅜㅜ
수만가지 핑계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침대에 딱 붙어 띵가띵가 졸고깨고 뒤척뒤척 하다가 어느새 오후 5시. 켁. 야구다! 라고 소리를 지르며 아이패드를 열고 야구중계를 보기 시작..이것만 보고 일해야지 하다가 너무나 크게 지는 두산에 실망 또 실망했다고 핑계를 다시 대며 그냥 침대에 계속 들어붙어 독서를 했다는..나의 슬픈 전설같은 어제, 일요일의 하루.
![](http://imgnews.naver.com/image/poktannews/2011/04/11/201104102129774026_1.jpg)
기아의 트래비스군은 심지어 두산에게 완봉승을 거두어버렸다. 기아는 잠실구장에서만 13연패인가를 했었고 지난 며칠동안 3연패를 하고 있어서 이거 또 예전의 악몽이? 라는 처절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을테고. 그 처절함 때문인지 두산은 기 한번 못 펴보고 8:0으로 져버렸다. 3회초에 김선우가 완전 흔들거리면서 중앙에 공을 자꾸 던져주시고, 덕분에 기아 타선은 무슨 불이 붙었는지 치는 것마다 안타. 그 회에만 5점 뽑아가고 두산은 결국 주저앉아 버렸다. 더욱 실망인 건 조승수. 구원으로 나왔는데 맷집이 약한지 부담이 너무 되었던 건지 휘청대다가 바로 강판...쯔쯔쯔.
SK 김광현도 어제는 난조를 보였고, 한화의 류현진도 요즘 상태 불량이고. 에이스들이 왜 이런다냐. 두산은 특히나 불펜도 약한데...이거 초반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불협화음이 늘 끊일 새 없었던 LG가 정비를 하고 나서니 아주 잘 나가고 있고. 그 팀이 원래 잘 하는 팀이었단 말이지. 근데 선수들 사이에 자꾸 잡음이 생기면서 팀이 무너지기 시작, 몇 년만에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니 무서울쏘냐..쏘냐...
암튼 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야.구.가.아.니.라. (뭐가 신나겠나..완봉패..ㅜ) 책 얘기. 어젠 그간 열심히 읽던 <보이지 않는 고릴라> 다 읽고 <소비의 심리학>과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을 들었다.
요 책. 재밌다. 사람들이 인식한다고 다 인식한다고 하는 것들에 헛점이 있음을, 기억한다고 다 기억한다고 하는 것들이 다 맞지 않음을, 안다고 다 안다고 하는 것들이 사실 다 알지 못하는 것임을 적나라하게 얘기하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말콤 글래드웰의 얘기들에도 조금씩 반박을 하고 있고. <스틱>에 대한 얘기들도 언급하고 있어서 이 관련 책들을 대부분 읽은 나로서는 더욱 재미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서 마케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책인데, 그 방면에서는 바이블 같은 책이라나.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나름의 '상품'을 팔며 살고 있고 따라서 우리의 상대는 전부 '소비자'인 것이기에 이 책이 비단 마케팅 관련 서적만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책이 비교적 쉽고 예시가 많아서 술술 잘 읽힌다. 소비자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만 요행에만 자기를 맡기지 않고 길게 잘 할 수 있다라는 서두의 말들이 마음에 든다. 생각을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다.
김훈의 책을 제대로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가끔씩 쓰는 글들에서 마초적인 냄새가 너무 나서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왠지 손에 잡혔다. 알고 보니 제목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덕규의 가사 말미를 옮겼노라고 쓴 글귀를 보면서 아..그래서 내가 이 책을 잡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단 공무원이자 체제순응적인 아버지는 평생 횡령을 해왔고 그 돈으로 집을 사고 딸아이를 공부시키고 그리고 먹고 살았다. 그게 들통이 났고 그래서 감옥에 갔고 거기서도 모범수가 되어 좋은 감옥으로 이감이 된다. 딸은 세밀화가이고 그래서 수목원에 계약직으로 가게 된다. 이 책은...그 와중에 가족의 역사를 담고..어쩌면 분단의 얘기도 나올런지 모른다. 아직 첫 1/5 정도만을 읽어 다 가늠은 안되지만, 어쩐지 좀 잘 쓴 글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김훈. 글을 잘 쓰는 작가로구나. 최근의 얄팍한 글들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좀 질려있던 나는 무게감 있고 묘사가 경박하지 않은 이 작가의 글이 꽤 좋아지려고 한다.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그러나, 아마 이번 주는 죽음의 한주가 될 예정인지라 책 보는 건 글렀을 지도 모르겠다. 제출해야 하는 프로포잘의 기한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내가 아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은 불행 중의 불행. 인간은 닥치면 다 한다. 다만 체력이 고갈되고 성격을 버릴 뿐이다. 일주일 후의 내가 두렵기까지 하는 월요일 오전. 이 바쁜 와중에 알라딘에 글을 남기는 너는 누구냐..(비연이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