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운 후배는 내가 좋아라 하는 범죄/스릴러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과 경찰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좋아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 포함되어 있기에 나는 아낌없이 추천해주고 사주기도 하고 그러는데..ㅎㅎ 얼마 전에 경찰소설 중에서 곤노 빈의 소설들을 빌려주고 나서는 리스트업을 해달라고 조른다.
이 작품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싶을 정도로 곤노 빈의 소설들은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바가 크다. 엘리트 경찰이지만 좀 독특한 성격의 류자키 신야라는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범인을 잡는 것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경찰들 내부의 일들을 영화를 보듯이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데에 더 큰 장점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일본에 가서 보니 곤노 빈의 소설들이 꽤 많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건 이거 두 개인 듯 하다. 앞으로도 좀 많이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특히 류자키 신야 이야기는 꼬옥!
그럼 비스므레한 이야기들로 한번 추천을 시작해볼까나. 물론 곤노 빈의 이야기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일본의 소설들을 생각해본다. 유럽이나 미국은 경찰 이야기라기보다는 형사 이야기인지라 그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서. 특히 미국의 소설들은 마이클 코넬리의 경우처럼 하이에나같은 탐정들이 등장하여 하드보일드하게 몸으로 부딪히는 소설들이 많은 지라 별로라고 생각할 듯.
사사키 조의 작품들. 강추다. <경관의 피>를 읽고 느꼈던 그 절렬함과 허무함과...잊을 수 없다. 드라마로 봐도 꽤 인상적이라고 해서 한번 찾아 볼 생각이다. 경관 3대에 걸친 이야기. 일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내용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나온 <제복수사>도 함께 추천.
다카무라 카오루의 <마크스의 산>. 이 책을 빼놓을 수는 없다. 경찰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묵직한 인간의 그 무엇을 더듬게 만드는 작품. 이 책을 읽지 않고 일본소설을 논한다는 자체가 무의하다고까지 생각하는 바이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들. 이 사람을 경찰소설의 일인자라고 부르니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듯. <얼굴>은 사실 책으로는 읽지 않았고 일드로 보았었는데 일드만으로도 괜챦아서 책을 볼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고. <종신검시관>이나 <루팡의 소식>은 매우 수작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들은 번역이 많이 되어 있고 대부분이 경찰소설인지라 아무 거나 집어서 보아도 범작 이상의 수준이라는 건 자신할 수 있다. 나도 번역본들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고.
마츠모토 세이조의 <모래그릇>. 고백하건대 난 아직 이 소설을 책으로 읽지 않았다. 일드로는 보았고. 왜냐하면..이걸 일본책으로 가지고 있어서 꼭 일본책으로 읽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태이기 때문..ㅜ 일드로 보았을 때 워낙 감동을 받아 본 지라 꼭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이기는 했으나 이렇게 가다가는 백만년은 걸릴 것 같아서 마음이 좀 흔들리는 상태이기는 하다..어쨌든 후배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작품. 마츠모토 세이조 자체의 인지도도 있고.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들. <인간의 증명>은 일드로도 보았다. 이것들은 다 명작. 일본경찰소설의 원조격들이므로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흠...이러고보니 꼭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은 게지.ㅜ) 경찰소설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본능, 그리고 삶에 대한 자세 등등등이 너무나 잘 녹아들어있는 작품들이라...강추.
더 있을라나. 여기까지 생각나는데..저녁에 먹은 라면이 속에서 불고 있나보다..어쩐지 머리가 띵. 모든 피가 위로 쏠리는 느낌..흠...이제 그만 먹어야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