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개해줘서 요 책을 보고 있다. '아이폰 성공의 비밀'. 한성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쓴 글인데, 아마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좀더 update해서 내놓은 책인 모양이다. 예상보다 많이 재밌어서 길거리가다가 읽다가 유리문에 머리를 꽈당하고 만 비연..ㅜㅜ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아이폰에 비해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디자인도 그렇고 앱스토어도 그렇고 애플리케이션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짜증 지대로 나게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아이폰에 대한 책이면서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은 수많은 장 중의 한장뿐. 나머지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편견들, 어리석은 오해들을 일소하고자 하는 내용들이라는 얘기다. 디자인은 별개의 부서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바보무지랭이들의 이야기를 일축하고 디자인은 디자인만이 아니며 마케팅과 홍보와 개발과 등등등이 다 어우러질 때 진정한 디자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아주 재미있는 일화들을 열거하면서 흥미를 자극해 쓱쓱 잘 넘어가는 책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에서 나오는 많은 제품들 (아이패드 같은 것들..아 징그럽게 사고 싶다)에 어느 순간 대중들이 눈을 돌리고 다른 제품을 찾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엇을 장담하고 무엇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서 나오는 모든 제품들은 세상을 확.실.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예전 매킨토시 만들어내던 애플이 곧 망할 거라 예언했던 사람들이 음메~ 기죽어~ 가 되어 아이폰이니 아이팟이니 아이패드니 따라가려고 애쓰는 게 그냥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것은 그냥 디자인이 이뻤어요, 기능이 향상되었어요..뭐 이런 저차원적인 얘기가 아니라, 제품에 기업의 철학을 담고 제품에 사람의 본성과 문화적 원형을 담아내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이것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에 비견할 만 하다고 본다.

암튼 이건 다 읽고 나서 리뷰를 꼭 쓰고 싶다. 그리고 아..읽을수록 아이폰도 같이 구입해서 써야 하나. 지금 있는 안드로이드폰을 포기하는 것은 sk telecom으로 가족할인을 받고 있는 우리집에 대한 배신행위이므로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럼 핸펀을 하나 더 마련해? 라는 맹랑한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다. 직접 내 손으로 만져보고 내 손으로 그 어플들을 하나하나 해보고 뭐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를 작은 핸펀 속에서 느껴보고 싶고나..라고 거창한 얘기를 해대는 것이지. 실상은 그냥 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내 맘 깊은 곳에는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거다! 큭!

이 책도 함께 추천해주셔서 구입한다고 들어왔다가..불과 이틀 전에 책을 한뭉치 받은 내가 이 책을 포함하여 다시 수많은 책보따리를 장바구니에 넣고 심지어 카드결제까지 해버렸다는 비극적인 사실. 요즘 지름신은 수시로, 아무 때나 아무 자리에서나 강림하신다. ㅜㅜ

행동경제학이랄까. 뭐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인가 있어왔다. 그에 대한 책들도 몇 개 뒤져서 읽어봤고. 결국 경제학도 마찬가지지만, 이론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가 이론과 다르게 움직임으로써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초래하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래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 하나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안된다는 것이지. 왜냐구? 당연하지 않은가. 이 지구상에서 물건을 만들고 사고 팔고 그 물건으로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더 나아가 거기에 추억과 그리움까지 담아내는 존재는 누구? 사람. 그 뿐이지 않은가. 그래서 항상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구에 심리학이니 행동경제학이니 진화심리학이니 하는 책들을 뒤적거리게 되는 것 같다...물론 그래서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서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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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5-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계올림픽과 아이폰을 구실로 큰 죄를 짓고도 사면복귀된 이건희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비연 2010-05-14 13:02   좋아요 0 | URL
컥..ㅜㅜ 그런 일이 있었죠..아이폰에 열중하느라 그건 잊고 있었다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