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선생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경계에서 춤추다>. 일본 여류 소설가인 타와다 요오꼬와 10가지 주에 대해 나눈 편지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타와다 요오꼬는 내가 잘 모르는 소설가이긴 하지만, 독일에서 일본인으로 살면서 글을 쓰는 역시나, '경계인'인 모양이다.

첫번째 편지 집
지명에 매혹되신 일, 없으셨나요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집이란 역사를 조망하는 전망대 같은 것입니다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두번째 편지 이름
같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역사가 할퀴어놓은 상처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세번째 편지 여행
지금도 툭 하면 여행을 떠납니다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움직임이 중단되는 순간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네번째 편지 놀이
언어도 춤을 추기를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그림 그리기 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아이처럼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다섯번째 편지 빛
이 모든 것이 있었던 일인지 있을 수 있는 일인지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이것이 문명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여섯번째 편지 목소리
어쩌면 저는 개일지도 모릅니다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모짜르트는 예민한 귀로 인해 고생했을 겁니다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일곱번째 편지 번역
어쩌면 그리 희망과도 같은지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닭의 마음을 먹는다니요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여덟번째 편지 순교
어째서 죽음을 찬양하는 문화가 생겼을까요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누구나 죽어야만 한다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아홉번째 편지 고향
'당신의 고향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그 말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열번째 편지 동물
언어의 외부 - 타와다 요오꼬가 서경식에게
그 작은 새는 어디로 갔지 - 서경식이 타와다 요오꼬에게


주제가 참 다양하다. 남자와 여자. 일본(혹은 한국)과 독일. 그러나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독일에서 일본인으로 사는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눌 이야기들이 자못 궁금하다. 알라딘에서는 이 책을 읽고 서경식 선생에게 편지를 보내면 직접 전달을 해준다는 이벤트도 한다. (궁금한 분들은 여길 가보세요~ http://blog.aladin.co.kr/editors/3475509)

서경식 선생의 글들은 대단히 사색적이다. 뭐랄까. 나의 깊은 곳을 찌르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분으로 인해 프리모 레비를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어린 인생과 사념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서경식 선생의 책이 나오면 습관처럼 사게 된다. 물론 같은 고통은 아닐지라도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주변인으로서의 느낌, 비주류가 가져야 하는 정신적 고통, 나와 다른 사람과 동시대 혹은 같은 장소와 시간을 공유해야 하는 이들의 아픔...그런 것들과 맥락을 같이 해서이다.



 

 

 

 

 

 

  
 


 

 

  

 







 

 

 

 

 



 

때론 미술에 대한 책들을 내신다. <나의 서양미술순례>는 이미 많은 이들에 의해 읽혀진 고전이고 전쟁과 폭력의 시대에 있어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었던 화가들의 작품들을 귀히 여기신다. 최근작, <고뇌의 원근법>에 대한 알라딘의 책소개는 아래와 같다.  

『서경식의 서양미술 순례』와 『청춘의 사신』을 이은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세 번째 미술 에세이이다. 이 책은 고전적인 그림들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교양서나 낭만적인 예술 기행이라는 관습화된 에세이를 벗어나 시대와 인간이 충돌하는 장으로서의 예술을 절절히 담아낸다는 점에서 앞의 두 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의 조국 생활을 통해 다듬어진 문제의식을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앞의 두 권과 다르다. 한국 근대미술에 ‘아름다움’에 대한 치열한 의식이 존재하는가? ‘근대’라는 폭력의 시대와 정면으로 맞선 ‘근대예술’이 우리에게 있는가? 에밀 놀데, 오토 딕스, 펠릭스 누스바움, 카라바조, 고흐, 다니엘 에르난데스 살라사르 등 길고 긴 우회를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물음들을 던진다. 또 그런 치열한 예술 정신 없이는 새로운 공공성(새로운 근대)이라는 화두 자체가 공허하게 지배의 도구로 환원되고 말리라는 시대적 경종이, 그런 물음들 아래로 의미심장하게 울리고 있다.

















서경식 선생의 글을 보면, 늘 마음이 아프다. 이유는 뭘까. 그냥 끝없는 슬픔의 바닥이 느껴져서인 듯 하다.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고통들,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쉬운 글로 전달함으로써 나누고 있지만, 마르지 않는 샘처럼 가슴 깊은 곳에는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오늘 신간이 나왔다길래 너무 반가와서 적어본다. 역시나 가장 먼저 살 책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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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3-0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서양미술순례' 때문에 그림에 관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죠...서경식 선생님글은 무조건 읽게 되는데...또 나왔군요...

비연 2010-03-07 23:00   좋아요 0 | URL
네..저도 이 분 글은 꼭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늘 다르지 않은 정서를 보이심에도, 질리지 않는 글을 쓰시는 것 같구요.

무해한모리군 2010-03-1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를 남기며.
서경식 선생의 예민함은 늘 어느틈엔가 있는 내가 굳게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툭툭하고 잘라내줌을 느낍니다.

비연님 즐거운 한주되세요.

비연 2010-03-10 18:0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맞아요..그런 느낌. 내가 믿는 그 무엇인가를 확인받는 느낌. 아 그런 느낌이라는 생각. 휘모리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