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아이들이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게 막대기로 찔러대는 풍선 같았다. 수십 척이나 되는 배들의 돛대가 그 밑에 솟아 있었다. 언제든 달이 떨어지지 않게 찔러대려는 것처럼.  (블러드 워크 中)

   

 

 

 

 

 



아무래도 한동안은 마이클 코넬리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라도 이 정도의 문학적인 표현이라면 그냥 '소설'이라고 붙여도 될 법 하다. (나는 사실, 살인만 나오면 스릴러에 추리에 크라임에 라고 붙이는 게 못마땅한 1인이다) 영어원문으로 읽으면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그러다가 그냥 책으로.

오늘 이 책을 펼쳐 들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는 영화가 있다는데, 앞장면을 읽어보니,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 지 연상이 된다.


메케일렙은 매일 오전의 정해진 일과인 산책을 이제 막 마치려는 참이었다. 그는 카브리요 마리나를 완전히 빙 돌아서 돌로 지은 방파제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이렇게 산책이 끝날 때 쯤이면 숨이 가빴기 때문에 그는 걷는 속도를 한층 더 늦춰서 자기 배로 다가갔다....그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차림이 전혀 아니었다. 유행 때문에 일부러 찢은 게 아니라 낡아서 찢어진 청바지, 그리고 몇 년 전 여름에 카탈리나 골드컵 경기에서 받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셔츠와 바지에는 모두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 있었다. (블러드 워크 中) 

 
요즘은 소설가들이 마치 시나리오작가처럼, 혹은 드라마작가처럼 그림으로 그려질 정도의 묘사들을 구사하곤 한다. 추상성이 너무 없어서, 말하자면 너무 구체적이고 극적이어서 가끔 이런 표현들이 싫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영화처럼 앞에 장면들이 떠오르게끔 만드는 작가의 역량이 부럽기도 하다. 아뭏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숨을 헐떡이며 방파제를 거닐고, 구질하게 입은 채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는 그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가!

이 작가의 글은, 정말 흡인력이 있다. 번역솜씨도 괜챦은 것 같아서 읽으면서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한글로 번역된 것 다 읽으면 아무래도 번역 속도 따라잡으려 하기보다는 그냥 영어로 읽는 것도 괜챦겠다 싶기도 하고. 좋은 작가, 나와 코드가 맞는 작가를 발견하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일이다. 그래서 요즘 많이 피곤하지만, 또 많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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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 봤는데, 소설의 메케일렙은 46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이라면 메케일렙을 맡은 건데, 넘 나이 차이가 나서 실감이 안 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