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권 열독 중인데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 하나는 정말 잘 써서 입에 착착 붙게 눈에 착착 붙게 쓰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내 취향은 아니다, 특히 소설. 에세이는 아주 평범하게 쓰는데도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데 반하여 소설은 아주 독특하게 쓰는데도 매우 찝찝한 인상을 주는 면이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으니까 이 책이 아주 좋다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나처럼 에구..재미있지만 어째 그렇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지. 조금씩 글의 맥락이 잡혀가고 있어서 재미나게 읽고는 있으나 아뭏든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은 계속 지니고 있다.
구절 하나하나는 정말 멋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들은 기실 어디다 인용하기 좋은 문장들도 많다. 특히 내가 생각할 때는 단어 선택 능력이 탁월하다. 어떻게 이런 단어를 쓰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오늘 읽은 내용 중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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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한다고 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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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은 아주 가슴팍에 팍 꽂히게 마련이다. 그 '구원'이라는 단어가 사무치게 느껴진다 이 말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심정을 알고 쓴 걸까.
아뭏든,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좀 두고 볼 일이다. 예전에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나서도 상당한 찝찝함이 오래도록 갔던 기억이 있다. 일본인 특유의 노골적인 성묘사와 왠지 느껴지는 세기말적인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도 그럴 지는 다 읽어봐야 알겠지.
그나저나 언제쯤 이런 소설을 일어로 척척 읽어낼 수 있게 될까. 내 책장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이고 있는 일본 원서책들이 내게 아우성을 치고 있건만. 무려, 마츠모토 세이조의 '모래그릇 1,2권', 쓰보이 사카에의 '스물네개의 눈동자',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과 몇 권의 책...등등등. 오늘도 일어학원을 다녀왔는지 참으로 요원한 일이로다...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