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반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독특한 구성의 소설이다. 한 자폐증(소설에서 굳이 이렇게 명칭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으나 내용상 아마도 이게 맞을 듯) 소년이 이웃의 개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범인을 찾기로 불현듯 결심한다. 소년은 그 얘기들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기술해나가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 와중에 몰라도 될 아빠의 비밀들을 알게 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소년이 가출을 하면서 세상에 한걸음 다가가는 과정들을 담담하게 쓰고 있다. 몸에 누가 닿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갑갑증을 못 이겨 난동을 부리는, 자기만의 공간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자폐아이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낯선 사람과 소통을 하고 낯선 길을 찾아 가는 방법을 알게 되고 용서하는 맘을 배우게 된다.

작가는 아마도, 수학과 물리를 매우 좋아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세상은 규칙으로만 풀려고 하면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고 어찌 보면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일 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 소년은 책의 제목을 모두 솟수(2,3,5,7,...)로 매기는데 그 솟수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솟수는 모든 규칙들을 지우고 났을 때 남는 수다. 나는 솟수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솟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은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솟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이 책은 단순한 문장과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동화같은 내용이지만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내용이 아니었다. 주인공 소년의 눈을 빌어 어른들의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는 얘기들을 중간중간 삽입함으로써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구성 자체가 독특하고 문장들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쉬우면서도 나름의 인생관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어찌 보면 통속적이고 불쾌한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그 부모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식의 관계 속에서 가족의 의미도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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