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시간이 좀 있어서 페이퍼 쓰는 날이 늘어났다. 좋다. 다른 사람들 글도 좀더 찬찬히 읽을 수 있고. 이 생각 저 생각 할 수 있어서 좋다. 의외로 시간이 있는데 영화는 잘 안 보게 된다. 영화는 주로 극장에서 보는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집에서나 어디서나 그냥 핸드폰 들고 혹은 넷플 등을 열어서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뭐였지... 흑. 코로나 상황이라고 비슷하다고 <Contagion> 보았구나. 그것도 몇 달 전에.
엄청나게 유명한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키지만 대부분 비중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냥 소모한다는 느낌. 아니면 이 영화 누가 시켜서 억지로 만들었나 하는 느낌. 개인적으로 케이트 윈슬렛을 좋아하는데, 그 케이트 윈슬렛이 포대에 싸여 던져지는 모습을 보는 건 매우 별로였다. 뭐야 이거...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는 약간 오싹했었고. 듣던 대로 지금의 코로나 상황과 좀 유사한 면이 많았다 이거다. 아마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이 더 유사하다 싶기는 하지만.
이건 약간 번외의 이야기지만, 미국에 사는 지인들 얘기 들어보면, 원래 문제가 많다고 하던 의료시스템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작동을 안해서 코로나보다 그게 더 무섭다고 한다. 트럼프는 10만명 정도는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있고 (그 분은 사망자수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느낌) 그러니 유색인종으로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심란한 심정이 되는 게 맞는 듯 싶다.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느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케이트 윈슬렛이 죽는 장면을 보면서 <아마데우스>를 떠올렸다. 이 영화는, 엄마가 나와 동생을 데리고 극장에 가서 같이 본 영화였다. 유난히 영화를 좋아하시던 엄마라 꼬맹이들 데리고 이 영화를 보러 갈 용기를 내신 것인 듯. 당시에 받았던 감동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어릴 때 봤지만, 첫 장면부터 하나하나 다 인상깊게 생각된다. 특히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비참한 장면이기도 했지만, 모짜르트가 죽고 나서 매장을 하는데 흰 포대에 그냥 담아 여러 시체더미들 위에 던져지던 장면이었다. 위에 소독제인 지 흰 분말가루를 휙 뿌렸지 아마.
시대의 천재. 화려하게 살았었고.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수많이 있는데 정작 그 당사자는 요절하여 그 시신마저 내던져지던 그 모습이,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생각난다. 사실 그 영화는 모짜르트의 뒤에 늘 2인자로 남아 있던 살리에리의 관점에서 그의 심정에 초점을 맞추어 만든 영화였지만, 묘하게 나는 그 아마데우스가 참 외로운 사람이었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냥... 저 사람을 진실로 대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라는 애잔한 느낌.
2.
<Contagion>을 보고 나서 조금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해도 이제 다 끝나가다 보다 했는데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사실 좀 좌절스럽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으리라는 것은 대충 예측하고 있었지만, 그게 접촉으로 인해 순식간에 감염을 시켜버려 가시화가 되니 다시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은 불길함이랄까. 6월에는 그래도 어디 여행이라도 좀 가야지 했는데, 그마저도 접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그 수퍼전파자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일어난 것은 유감이다. 이것은 질병의 문제이지 성적 정체성의 문제가 아님에도, 상당히 자극적으로, 매우 불공정하게 비난이 쏟아지고 비아냥이 난무하는 듯 하다. 몰랐던 것, 그리고 자중하라고 했는데 클럽에 갔던 것, 증상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다녔던 것에 대한 질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도 사람 자체가 표적이 되면 안된다) 그 이외의 주변적인 정황에 대해 물고 늘어지면서 사람들을 호도하는 일은 있어선 안될 것이다.
혐오표현를 할 자유는 없는 거다. 누구나 사회적 소수자일 수 있다. 나만 해도 우리나라라는 사회 측면에서 봤을 때 성별(여성)과 결혼유무(비혼) 라는 측면에서 소수자에 속한다. (또 있을 수도 있다..ㅜ) 내가 잘못된 일을 하면, 나의 행위에 대한 비판도 비판이지만 이 두 가지를 들어 뭐라 할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건 자명하다. 결혼을 안한 여성은 뭐가 이상해도 이상해. 그러니까 결혼을 못했지. 애도 안 키워본 여자가 뭘 알겠어.. 이런 혐오적인 표현이 누군가에게선 쏟아질 것이다. 그만큼 이 사회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 부분을 반쯤은 말도 안되는 분노로 반쯤은 지극하게 저열한 호기심으로 후벼파는 게 현실이다.
지금 수퍼전파자에 대한 시선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가장 재수없는 건 언론이고. 이건 질병의 문제다. 질병을 바라보면서, 거기에 대응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우리 모두 반면교사로 조심할 기회를 삼고, 제발 하지 말라는 건 좀 자중하고 그리고 확산되는 걸 최대한 막아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아뭏든 이번 일에서도 이 사회가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준이 낮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근데 이 저자분, 요즘 좀 조용하다. 어디 가셨나?
3.
제목을 잡담이라고 달았더니 정말 잡담이 되고 있네..ㅜ;; 아뭏든, 요즘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분주하다. 개인적으로 변화가 있기도 하고 몰랐던 사람들을 알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해서.
다락방님이 찝찝한(?) 소설이라고 해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손에 들어 보았다. 지난 주부터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가 하는 강의를 주 1회 듣게 되었는데 (재미있다!), 그 분이 이 책 얘길 했고 얼마 있다가 또 나온다고 해서 .. 아 나오기 전에 일단 읽어두자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 너무 싫은 내용일까봐 겁도 나는데 (미미여사 글은 특히 현대물은 가끔 너무 적나라하다고나 할까.. 그렇다) 너무 싫으면 중간에 그만 둬야지... 물론 <흑인 페미니즘 사상>은 공부하듯이 매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ㅎㅎㅎ
아.. 일하자.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