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리뷰라고 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책 읽고 그 안에 있는 좋은 단락들 몇 글자 끄적이며 내 나름의 감상이랄까를 적는 게 좋았는데 요즘 그게 하기 싫어진 건 뭐인지. 하기 싫다.. 라기보다는 좀 게을러진 것 같다. 읽고 나서 다시 끄집어내어 뭔가 쓰는 게 귀챦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뭐 이러다 말겠지. 쌓이는 책들을 보며 뭔가를 쓰겠지 하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어 본다.

 

 

 

이 책은 좀 길게 잡고 읽은 것 같다. 요즘 빅데이터니 뭐니 하면서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데이터를 잘못 분석하면 안돼, 라고 경고하는 책이라는 것이 흥미로와서 보았던 것이다. 책을 쓴 사람 자체가 수학을 전공했고 실제 증권가에서 숫자를 다루는 직업을 가졌었고 그 와중에 데이터라는 것을 잘못 취급했을 때 얼마나 큰 폐해가 나타나는 지를 절감하고 그것을 막기 위한 활동들을 하게 되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데이터라는 것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고 설사 그다지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닐지라도 지속적인 현실의 반영과 점검을 하지 않으면 실제로 사회에서 경제적, 인종적, 성적 차별 등이 일어날 수 있고 이것은 악순환으로 이어져 그 status를 고착화 혹은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의 선한 의지가 개입될 수 있도록 선순환의 루프를 도입해야 하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들을 계속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당히 동감한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제목이 좀 무섭기는 하다...;;;)

 

 

 

 

드디어 이 책이 마무리가 되었다. <항설백물어> 책이 여러권 나왔지만 사실 첨에 한 권 정도 읽고 읽지 않았는데 (교코쿠 나츠히코의 책을 왕성하게 읽을 때도 있었건만) 이 책이 나오키상을 받았다고 해서 <후 항설백물어>는 상/하권을 다 읽어내었다. 이 책, 하권에서 이제 일단락이 되면서 그간의 많은 이야기들이 저물어가게 되고, 이 정도로 일본의 괴담을 재미나게 의미있게 풀어냈다면 나오키상 한번 정도는 줄 만하겠다 싶었다. 

 

세상에 요괴/요물은 있는가. 사실 다 사람의 원념과 나쁜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을 그러한 정체불명의 그리고 세상에 있음직하지 않은 존재들로 대체하여 표현하는 것은 아닌가. 시종일관 이 책들은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교코쿠 나츠히코라는 사람은 참으로 독특한 사람이 아닐 수 없고 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의외로 꽂히게 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그리고, 어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았다. 개봉일이 그제였는데 그날 보려고 했다가 못 보고 어제 부랴부랴 예매해서 보았다. 저녁 7시 35분 시작해서 10시 35분 시작, 집에 도착하니 세상에 11시 30분 쯤이었다. (지금 피곤) 세시간 내리 영화를 해대는 건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후로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집중력이 계속 상승하여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사람들이 중간에 꼭 화장실을 간다고 해서 영화 들어가기 전에 물 종류는 아예 먹지를 않고 화장실도 여러 번 다녀온 끝에 영화는 무사히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중간에 뛰쳐나가는 사람들 꽤 되어서, 그걸 보면서 괜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면 내가 이상한 건가? 아뭏든... 역시나 어벤져스 시리즈의 대단원은, 사람과 현재와 우정과 가족을 다시한번 환기시키는 그것이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어벤져스들이 아무리 첨단의 무기로 장착하고 초능력을 가지고 싸운다 해도 결국 싸울 때는 중국 무술이나 일본의 유도, 우리나라의 태권도 같이 몸과 몸이 맞서 싸우는 전통적인 방식의 싸움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이 회귀할 곳은 어디 멋드러진 행성이나 어마어마한 곳이 아니라 자신의 한몸, 운명의 흐름에 따라 맡기고 안위를 위탁할 가족이더라... 뭐 이런 것이었다... 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가 될 테니 여기까지. 이 열기가 좀 식으면 iMax로 한번 더 볼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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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9-05-14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신 책들 다 재밌을 거 같습니다. 오늘 집에가서 열심히 책 읽어야겠네요ㅎ

‘세상을 구하기 위한 어벤져스들이 아무리 첨단의 무기로 장착하고 초능력을 가지고 싸운다 해도 결국 싸울 때는 중국 무술이나 일본의 유도, 우리나라의 태권도 같이 몸과 몸이 맞서 싸우는 전통적인 방식의 싸움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이 회귀할 곳은 어디 멋드러진 행성이나 어마어마한 곳이 아니라 자신의 한몸, 운명의 흐름에 따라 맡기고 안위를 위탁할 가족이더라... 뭐 이런 것이었다..‘

뭔가 물 흐르듯이 읽히는 좋은 문장이었습니다^^b

비연 2019-05-14 19:54   좋아요 1 | URL
다 괜챦은 책들에요 ㅎㅎ 제가 마블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게 저변에 깔린 ‘결국 인간이더라’ 라는 휴머니즘적인 테마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