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새벽 4시 15분에 기상. 회사에 오니 6시. 왜냐고? 뭔가 큰 결심을 했냐고? 노노노. 오늘 팀장이 보고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내가 작성한 자료이고 그넘의 보고가 7시부터 있다고 해서 나온 것이다. 정말이지 힘들어 죽겠다..ㅜ 심지어 아침 타서 오다가 (나는 매일 아침 밥을 거르지 않는 인간인데, 집에서 밥을 못 먹고와서 - 당연하지, 그 새벽에 - 커피랑 빵이랑 사온 거다) 팀장이랑 복도에서 만났다. 왜 일찍 왔냐며... 쿵. 보고 지원 땜에 나왔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 응... 에라이. ㅜㅜ

 

요즘 뒤늦게 <슬기로운 감빵생황>을 보았다. 아. 마성의 넷플릭스. 그것은 늪이었다. 그걸 월정기권 주고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은 저 멀리로. 며칠째 <슬빵> 보느라 아주 눈도 몸도 피곤 극치이다. 근데 이 드라마 왜 이리 재미있는 거냣. 사람들이 엄청 재미있다고 할 때도 왠지 감빵 얘기가 뭐 그리 재미있겠어 라는 반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아 그러나 그러나... 너무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재미와 감동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드라마라고나 할까. 역시 신원호 PD는 이야기라는 게 뭔지 아는 분이다. 

 

나오는 배우들도 하나같이 연기를 잘 한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드라마에서 자주 본 배우라고는 성동일이나, 정웅인, 정경호 정도이고 나머지는 거의 신인 아닌 신인배우의 느낌이었다. 어디에서 이런 배우들을 다 물색해왔는 지, TV에 나오는 배우 (같지도 않은 배우도 있지만) 들만 보다가 이렇게나 많은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니 왠지 소름. 주연부터가 낯선 얼굴인데, 박해수라는 이름 자체가 얘 누구야? 였는데 말이다. 김제혁이라는 불운하지만 오뚜기 같고 돌직구이지만 따뜻하고 선한, 그저 야구밖엔 모르는 인간상을 너무나 잘 그려내어서 완전히 몰입이 가능했다. 교도관 이준호로 분한 정경호와도 멋지고 유쾌한 브로맨스를 이루어주었고. 팽부장으로 나온 정웅인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그리고 김제혁과 같은 감빵을 쓰던 사람들의 모습. 장기수, 헤롱이, 유대위, 문래동 카이스트, 빡빡이... 전부 그저 사기꾼이기도 하고 뽕쟁이기도 하고 억울한 누명을 써서 들어오기도 했고 죄를 지었으되 진심으로 뉘우치고 살고 있기도 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단단하게 그려내었다. 사람 산다는 게 뭔가 ... 이런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하게 되고 말이다.

 

정말 좋은 드라마였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훈훈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리고 스트레스 만땅인 마음이 조금 풀리기도 했다. 사람 사는 거, 이런저런 사연과 이런저런 아픔이 있지만, 저렇게 담담하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구나 라는 마음이 설핏 들어서 말이다. 음악도 참 좋았다. 랩도 좋았고 중간중간 나오던 김광석 노래도 좋았고...

 

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 새벽에 나는 왜 여기 있단 말이냐... 커피 한잔 들이키며 푸념 한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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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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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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