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왕국 일본에서 출간 전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서는 두 작가가 있다.

소설 분야에서는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 또 다른 한 명은 다양한 장르를 써내는 1958년생 히가시노 게이고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문단에 등장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1999년 '비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주오코론 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다재다능한 작가다.

해외 문학계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2012년 미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 최종 후보 5편에 선정되었고 2019년에는 '신참자'가 영국추리작가협회(CWA)의 인터내셔널 대거상 후보에 올라 에드거상과 대거상 모두에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일본 작가라는 기록도 남겼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자신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년 신간 두 권을 써냈던 그의  이야기는 이제 멈추게 됐다.

현존하는 추리 작가 중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 다작을 하면서 출간 하는 작품 마다 베스트 목록에 올라가며 영화와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지는 작가들이 극히 드물다. 일본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소설 찍어내는 기계'', '몇몇 대필가나 작가 예비 지망생들에게 지시만 내리는 소설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닌다.

1980년대 중반 부터 글을 쓰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집필 방식은 '주도 면밀하게 작품 구성 설계도'를 기획해 놓고 난 후 작업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엔 그저 생각 나는 대로 쓰기 시작하다가  이야기가 막힐때면 순간 번뜻이는 아이디어로 끌고 나갔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작업 방식을 이어가다가는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글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쓰기 전부터  작품 전체 개요를 꼼꼼하게 설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작품을 설계해도 중반부 부터 꼭 수정할 부분이 나오기에, 아무리 치밀하게 기획해 놓아도 술술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아서 추리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데뷔 초기에는 풀이형 추리소설 작품을 썼지만 차츰  사회 문제를 비롯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로 이야기가 확장 되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에 한 편의 동화 같은 따스한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전 세계 1000만부가 넘게 팔렸을 정도로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다. 

'역시 살인이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을 그린 이야기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작품은 저에 작가 인생에서도 기적을 일으킨 작품 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 작품을 발표 했던 당시 1980년대 일본 문학계는 미스터리 이외의 장르는 판매가 저조했던 시기로 그 역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98년에 발표한 판타지 소설 <비밀>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대 히트를 쳤고 이후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멈추지 않고 소설 기계처럼 작품을 써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작품 <비밀>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그렇게 쓰기 시작한 작품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탄생했다.

그는 글만 쓰는 글쟁이가 아니라 겨울만 되면 눈 밭을 뒹구는 스노우보드 매니아였다.


 겨울이면 발에 항상 스키가 장착 되어 있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눈으로 뒤 덮혀 있는 곳을 누비고 다녔고  일본에서 사멸해 가고 있는  스노우보드 대회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털어 상금과 선수들의 훈련비를 지원 해 주는데 앞장섰다.

스노우보드와 겨울 스포츠 장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물을 써내기도 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스포츠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제 작품을 처음 실어 준 잡지사가 스키나 스노우보드와 관련된 잡지로 당시 일본에서 겨울 스포츠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 구독자들을 끌어 당길 만한 작품을 원해서 제가 쓴 초기 추리작품들이 그 잡지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2023년 저서 100권 출간과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 1억부 돌파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운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동안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억900만부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세계 41개 국가와 지역에서 출간됐으며, '백야행' '갈릴레오' '가가 형사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은 일본 안팎에서 영화·드라마·연극으로 제작되어서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비교 할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과 흥행을 모두 갖춘 대형 작가다.


지난  15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전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작품들로 그의 이름 앞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도 1위자리를 바로 내 줄 정도로 한국 내 고정 독자 팬층이 매우 두터운 작가다. 

출판 대국인 일본에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종이책 사양 문턱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출간작들은  한 권당 평균 100만부가 발행되어 이름이 곧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한국 언론에서 그를 추리 작가로 부르고 있지만 일본 문학계에서는 동시대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여러 에피소드를 교묘히 엮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지독하게도 읽지 않았고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공부 하는 동안에도 책보다 기계들 조립하는데 푹 빠져 있었을 정도로 글 쓰는 삶과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펼쳐 들어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고 끝까지 읽게 되는데 주요 인물의 심리묘사가 아니라 행동에 중점을 두고 짧게 서술 되는 문장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머릿속에 장면들이 그대로 그려지게 만든다.

 그는 작품 곳곳에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연결해서 독자들이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왜? 라는 궁금증을 유발 시키다가 마지막에 그 실체를 알아차리게 만든다.

작품 전체를 촘촘하게 설계하기에 이런 스토리 구성이 가능한 것으로  시대를 가로질러 등장하는 방대한 인간 군상을 통해 증폭되는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기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 작품 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독자들의 구매 욕을 자극 시키는데 예를 들면  타임 슬립과 평행 우주의 컨셉을  적용 시킨 이야기부터  1998년 시작한 갈릴레오 시리즈는 유체 이탈, 폴터 가이스트 등 초 현실적 현상을 가장한 범죄를 물리학 지식을 이용해 해결하는 탐정을 내세웠고  '용의자X의 헌신'에서는  물리학 교수와 수학자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며 첨단 과학과 의학, 인공지능 로봇의 폭력성과 클론의 도덕성, 원전 위험, VR 세계에서의 정체성  21세기 적 과학 발전의 위험과 윤리 문제를 결합한 뇌과학 서스펜스 물로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다작을 쏟아 내고 있는 게이고는 최근 출간하는 작품들은 부모와 자식에 관한 문제로 어느 날  사회에 내 던져진 청소년의 문제에 대해 쓰고 있다.

 나미야의 잡화점의 좀도둑들이 풀게 되는 수수께끼는 결국  자신들이 자란  보육원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로   30년 전에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한 기적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됐기에 그 기적이 지금까지  지켜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때 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들고 다녔다.

첫 페이지 첫 문장 부터 읽어 나가면서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고 이어서 읽다가 다시 앞으로 가서 사전을 찾아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 사이에 몇 날 몇 일에 걸쳐서 한 챕터를 읽고 나니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맨 처움 히가시노 게이고 원서를 완독한 책은 <예지몽>으로 첫 페이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며 사전을 찾고 문장을 써나가며 필사를 해서 지금도 눈을 감으면 첫 페이지에 새겨진 장면이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27살 때 부터 매년 두 세권 씩 작품을 쏟아낸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은 모두 105권, 한 사람이 써 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그의 다작의 비결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꾸준할 것

-도전할 것

-호기심을 가질 것

-귀를 기울일 것

그의 삶 자체가 소설의 재료가 된 풍부한 경험과 아이디어였고 소설 공장장으로 불릴 정도로 진심으로 쓰는 걸 스스로 즐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8월에 출간되는 <영원의 기억>을 마지막 투병 중에 마무리 하고 23일 향년 68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일본어를 중도 포기 하지 않게  읽는 즐거움을 주며 다음 신작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105번째 책을 선뜻 완독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 중에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희선 2026-07-29 0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새벽에 알았습니다 100번째 소설이 나왔다고 한 말 본 게 언제였는지... 건강이 안 좋은지도 몰랐네요 지난해에 《투명한 나선》 샀는데, 이번에 나왔더군요 그걸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 책 사기만 하고 아직 못 봤습니다 이번에는 유카와 마나부로 나왔군요 마지막 책 제목이 《영원한 기억》이라니... 책 제목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지도 모르겠네요 이것도 갈릴레이 시리즈였군요


희선

scott 2026-09-19 15:35   좋아요 0 | URL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 원고를 썼다는 것이 믿겨 지지 않을 정도로 오로지 글쓰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한 천생의 작가였습니다.
게이고가 쌓아 올린 작품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더욱더 빛이 오래 갈 것 같네요. ㅠㅠ

호시우행 2026-07-29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 소설을 읽고 리뷰글까지 올렸는데,ㅠㅠ 참 인생무상이네요.

scott 2026-09-19 15:37   좋아요 0 | URL
저는 하루키 때문에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게이고 책 읽으면서 배움의 속도가 붙어서 원서 정복(백야행 원서 완독)을 하게 만든 작가여서 특별 합니다.
고통의 순간에도 펜을 쥐고 있었다는 건 예능화 되고 있는 문학계에서 오로지 쓰는 행위만을 했던 진짜 작가 부류의 마지막 세대 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오리온은 큰 체구에 힘이 센  사냥꾼으로 여신 디아나는 첫 눈에 그와 사랑에 빠져 버리고 둘 사이를 의심의 눈으로 지켜 보던 디아나의 쌍둥이 남매이자 태양의 신 아폴로는 사냥꾼 오리온의 성격이 사납고 교활하다며  둘 사이를 갈라 놓을 계략을 꾸민다.



아폴로는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만 내놓고 헤엄치고 있는 오리온을 보며 동생  디아나에게 저것을 쏘아 맞힐 수 있겠느냐고 묻자 아폴로 눈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디아나는  물 속에 잠긴 오리온의 머리를 향해 활 시위를 당긴다.

뛰어난 사냥꾼이자 바다의 신의 아들인 오리온의 시신이 해변으로 떠 내려 온 것을 발견한 아르테미스는 깊은 슬픔에 잠겨 오리온을 하늘의 별로 만들어 버린다.


뛰어난 사냥꾼이였던 오리온은 사냥을 나갈 때면 항상 사냥개들을 끌고 나가  주위를 지키고 경계하게 만들었다.

밤 하늘의 별이 된 오리온의 사냥개들은  주변을 에워싸는 별무리들이 되어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가 된다.

 


8월을 앞둔 7월의 마지막 주로 넘어가니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바람이 불때마다  몸 속 곳곳으로 스며들어 가 열기에 짓눌리고 의욕마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만사가 귀찮다.

전 세계가 뜨겁게 달아 오른 여름을 의미하는 단어로   라틴어에서 Die caniculares라 지칭하는데 그 의미는 무기력에 짓눌려서 나태해진 상태로 영어권에선 무덥고 지친 날을 <dog days>라 표현한다.

더위에 약한 개들이 무더운 날에 맥을 추지 못해서 Dog라는 단어를 넣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사냥꾼 오리온이 끌고 다녔던 사냥개 중에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 <시리우스>로 이 별이 뜨는 시기는 7월 초 부터 8월까지다.

고대인들에게 여름 무더위는 음식이 부패하고 질병이 전파되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1년 중 가장  무서운 계절이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오리온의 개 시리우스가 인간들에게 열병을 전파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7월 부터 8월까지 뜨는 시리우스 별은 깨끗한 대기 상태에서 육안으로도 빛의 세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장 밝은 별이다.

고대 그리스의 Σείριος (세이리오스/불탐, 빛남)에서 유래한 시리우스는 태양 다음으로  밝은 별인 -0.74등급의 용골자리의 카노푸스보다 2배 이상이 밝은 -1.46등급으로 지구에서  8.6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밤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은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별들은 우주에서 태어나자 마자 수백년, 수천년, 수만년 동안 제자리에서 각자의 크기에 맞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단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별들은 쉼 없이 움직이며 빛의 세기를 조절해서 마지막 우주의 먼지가 될 때까지 움직인다.

시리우스의 주인 오리온은 사계절 중 한 겨울에 가장 잘 보이지만 시리우스는 1년 내내 빛을 내면서도 유독 7월과 8월에 가장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이 끔찍한 폭염의 언제부터 사그러져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올지 모르지만 올 여름은 앞으로 닥쳐 올 여름 중에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기후 예보가 줄을 잇고 있다.<벽오동 아래서 더위를 씻으며(碧梧下洗暑)>

구름이 앞산을 가리더니 소나기 쏟아지고

바람이 초목에 불어와 기이한 향기 풍기네

북창에서 책상 대해 긴 여름날을 보내노니

청량한 이 기분 아낌없이 그대와 나누리라

-표암 강세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깊어 가는 어느 여름 늦은 저녁 매미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일기를 쓰고 있는 슈코쿠는 무사로 자신의 주군의 첩과 내통 했다는 누명을 쓰고 산골에 유폐된 채 주군 가문의 족보를 완성하고 십 년 후 할복 하라는 명을 받았다.

  남편이 간통이라는 죄로 유폐 당한 사실을 알게 된 무사 슈코쿠의  부인은 남편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추궁하지 않고 자식들을 데리고 남편이 있는 유배지를 따라간다. 

유배지에서도 매일 저녁 일기를 쓰고 있는 슈코쿠, 그의 근황을 밀착 감시하라는 명을 받은 동료 무사 쇼자부로가 찾아 간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유배지에 처박힌 자신의 신세를 한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쇼자부로는 슈코쿠가 느긋하게 '일기'를 쓰고 있는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다.

유배자가 쓴 일기 내용이 궁금한 쇼자부로는 혹시라도 슈코쿠가 칠 년 전 측실과의 밀통에 관해 어떤 식으로 기재했는지 보고하라는 헤이에몬의 명이 생각나 그 일에 관해 상세하게 적혀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펼쳐 본다.

그러나 슈코쿠의 <저녁 매미>일기에는 유배지에 처하게 된 처참한 자신의 상황이나 심경은 어디에도 없고 그날의 날씨와 필사 한 자료의 종류, 분량과 함께 주군 가문 가보에 기재할 내용만 쓰여 있었다.

무사 슈코쿠는 어떤 각오로 매일 저녁 매미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유배지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던 것일까?

“여름이 오면 이 부근에서 저녁매미가 많이 웁니다. 특히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면 여름이 끝나는 것을 슬퍼하는 울음소리로 들리지요. 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몸으로 ‘하루살이’의 뜻(일본에서는 ‘저녁매미’를 ‘하루살이’를 뜻하는 ‘히구라시’라고 함)을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하무로 민의 <저녁 매미 일기> 중에서

앞으로 몇 년 후면 할복 자살을 해야 하는 슈코쿠는 매 순간 두려워하거나 불안 해 하는 기색이 터럭 만큼도 없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하는 자신을 감시하러 온 젊은 무사 단노 쇼자부로에게 슈코쿠는 이렇게 말한다.

 '단노 공,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는 했으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죽음도 겁나지 않는다고 호언하는 것은 무사의 허세일 뿐. 나도 목숨이 아까워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합니다. 오십 년 뒤, 백 년 뒤에는 수명이 다하지요. 나는 그 기한이 삼 년 뒤로 정해진 것일 뿐. 하면 남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노 쇼자부로'는 죽을 날을 남겨두고 주군의 가문 족보를 써 내려가는 슈코쿠를 이해하지 못하고 혹시 그가 누명을 쓴 게 아닌지 의문을 품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한다.

  '여름 한 철 치열하게 살다 가는 저녁 매미처럼 구원을 호소하지도, 헛된 희망을 갖지도, 그렇다고 회피하거나 포기하지도 않겠다.' 라는 '저녁 매미 일기'를 한자 한자 적어나가는 슈코쿠는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일까 ?

 '무사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무장한 무사라고 해도 죽음이 기다리는 서슬퍼런 시간 앞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 일까?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스스로 죽게 된다는 운명은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무사 슈코쿠는 칼을 쥐는 운명과 함께 스스로의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사람은 언젠가 죽어야 하는데. 그것이 두렵지 않나.’

무사 정신으로 죽음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주군의 명에 따라 할복을 할 각오를 한다 해도 막상 자신의 칼로 목숨 줄을 끊어 버리는 순간 만큼은 두려울 것이다. 


매미의 수명은 7일에서 8일 정도로 최장 7년에 달하는 유충 때의 수명에 비해 성충으로 탈피하고 난 후의 수명은 굉장히 짧다.

매미는 유충 시기에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번데기 과정이 없이 탈피 과정을 거쳐 어른 벌레가 된다.

이상태를 곤충계에서는 불완전변태 과정이라 명명하는데 매미가  성충이 된 후에도 나무 줄기에서 수액을 빨아 먹는다. 

장마 비가 그치자 마자 울어 대는 매미는 수컷으로  배 아래쪽 윗부분에 특수한 발성 기관을 가지고 있어 소리를 내는데, 매미의 종류별로 발성 기관의 구조와 소리가 다르다. 암컷은 발성 기관이 없어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급격한 지구 기후 변화로 어느 해 보다 뜨겁고 무더운 여름, 7일 만에 죽은 매미보다도 8일째 까지  살아남은 매미가 더 불쌍 할지 모른다.

사흘 후면 달력의 종이가 팔월로 넘어간다.

단 7일, 8일을 살아도 열심히 뜨거운 태양 아래 수액을 먹으며 힘껏 울어 대는 매미처럼 오늘도 버텨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출처: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직접 촬영한 표암 강세황 자화상(2026.05)

일흔 살에 자신의 모습을 그린 표암 강세황의 ‘자화상’미간 사이 주름, 움푹 패인 눈가 주변, 광대 주변부터 관자놀이 부근에 노화 징후로 보이는 검버섯 그리고 희긋한 털자국이 보이는 눈썹, 새하얀 수염의 털 한올 한올까지 세밀한 묘사로 그려진 표암 강세황의 ‘자화상’

  검은 관모에 옷은 옥색 빛이 은은한 도포 차림입니다.

자세히 자화상을 살펴 보면 자화상 속 표암 강세황은 관료들이 쓰는 검은 관모에 맞는 의복을 갖춰 입지 않고 선비들이 일상적으로 입는 도포를 입고 있습니다.

자화상을 그렸을 때 표암 강세황의 나이는 70세, 지위는 조선의 수도인 한성부(현재의 서울)의 행정과 사법 업무를 총괄하던 최고 행정책임자인 종 2품 관직에 있었습니다.

현 시대  서울특별시장이자 장관급 고위직에 해당 하는 종 2품 관직 자리는  최고위직인 정1품(삼정승)의 바로 아래 단계 계층(1~2품)에 속하는 고위 관료직으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드라마에서 흔히 듣는 ‘대감(大監)’ 즉,정1품부터 정2품까지이고 종2품과 정3품 당상관은 ‘영감(令監)’이라는 높은 존칭으로 불렸습니다.

‘영감(令監)’이라는 높은 존칭으로 불렸던 강세황이 스스로 그린 자화상  복장의 의미를  현 시대와 비교해 보면 야구 모자를 쓰고 양복을 입고 셀카를 찍은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표암 강세황은 자신을 왜 이렇게 그렸을까요?

@Artistway-official 채널 영상에서 표암 강세황의 자화상에 담긴 의미를 확인 해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980년 뉴욕 지하철과 거리 벽면에 마치 원시시대의 그림과 같이 다소 거칠고 공격적인 드로잉에  밝은 원색과 파스텔 색이 난무한 가운데 블랙으로 그림의 무게를 잡고  사회의 어둠을 낙서처럼 휘갈긴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는 1983년에 휘트니 비엔날레에 최연소 화가로 참가하고, 1984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는 앤디 워홀(Andy Warhol),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와 공동으로 전시를 열며  거리의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일명 검은 피카소로 불리며 세계 미술사에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갱신해 나갔던 바스키아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약에 중독되어 생을 일찍 마감했다.

바스키아와 동시대 활동했던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1980년 뉴욕의 지하철역에 있는  검정 광고판에 흰색 분필로 만화적인 인물들과 형상을, 그리고 역동적인 패턴들로 가득 찬 독특한 낙서 같은 그림을 그려서 경찰에 연행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키스 해링은 하트, 아기, 개 , 사람 형상의 피큐어등의 다양한 실루엣의 조합을 구상화 시켜서 자신만의 구상적인 언어 기호로 피부색이나 성차별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10대 때 그래피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카우스(예명)는 새벽마다 공중전화 부스와 도로의 광고판을 뜯어 안에 있던 포스터를 꺼내 작업실로 가져가 밤새 그 위에 그림을 그린 뒤 몰래 제자리에 되돌려놨다. 

정교하면서도 뛰어난 그림 솜씨에  사람들은  광고판 브랜드가 유명 작가와 협업해 만들었다고  착각했다. 

그 착각은 현실이 되었고 카우스는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협업하고 싶어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트레이드마크인 X자 눈에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며 수줍음 등을 표현하는 카우스의 작품들은 

총감독(Director)'의 역할을 맡고 있는 카우스가 아이디어를 짜고,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면  그의 스튜디오에 숙련된 화가와 기술자들로 구성된 조수팀이 원화 프린팅 작품과 대형 조형상을 완성하고 있다.
조수팀의  손으로 만들기 힘든 거대 조각이나 플라스틱 아트 토이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하이테크 제조 공장 및 파트너사에 외주를 주어 제작하고 있다.

브루클린 미술관, 미국 국립예술학회(NGV)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는 그를 "동시대 불안을 단순하고 직접적인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고 있는 카우스는 거리의 낙서를 예술로 끌어 올린 바스키아, 키스 해링이 이룩한 업적과 비교 할 수 없는 아티스트다.

그는  미술학적이나 기술적인 측면(유화 기법, 정교한 드로잉 솜씨)보다는, 기존의 대중적 캐릭터를 차용한 직관적인 시각 언어와 글로벌 기업 및 패션 브랜드와의 영리한 광고 협업을 통해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여서 미술품은 소수의 특권층만 향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피규어, 의류, 포스터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통해 대중이 쉽게 예술을 소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거리의 붕어빵도 국민 과일 바나나도 예술가와 협업 하면 세상이 평가하는 가치의 무게가 달라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