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上朝日堂はいかにして鍛えられたか (新潮文庫) (文庫)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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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본들중에 짜집기 편집으로 출간된 하루키의 수필집은 여러권이다.

겹치고 중첩된 수필들도 여러개 결국 일어본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책은 주간지 무라카미 아사 히토우라는 잡지에 1997년에 연재되었던 글 모음집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각과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유머스럽게 썼다.

사뭇 쉽고 간결하게 쓴것 같아도 읽고 나면 역시 하루키 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개의 글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의 동반자,인생의 반려'라는 글을 옮겨 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행길에 어떤 책을 들고 갈 것인가 하는 명제는 누구나 고민하는 고전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물론 사람은 각기 독서 경향이 다르고, 여행의 목적이나 기간, 행선지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결론을 유추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에게 '언제 어떤 곳을 가든 O.K.' 라고 여길 수 있는 올 마이티적(almighty/전지 전능한)인 책이 한 권쯤 있다면, 인생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나는 중앙공론사에서 출간된 <체호프 전집>을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왜 <체호프 전집>이 여행길에 지참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인지, 적어도 나한테만은 그 이유가 명확하다.
    

1) 단편소설 중심이라서 짤막짤막하게 읽기가 쉽다.
2) 모든 작품이 완성도가 높아 거의 실망하지 않는다.
3) 문장이 읽기 쉽고 세련되면서도,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기로 가득하다.
5) 사이즈도 적합하고 무겁지도 않고, 표지가 두꺼워서 구겨지지 않는다.
6) 만약 누가 표지를 힐긋 보거나 해도 '체호프를 읽고 있는걸 보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지만.
7) 이건 아주 중요한 점은 몇 번을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발견을 한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체호프 전집> 한권을 가방에 넣어간다.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다 읽고 나서도 가지고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도일까 (대개는 두고 온다).
    

나는 같은 중앙공론사에서 졸저 <레이먼드 카버 전집>을 출간할 때도, '가능하면 <체호프 전집>과 같은 사이즈에 같은 체재로 해주셨으면 한다' 고 부탁하였다.

 그만큼 <체호프 전집>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먼드 카버가 가장 존경하였던 작가 역시 안톤 체호프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또한 무슨 인연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에는 들고 가지 않지만 인생을 통하여 몇 번을 읽어도 다시 읽는 책이 있다.  나한테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고,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곳을 펼쳐 놓고 몇 페이지를 꼼꼼히 읽는다. 줄거리는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으므로, 어디서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머리로 읽다가 놓치는 부분을 그런 식으로 읽으면 오히려 신기하게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읽기에는 탁월한 문체에 밀도가 높은 작품이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또 개인적인 관심이 없어서도 안 된다.
    

명편집자로 잘 알려져 있는 맥스웰 퍼킨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그런 책으로 삼고 있다.  그는 몇 번이나 그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거기에서 인생의 자양분과 용기와 힌트를 얻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항상 <전쟁과 평화>가 몇 권이나 비치되어 있고, 누가 오면 그 책을 선물하였다. 피츠제럴드도 헤밍웨이도 토머스 울프도 다들 한 권씩 받았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내가 옛날 <뉴요커>의 어느 편집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책상 뒤편 책꽂이에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의 영역본이 반 다스 정도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어, 그에게 질문하였다.


  "왜 똑같은 책이 몇 권씩이나 있는 거죠?"
  "내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을 하게 하기 위해서지."
그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이 책이 얼마나 멋진 책인지 설명할 수 있고, 그리고 관심을 갖는 사람한테는 한 권 선물할 수도 있고, 자네도 갖고 싶나?"
나는 아니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 일본어로 된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으니.
  "아아, 자네 일본 사람이었지."
   

언제까지고 자신의 심금을 울리는 책 한 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렇듯 귀중한 인생의 반려가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 그렇다는 뜻이다.
    

나는 얼마 전 미국의 책방에서 아주 세련된 장정의 양장본 <위대한 개츠비>를 입수하였다. 오리지널판의 복각본인 모양인데, 지질이나 인쇄상태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물론 내용은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위대한 개츠비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만, 감촉이 좋아 틈만 나면 손에 들고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긴다. 조금 더 실력이 향상되면,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번역해 보고 싶은데, 한참 갈길이 멀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인 관심이 깊으면 오히려 더 어려운 법인가 보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속에 내인생의 반려,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줄 한권을 찾아 봐야겠다.
찾게 된다면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두루 건네주며 한권이 전해주는 소중한 울림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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村上春樹 雜文集 (單行本)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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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1Q84를 발표하고 하루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언제나 글을 쓰고 번역하고 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다.

기나긴 장편을 쓰고 여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와도 여전히 잡지"앙앙"에 짧막한 글을 기고하며 틈틈히 챈들러의 소설을 번역하며 언제나 그렇듯 무라카미 하루키로 살아가고 있다.

2011년 1월,하루키는 작가로 데뷔한 30년동안 써왔던 어디까지나 지극히 잡다한 글들을 모아서 한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다.

'잡문집' 여러매체에 기고했던 인사말 ,서문 ,해설,단편 소설 등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69편의 글들을 가득 담았다.

목차를 살펴 보면

서문 어디까지나 잡다한 마음 가짐

1. 서문 해설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

같은 공기를 마시구 있구나 라는것

우리가 살아가기 힘든 세계

안자이 미즈마루는 당신을 보고 있다.

2. 인사 메세지 등

'마흔 살이 되면' 군상신인 문학상 수상소감

'앞으로 아직 길기 때문에' 노마문예신인상 수상 소감

'전혀 잊고 있어도 좋다.' 다나자키 상을 받은 시절

'이상하고 이상하지도 않은.'아사히 수상 인사말

'이제 와서 갑자기 라고 할까' 와세다대학 쓰보우치 쇼오 대상 수상 인사말

'아직 주위에 많이 있을것'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 수상 인사말

'나뭇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면' 신풍상 수상 인사말

자신의 내면에 미지의 장소를 검색할수 있다.

도너츠를 먹으면서 (미국대학교수시절 한국학생과의 일화)

좋을때 아주 좋은(안자이 미즈마루씨 따님의 결혼 축하 메시지)

'벽과 계란'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3.음악에 관하여

여백이 있는 음악은 듣고 질리지 않은

짐모리슨의 소울 키친

노르웨이의 나무를 보고 숲을 보다.

일본인에게 재즈는 이해 될수 있는 것일까

빌크로우와의 대화

뉴욕의 가을

모두가 바다를 가질수 있다면

연기가 눈에 스며들어

외곬수 피아니스트

말을 꺼내는것을 삼가하며

no where man(아무데도 못가는 사람)

빌리 홀리데이 이야기

4.언더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도쿄의 지하 블랙 매직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추구하지 않는 사람들

피와 살이 되는 단어를 찾아서

5.번역하고,번역되는

번역하는것과 번역되는것

내안의 'catcher'(끌어당기는)

고전에 버금가는 소설 인 '롱 굿바이'

거품(ムース)을 쫒아

스티브 킹의 절망과 사랑-고품질의 공포 표현

팀브라이언이 대학에 온 나날

바흐와 오스터(Paul Auster)의 효용

그레이스 페리의 중독적인 '씹는 맛'

레이몬드 카버의 세계

스콧 피츠제럴드-재즈 시대의 기수

소설보다 재미있는?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

기량있는 소설

카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들이 가진것은

번역 도사

6.인물에 대해서

안자이 미즈마루는 칭찬 할수밖에 없다.

동물원의 코끼리

교이치 스츠키(都築響一)적인 세상이 된다면

수집하는 눈으로 설득하는 말

칩카드의 일(직업)

가와이(可合)선생과 가와이 하야오(可合集雄)

7.눈으로 본것이 마음으로 생각한 것

데이브 힐튼 시즌

정확하게 다리미 거는 법

청어 이야기

잭 런던의 틀니

바람의 것을 생각하자

토니 타나카타를 위한 코멘트

다른 울림을 찾아

8.질문에 대한 답변
제대로 나이먹는것은 어려워

포스트 공산주의 세계에서 질문

9. 단편 소설-'밤의 거미 원숭이' 수록 OUT TAKE

사랑없는 세계

수행자炳浴行人(키니타닌 코진)

덤블속의 들쥐

10.소설을 쓴다는것은

부드러운 영혼

먼곳까지 여행할수 있는 방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문체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은

얼어붙은 바다와 토끼

이야기의 선(善)한 순환

부록 일러스트 해설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 X 안자이 미즈마루



실로 다양한 글들로 가득차 있는 이책의 페이지를 넘겨보면 문장들이 넘치고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쉼없이 써내려갔던 한 개인의 열정이 느껴진다.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글들을 썼을까?라며 스스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고 고백하지만 다듬어지지 않고 내용이 산만해도 부지런히 글쓰는 과정 속 에서 새어나온 따끈따끈한 땀방울 같은 글들이다.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이라는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레이몬드 카버와 단 한번 만났던 그날과 카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읽게 되었던 그날 속의 자신,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동료도 스승도 없이 홀로 하얀 백지장과 쓸쓸하게 맞대고 살던 그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

알콜중독과 생활고, 가정불화 속에서 써내려간 단편들, 그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던 하루키

1984년 여름 레이몬드 카버의 집을 직접 방문한 무라카미 하루키

'일부러 나같은 사람을 만나러 여기까지..'라고 말했던 레이몬드 카버

'언젠가 일본에 꼭 한번 방문해주세요.'라며 수줍게 대답한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그렇게 까지.'

자신보다 10살 많은 작가, 장편이 아닌 단편을 쓰는 작가 레이몬드 카버

이곳도 저곳도 아닌 우리의 일상속 희비극을 보여주고 떠난 레이몬드 카버

그의 전작품을 번역하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

단한번의 만남 으로 작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느낀 하루키는 카버의 단편속 인물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삶과 카버의 삶이 하나로 느껴졌다고 한다.

' 자기가 무엇인지' 라는 서문 말미에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이라는 글속에 하루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이러하다.



[ 굴 튀김 이야기

추운 겨울 해질 무렵,나는 단골 레스토랑에 들어가 맥주(삿보로 중간크기)와 굴튀김을 주문한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5개 짜리 굴튀김과 8개 짜리 굴튀김 두가지를 선택할수 있다.

무척 신선해서 엄청난양의 굴튀김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8개짜리 굴튀김을 주문했다. 오늘은 무진장 굴튀김이 먹고 싶으니까.

굴튀김에 곁들여 나오는 것으로는 얇게 채 썰은 양배추가 듬뿍 따라 나온다.

달고 싱싱한 양배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더먹고 싶어질정도다.

더먹으려고 주문하면 정가에서 50엔이 추가된다.

그러나 나는 양배추가 더먹고 싶어질정도는 아니였다.

나는 정말로 굴튀김 그것만 먹으려고 온거지 곁들여 나온 양배추를 먹으려 온게 아니였다.

게다가 지금 주문한 그릇을 잔뜩 쌓아놓은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접시에 올려진 굴튀김 껍질에서 아직도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있다.

작게 들려도 멋진 소리다.

눈 앞에서 직원이 굴들을 바로 튀겨낸다.

엄청난 기름을 담은 냄비가 있는 곳 부터 내가 않아 있는 카운터 옆 좌석 까지 운반되어 왔다.

기껏해야 5초 정도 걸렸을까.

어떤 경우에는- 예를들면 추운 저녁 무렵이 되었을때 굴튀김을 먹으러 가는 경우라는건 - 속도에 엄청난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일거다.

젓가락으로 굴튀김옷을 북 찢어서 두개로 쪼개면 바로 한가운데 굴이 어디까지나 굴로써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다. 정말로 보기만 해도 굴로써 존재하고 굴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굴의 색깔로써, 굴의 형태로써 존재 하고 있다.

굴들은 얼마전 까지 어느 바다 속에 살고 있었다.

말없이 꼼짝않고 밤이건 낮이건 딱딱한 껍질 속에 굴스럽게 그렇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럿것들이 이제는 내 접시위에 올려져 있다.

나는 내스스로가 굴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

기름에 튀겨져서 양배추를 옆에 두고 잠들어 있지 않아서 기쁘단 말이다.

우선 내자신이 윤회전생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쁘다.

그럼에도 내가 다음생에 굴로 태어날지 모른다는 둥이라는 생각 같은거 하고 싶지 않은걸.

나는 그 굴들을 조용히 입속으로 넘겼다.

튀김옷과 굴이 내입속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바싹바싹한 튀김옷이 이빨에서 사르륵. 폭신폭신한 굴이 이빨에서 사르륵 함께 녹아내려야만 감촉을 한번에 느끼게 된다.

미묘하게 뒤섞인 향이 내 입속 이빨에 닿아 한복판에서 축복하듯이 쫙 퍼진다.

나는 지금 행복을 느낀다.

나는 굴튀김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그래서 이렇게 8개 굴튀김이 나오는데로 먹었다.

그런사이에 맥주도 마셨다.

이런게 한정된 행복에 불과 한게 아닐까 라고 당신은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전에 한정된 행복이 찾아왔던적이 언제 였더라?

그리고 참으로 진정으로 한정된 행복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결론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지을수 없다.

굴튀김 속에 무슨 힌트 같은것이 있지 않을까 응시하며 내가 남긴 3개의 굴튀김을 잠시 노려본다.

어쨌든 그들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내 어깨 부위에 어렴풋이 굴튀김이 조금씩 힘을 북돋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런게 절대로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몇개의 굴튀김이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내자신의 일부 (개인적 반영) 중 한가지 이니까.

그런식으로 마음(숲)속 깊은곳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테니까.]



굴튀김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또다시 책상앞에 앉아 어제도 그랬듯이 하얀 백지속을 가득 채운다.

69편의 잡다한 글들 속에는 낮게 소곤소곤 거리기도 하고 느릿느릿 주절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싶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잠시 책장을 덮고 먼곳을 응시하며 멍한 상태로 서있게 된다.

수상 소감을 읽을때면 잠시 홍차를 마시고 쿠키 가루들을 페이지 속에 떨어뜨리며 활자가 시야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재즈와 청어 ,도너츠,뉴욕등의 페이지로 넘어가면 활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시선을 단단하게 고정 시킨다.

책장을 덮으면 그가 먹었던 것들, 보았던것들, 갔던곳들, 번역했던 책들이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며 그의 발자국,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던 그가 내삶의 한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자주는 아니여도 이따끔씩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가슴 한구석에 멍자국을 남기지 않았지만 쓰담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푸석거리고 서걱거리는 일상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다.

나른한 포즈로 누워있는 고양이 등을 쓰담고 있을 그에게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다.

고마워요. 하루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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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Was Soft There: A Paris Sojourn at Shakespeare & Co. (Paperback) - A Paris Sojourn at Shakespeare & Co.
제레미 머서 지음 / Picador USA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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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센 강변의 낡고 오래된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80이 훌쩍 넘은 주인이 서점안에 들어와서 책을 읽고 있는 그어느 누구에게도 '가게 문닫을 시간이 그만 나가주세요.'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무료로 재워주는 안식처다. 이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범죄자들을 추척하는 기사들을 작성하는 기자였지만 어느날 어떤 범죄자에게 협박을 당하자 무서움에 몸서리치면서 모든걸 다 버리고 도망치듯  파리로 날아간다. 우연히 들린 책방에서 괴짜 서점 주인 조지를 만나게 되고 그의 서범에서 먹고 자면서 서점일을 돕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한 책들을 맘껏 읽게된다. 서점주인인 조지는 젊은 시절 열렬히 공산당을 지지했었고 지금은 절대 이상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이시대의 젊은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자신의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없이 다독인다.

저자는 자신이 떠나온 삶의 흔적을 되돌아 보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이책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미래에대한 걱정없이 삶을 방치 하면서 살아갈수 없는게 현실이지만 지금 이 삶도 내가 꿈꾸던 삶이 아니였다고 모든걸 부정 할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애초부터 부조리하고 알수없는 의문들로 가득찬 모순덩어리다. 책을 읽는 자는 희망을 품게 되고 져버리지 않게 된다. 끊임없이 읽지 않으면 꿈틀거리던 꿈들이 어느새 사그러져버린다. 그 희망의 등대가 파리에 있다. 책을 읽는 그순간 모든 시간이 멈추는 안식처가 된다. 이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 조지는 지금쯤  아흔살이 넘었다. 그의 이상 진정으로 현실적이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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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biographies of Orhan Pamuk: The Writer in His Novels (Hardcover)
Michael McGaha / Univ of Utah Pr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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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대학의 mcgaha교수가 2006년 노벨문학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에 대한 전기로 그의 작품들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과 함께 출간된 작품들의 비평들을 소개하면서 파묵의 작품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폭넓게 읽히고 있는지 조명했다.

mcgaha교수는 파묵의 문학 작품들속에 녹아있는 오스만 제국의 흥망성쇠, 터키 국가의 건설,현대 터키 사회가 겪고 있는 기나긴 혼돈과 진통을 볼수 있다고 말한다.

이책의 첫장에는 터키를 건국한 우파 극우주의자들의 계속된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야기된 충돌사건을 다루면서 (서방언론의 기사도 함께 다뤘다.) 2005년 파묵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Thirty thousand Kurds were killed here. And a million Armenians. Hardly anyone dares mention it. So I do. And that's why they hate me.')을 하자마자 터키의 정치계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파묵은 터키인들을 모독 했다며 극우파들에게 살해 위협을 당하고 그와 친한 유능한 칼럼니스트가 암살당한다.(그는 아르마니아인들에 대한 학살기사를 보도를 한적이 있다.)

터키인들은 나라를 모독했다고 파묵을 몰아세우는가 하면 지식인들중에 거의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터키인들이 목격하고 겪고 저지른 그 엄청난 만행을 제대로 이야기한 진정한 지식인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잇다른 법적 소송(터키인을 모독한죄)과 암살위협에 시달렸지만 파묵은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거나 취소하지 않고 극우파들에게 사과 하지 않는다.(파묵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두번째 장에는 파묵의 가족사를 들려 주는데(이미 오르한 파묵은 '이스탄불', 'other colors'라는 두권의 에세이를 통해서 자신의 유년기-청년기-장년기등을입체적으로 보여줬다) 그의 조부가 이뤄 놓은 막대한 부로 인해 파묵의 집안은 3대에 걸쳐서 별탈없이 살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시절 부터 엄청나게 싸우면서 경쟁했던 형은 학자의 길로 갔지만 화가가 되고 싶어 했던 파묵은 대학에서 건축공부를 중도 포기 하고 글쓰기에 전념한다. 파묵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왕성하게 사업을 벌리고 여러번 실패를 하면서도 시를 읽고 쓰는것을 포기 하지 않을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대단 했다고 한다.(실제 그의 아버지는 엄청난 장서를 보유한 수집가였고 출장을 핑계로 파리,스위스의 호텔방에서 글쓰기에 전념했다.) 파묵은 대학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매진하며 1977년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서 저널리즘을 공부한다. 여러시들과 습작 소설들을 썼던 파묵은 Milliyet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에 최고의 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데뷔한다. 그의 데뷔작은1982년 'Cevdet Bey and His Sons'이라는 작품으로 자신의 집안 (파묵의 3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The White Castle" (1985)라는 작품을 발표하고 나서 몇년뒤 그는 미국으로 건너 가서 3년간 뉴욕에서 The Black Book" (1990)을 완성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문학계에 그의 이름이 알려 지기 시작하는데 mcgaha교수는 비교적 날카로운 목소리로 파묵의 작품들을 조목 조목 비판한다.

우선,My Name is Red" (1998)에서파묵이 여태껏 묘사한 여성 캐릭터 중에  가장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 되어있다고 언급하며 첫장편 'Cevdet Bey and His Sons'속의 여주인공가 너무 흡사하다며(이작품에 대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했다고 말했다.)  여주인공의 모습,성격을 두번 우려 먹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파묵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모습과 행동에서 자신의 생각과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투영시키는데(그의 여러작품에서 끊임없이 재생된다) 정처없이 떠돌거나 방황하고 결국에는 제대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엉망으로 방해한다고 비판한다.(간단한 스토리들을 너무나도 긴 장문,다양한 기교들'추리,미스테리,로맨스'등을 뒤섞고 버무린는 현란한 기교로 독자들을 어지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고난 독자들은 파묵의 현란한 기교들로 인해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린다며 1994년에 발표한 'The New Life'의 작품이 가장 최악으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데 이야기의 출발은 간단해도 주인공의 여정이 명확하지 않은채 자아 도취와 불확실한 대상에 대한 몰입에 잔뜩 취해 있는 작품이라고 비판 한다.

 The White Castle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며 The Black Book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그는 각 작품의 캐릭터들의 묘사,성격을 비교 대조 해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파묵의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들의 특징, 문제점들을 비판하는데

파묵의 책을 영어로 번역 했던 번역가들( Erdag M. Goknar- My Name is red ,Guneli gun - The New Life ,Victoria Holbrook - The White Castle ,Maureen Freely -snow,the black book, istanbul, other colors.the museum of innocence)의 번역서들을 놓고 파묵의 작품들이 왜 쉽게 읽히지 않았는지 그이유를 번역가의 오역과 실수 그리고 파묵의 난해한 문장(그는 손으로 쓰는데읽기 힘들정도로 악필이라고 한다.)

파묵의 복잡하고 긴 장문을 제대로 번역한 사람으로 Guneli gun의 번역서를 설명하면서 파묵의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해서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번역한 the white castle은 영국에서 최악의 번역서로 뽑혔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최고의 번역서로 뽑혔다고 한다. my name is red를 제외하고 그동안 출간된(1990년이후) 파묵의 모든 작품,에세이들은 Maureen Freely 가 번역하는데 소설을 출판할 정도로 문장력을 인정 받았지만 파묵의 문장 해독력과 가독성에서는 문제가 있을만큼 그다지 잘된번역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Maureen 이 번역한  the black book은 문장이 난해하기로 유명한데 모호한 문장 자체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서 불필요할정도 의역을 한 나머지  Maureen 자신이 쓴 소설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detective story를 이슬람풍의 신비스럽지만 해결할수 없는 미스테리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문장으로 번역했다고 비판한다.

mcgaha교수는 원래 스페인 문학의 대가로 스페인권 문학에 영향을 주고 받은 이슬람권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 학자다. 그는 파묵이 작가로써의 최고의 위치와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것에 주목하며 파묵으로 인해 터키라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전세계인들에게 알린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 중에 작가 라고말 한다.  224페이지 분량에 180 페이지는 파묵의 성장배경, 문학세계,여러 비판들,자신의 견해로 채웠고 나머지는 서문과 목차,주석,찾아보기등으로 채워져있다.

이책은 파묵의 에세이 '이스탄불'이 출간한 직후 발행되었다. 파묵은 그이후 미국 대학에 머물면서 강의와 강연, 저술등 왕성한 활동을 하며 2008년엔 또다른 에세이'other colors'를 발표했고 2009년에는 장편 ' the museum of innocence'를 발표했다.
그의 글은 섬세하면서도 눈에 아른 거릴정도로 선명하고 투명해서 소설 인물들이 실제 말을 걸어 오는것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읽고 나면 읽은것이 아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내귀가 스쳐 들은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묵은 여전히 글을 쓰고 발표하면서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면서 자신을  둘러싼 비판,논평,비난등을 훌쩍 뛰어 넘는 배짱이 두둑한 작가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하나하나씩 쌓아올리는 부지런하고 겸손한 작가 파묵.

어떤 작품을 쓰더라도 그는 파묵,오르한 파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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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Frank (Hardcover)
Nancy Horan / Ballantine Books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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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ah Borthwick Cheney 은 자신의 다이어리에 oak park avenue(시카고)에 지을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모시고 살 아늑한 집을 상상하며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당대 유명한 건축가Frank Lloyd Wright.(후에 구겐하임미술관을 설계한 )에게 설계를 의뢰한다.

그리고 두사람은 각자 가정이 있지만 사랑에 빠진다.

이책을 처음 집어 들었던건 frank에 대한 호기심때문이였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점점 mamah의 목소리에 빨려들어갔다. mamah는 20세기초반 석사학위를 받은 지식인으로 스웨덴 작품들(ellen keys/feminist)을 번역하며 자의식을 두텁게 쌓아가는 여성이였다. 이책은 두사람이 만났던 1903년부터 1914년까지 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7년간 오로지 이책을 쓰는데 매달렸던 작가 nancy역시  두사람의 생애를 보냈던 시카고  oak park avenue 24년을 살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품 곳곳에 20세기초반 역동하는 시카고의 구석구석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historical fiction이지만 실존했던 두인물 그리고 당시에도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두 기혼 남녀의 사랑이 소설이 아닌 실화처럼 느껴진다.

'행복은 연습이다. 마치 행복한것처럼 연기 하다보면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mamah는 남편 edwin의 말을 들으면서 두사람 사이에 어떤 빈공간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녀는 자신만의 공간, 마음껏 창작할수 있는 공간을 간절히 원하는것과 동시에 어느새 frank를 향해 강렬한 사랑의 진동을 느낀다.  두사람은 서로의 빈공간을 채워 주면서 신념과 사랑을 채워나간다.

강물속에 뛰어들면서 mamah는

[I have been standing on the side of life, watching it float by. I want to swim in the river. I want to feel the current.] 라며 연인 frank를 향해 외친다.

이야기의 축은 그녀의 일기장, frank의 편지들 그리고 여러 인물들과 주고 받는 대화들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오고 간다. 그래서 쉽게 스토리에 빨려 들어 가지 않는다. 상당 부분은 20세기 초반 태동하던 여성운동 그리고 momah가 맹렬하게 매달려서 번역하던 스웨덴 여성인권 운동가 (ellen keys)의 작품들이 간간히 나오는데 이야기의 몰입과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었다.

frank의 이기적이고 인색한 성격이 부각되면서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 했다. 그는 아내와 6자녀들을 남겨두고 훌쩍 유럽으로 떠나버린다. 자신의 건축사무소 직원들의 월급도 거의 주지 않았는데 그들도 항변을 못했다. 유명한 건축가 밑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고 한다. mamah 역시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이들은 남겨두고 frank가 있는 곳으로 떠난다. (아이들의 교육은 가정교사들과 자신의 친언니에게 맡기는걸로 무척 안심한다)

독립적인 삶을 이룰려는 그녀의 욕망, 그리고 끊임없이 대작을 건축 하려는 frank  그는 굉장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녀의 지적욕구를 실현시켜주는데 많은 힘을 보태주고 그녀는 그의 모든 면모를 존경과 사랑으로 감싸준다. 두남녀는 각자 가정과 육아에서 해방 되고 나서 맹렬하게 일하고 사랑한다. 후에 frank는 엄청난 명성과 미국현대사에 남길 건축물들을 하나하나 설계해나간다. 두사람의 인생여정을 따라가면서 '나만의 공간'을 갖는다는게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mamah는 위스콘신에서 frank가 설계한 집에서 살다가 끔직하게 집단 살해 당한다.(흑인 집사에게,실제로 일어난일)그녀의 사망후 frank는 그녀가 미처 이루지 못한 빈공간들을 채워나가게 된다. '홀로 설수 있는 힘, 자립하는 능력, 그 모든건 개인의 선택 이다. 자신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것 ,희생을 감수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를 얻어 행복을 이룬다'

설계를 의뢰한 고객과 마주 하며 frank는 자신의 연인(mamah)의 말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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