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上春樹 雜文集 (單行本)
무라카미 하루키 / 新潮社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장편소설1Q84를 발표하고 하루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언제나 글을 쓰고 번역하고 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다.

기나긴 장편을 쓰고 여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와도 여전히 잡지"앙앙"에 짧막한 글을 기고하며 틈틈히 챈들러의 소설을 번역하며 언제나 그렇듯 무라카미 하루키로 살아가고 있다.

2011년 1월,하루키는 작가로 데뷔한 30년동안 써왔던 어디까지나 지극히 잡다한 글들을 모아서 한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다.

'잡문집' 여러매체에 기고했던 인사말 ,서문 ,해설,단편 소설 등 지금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69편의 글들을 가득 담았다.

목차를 살펴 보면

서문 어디까지나 잡다한 마음 가짐

1. 서문 해설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

같은 공기를 마시구 있구나 라는것

우리가 살아가기 힘든 세계

안자이 미즈마루는 당신을 보고 있다.

2. 인사 메세지 등

'마흔 살이 되면' 군상신인 문학상 수상소감

'앞으로 아직 길기 때문에' 노마문예신인상 수상 소감

'전혀 잊고 있어도 좋다.' 다나자키 상을 받은 시절

'이상하고 이상하지도 않은.'아사히 수상 인사말

'이제 와서 갑자기 라고 할까' 와세다대학 쓰보우치 쇼오 대상 수상 인사말

'아직 주위에 많이 있을것' 마이니치 출판 문학상 수상 인사말

'나뭇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면' 신풍상 수상 인사말

자신의 내면에 미지의 장소를 검색할수 있다.

도너츠를 먹으면서 (미국대학교수시절 한국학생과의 일화)

좋을때 아주 좋은(안자이 미즈마루씨 따님의 결혼 축하 메시지)

'벽과 계란'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3.음악에 관하여

여백이 있는 음악은 듣고 질리지 않은

짐모리슨의 소울 키친

노르웨이의 나무를 보고 숲을 보다.

일본인에게 재즈는 이해 될수 있는 것일까

빌크로우와의 대화

뉴욕의 가을

모두가 바다를 가질수 있다면

연기가 눈에 스며들어

외곬수 피아니스트

말을 꺼내는것을 삼가하며

no where man(아무데도 못가는 사람)

빌리 홀리데이 이야기

4.언더 그라운드를 둘러싸고

도쿄의 지하 블랙 매직

공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추구하지 않는 사람들

피와 살이 되는 단어를 찾아서

5.번역하고,번역되는

번역하는것과 번역되는것

내안의 'catcher'(끌어당기는)

고전에 버금가는 소설 인 '롱 굿바이'

거품(ムース)을 쫒아

스티브 킹의 절망과 사랑-고품질의 공포 표현

팀브라이언이 대학에 온 나날

바흐와 오스터(Paul Auster)의 효용

그레이스 페리의 중독적인 '씹는 맛'

레이몬드 카버의 세계

스콧 피츠제럴드-재즈 시대의 기수

소설보다 재미있는?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

기량있는 소설

카즈오 이시구로 같은 동시대 작가들이 가진것은

번역 도사

6.인물에 대해서

안자이 미즈마루는 칭찬 할수밖에 없다.

동물원의 코끼리

교이치 스츠키(都築響一)적인 세상이 된다면

수집하는 눈으로 설득하는 말

칩카드의 일(직업)

가와이(可合)선생과 가와이 하야오(可合集雄)

7.눈으로 본것이 마음으로 생각한 것

데이브 힐튼 시즌

정확하게 다리미 거는 법

청어 이야기

잭 런던의 틀니

바람의 것을 생각하자

토니 타나카타를 위한 코멘트

다른 울림을 찾아

8.질문에 대한 답변
제대로 나이먹는것은 어려워

포스트 공산주의 세계에서 질문

9. 단편 소설-'밤의 거미 원숭이' 수록 OUT TAKE

사랑없는 세계

수행자炳浴行人(키니타닌 코진)

덤블속의 들쥐

10.소설을 쓴다는것은

부드러운 영혼

먼곳까지 여행할수 있는 방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문체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은

얼어붙은 바다와 토끼

이야기의 선(善)한 순환

부록 일러스트 해설 대담 무라카미 하루키 X 안자이 미즈마루



실로 다양한 글들로 가득차 있는 이책의 페이지를 넘겨보면 문장들이 넘치고 쏟아져 나오던 시기에 쉼없이 써내려갔던 한 개인의 열정이 느껴진다.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글들을 썼을까?라며 스스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고 고백하지만 다듬어지지 않고 내용이 산만해도 부지런히 글쓰는 과정 속 에서 새어나온 따끈따끈한 땀방울 같은 글들이다.

'단 한번의 만남이 남긴것'이라는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레이몬드 카버와 단 한번 만났던 그날과 카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읽게 되었던 그날 속의 자신,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동료도 스승도 없이 홀로 하얀 백지장과 쓸쓸하게 맞대고 살던 그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

알콜중독과 생활고, 가정불화 속에서 써내려간 단편들, 그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던 하루키

1984년 여름 레이몬드 카버의 집을 직접 방문한 무라카미 하루키

'일부러 나같은 사람을 만나러 여기까지..'라고 말했던 레이몬드 카버

'언젠가 일본에 꼭 한번 방문해주세요.'라며 수줍게 대답한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그렇게 까지.'

자신보다 10살 많은 작가, 장편이 아닌 단편을 쓰는 작가 레이몬드 카버

이곳도 저곳도 아닌 우리의 일상속 희비극을 보여주고 떠난 레이몬드 카버

그의 전작품을 번역하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

단한번의 만남 으로 작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느낀 하루키는 카버의 단편속 인물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삶과 카버의 삶이 하나로 느껴졌다고 한다.

' 자기가 무엇인지' 라는 서문 말미에 '맛있는 굴튀김 먹는법'이라는 글속에 하루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이러하다.



[ 굴 튀김 이야기

추운 겨울 해질 무렵,나는 단골 레스토랑에 들어가 맥주(삿보로 중간크기)와 굴튀김을 주문한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5개 짜리 굴튀김과 8개 짜리 굴튀김 두가지를 선택할수 있다.

무척 신선해서 엄청난양의 굴튀김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8개짜리 굴튀김을 주문했다. 오늘은 무진장 굴튀김이 먹고 싶으니까.

굴튀김에 곁들여 나오는 것으로는 얇게 채 썰은 양배추가 듬뿍 따라 나온다.

달고 싱싱한 양배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더먹고 싶어질정도다.

더먹으려고 주문하면 정가에서 50엔이 추가된다.

그러나 나는 양배추가 더먹고 싶어질정도는 아니였다.

나는 정말로 굴튀김 그것만 먹으려고 온거지 곁들여 나온 양배추를 먹으려 온게 아니였다.

게다가 지금 주문한 그릇을 잔뜩 쌓아놓은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접시에 올려진 굴튀김 껍질에서 아직도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있다.

작게 들려도 멋진 소리다.

눈 앞에서 직원이 굴들을 바로 튀겨낸다.

엄청난 기름을 담은 냄비가 있는 곳 부터 내가 않아 있는 카운터 옆 좌석 까지 운반되어 왔다.

기껏해야 5초 정도 걸렸을까.

어떤 경우에는- 예를들면 추운 저녁 무렵이 되었을때 굴튀김을 먹으러 가는 경우라는건 - 속도에 엄청난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일거다.

젓가락으로 굴튀김옷을 북 찢어서 두개로 쪼개면 바로 한가운데 굴이 어디까지나 굴로써 존재하고 있다는걸 알수 있다. 정말로 보기만 해도 굴로써 존재하고 굴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굴의 색깔로써, 굴의 형태로써 존재 하고 있다.

굴들은 얼마전 까지 어느 바다 속에 살고 있었다.

말없이 꼼짝않고 밤이건 낮이건 딱딱한 껍질 속에 굴스럽게 그렇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럿것들이 이제는 내 접시위에 올려져 있다.

나는 내스스로가 굴이 아니라 소설가라는 사실이 기쁘다.

기름에 튀겨져서 양배추를 옆에 두고 잠들어 있지 않아서 기쁘단 말이다.

우선 내자신이 윤회전생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쁘다.

그럼에도 내가 다음생에 굴로 태어날지 모른다는 둥이라는 생각 같은거 하고 싶지 않은걸.

나는 그 굴들을 조용히 입속으로 넘겼다.

튀김옷과 굴이 내입속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바싹바싹한 튀김옷이 이빨에서 사르륵. 폭신폭신한 굴이 이빨에서 사르륵 함께 녹아내려야만 감촉을 한번에 느끼게 된다.

미묘하게 뒤섞인 향이 내 입속 이빨에 닿아 한복판에서 축복하듯이 쫙 퍼진다.

나는 지금 행복을 느낀다.

나는 굴튀김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그래서 이렇게 8개 굴튀김이 나오는데로 먹었다.

그런사이에 맥주도 마셨다.

이런게 한정된 행복에 불과 한게 아닐까 라고 당신은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전에 한정된 행복이 찾아왔던적이 언제 였더라?

그리고 참으로 진정으로 한정된 행복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그런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결론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지을수 없다.

굴튀김 속에 무슨 힌트 같은것이 있지 않을까 응시하며 내가 남긴 3개의 굴튀김을 잠시 노려본다.

어쨌든 그들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내 어깨 부위에 어렴풋이 굴튀김이 조금씩 힘을 북돋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런게 절대로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몇개의 굴튀김이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내자신의 일부 (개인적 반영) 중 한가지 이니까.

그런식으로 마음(숲)속 깊은곳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테니까.]



굴튀김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또다시 책상앞에 앉아 어제도 그랬듯이 하얀 백지속을 가득 채운다.

69편의 잡다한 글들 속에는 낮게 소곤소곤 거리기도 하고 느릿느릿 주절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싶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잠시 책장을 덮고 먼곳을 응시하며 멍한 상태로 서있게 된다.

수상 소감을 읽을때면 잠시 홍차를 마시고 쿠키 가루들을 페이지 속에 떨어뜨리며 활자가 시야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재즈와 청어 ,도너츠,뉴욕등의 페이지로 넘어가면 활자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시선을 단단하게 고정 시킨다.

책장을 덮으면 그가 먹었던 것들, 보았던것들, 갔던곳들, 번역했던 책들이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며 그의 발자국,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던 그가 내삶의 한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자주는 아니여도 이따끔씩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가슴 한구석에 멍자국을 남기지 않았지만 쓰담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푸석거리고 서걱거리는 일상에 훈훈한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다.

나른한 포즈로 누워있는 고양이 등을 쓰담고 있을 그에게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다.

고마워요. 하루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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