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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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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을 좋아하니 독서클럽이 세개나 된다. 한달에 읽어야하는 책만 세권이다. 11월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한홍구의 '역사와 책임'이다. 내 수준으로 가속력이 떨어지는 도서들이라 조금은 걱정된다. 독서가 숙제로 다가온 슬픈 현실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고양이의 관점에서 바라 본 인간 군상의 이야기인데 가독성이 떨어진다. 소설의 구성단계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클라이막스), 결말의 다섯 단계를 가지고 있지만, 이 소설은 450페이지의 분량임에도 뚜렷한 스토리가 없다. 클라이막스도 없는 스토리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 사람의 얼굴을 미끈거리는 주전자로 표현하거나, 인간에 대한 적나라한 풍자는 가끔 미소 짓게 한다.
소설 속 고양이는 소세키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고양이는 영어선생 구샤미의 집으로 들어오지만 하녀에 의해 몇 번이나 버려지고 이름도 부여받지 못한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수양부모에게 팽개쳐지는 소세키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다.
소설은 주인공 구샤미를 둘러싼 주변인물을 다루고 있다. 구샤미는 영어선생으로 늘 서재에 파묻혀 사는 인물이지만, 실상은 책을 한 페이지도 읽기 전에 잠들고 마는 허세 한량이다. 대표적인 주변 인물은 허풍쟁이에 거짓말을 잘하며 주위 사람 놀리는 게 취미인 메이테이 선생이다. 또한 ‘목매닮의 역학’이라는 엉뚱한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개구리 눈알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의 영향’ 이라는 황당한 주제의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간게쓰군이 있다.
이들은 모두 일본의 근대화가 한창 진행 중인 메이지 시대의 일본 지식인을 상징하며, 고양이의 눈을 통해 인간들의 한심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1900년대 초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현대인에게 접목해도 좋을 지적이다. 얕은 지식을 과장하며 거드름을 피우고, 차별화된 만남이라고 착각하듯 주변인과 부조화 속에 모호한 정체성을 띠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인간을 비웃고 조소하는 고양이의 관점은 참으로 신선하다.
서평도 세개나 써야 한다. 규환이는 매월 격주로 문화재 철당간 주변을 청소하는 봉사를 한다. 나는 매니저로 따라가 사진도 찍고, 잔소리도 하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커피숍으로 갔다. 보림이가 보내준 '투썸 아메리카노 한잔' 쿠폰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책을 읽는다. 보림이는 엄마가 기분 좋아지는 법을 알고 있다. 독서는 어느덧 밀린 숙제가 되었지만 휴일 오전에 카페에 앉아 내 정신을 맑게 하는 커피 한잔과 책이라니....기분 좋은 스트레스다!
원래 인간이란 것이 자신의 역량을 자만하여 우쭐거리는 게 보통인데, 인간보다 좀 더 센것이 나타나 버릇을 들여야지, 안 그러면 앞으로 얼마나 더 우쭐거릴지 알 수 없다. p. 14
사치스러운 사람이 무쇠 솥에서 자글거리는 솔바람 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하는 것처럼 주인도 책을 머리맡에 두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에게 책이란 읽는 것이 아니라 잠들기 위한 도구, 즉 활판 수면제인 셈이다.
p. 159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신은 한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자신하면 당사자의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남이 처한 곤경이 그 편한 마음 덕에 소멸되지는 않는다. 그런 부류의 신사 숙녀는 이 하녀의 계통에 속하는 인물이다. 밤이 많이 깊은 듯하다.
p. 160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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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성당 엄마들과 신부님 생신 써프라이즈 파티를 해드렸다. 급한 준비라 치킨이랑 케잌, 과일, 빵, 마른 안주 등 대부분 인근 마트에서 구입했다. 집에서 아끼는 청자빛 그릇도 가져왔다. 아쉬운대로 주변에서 딴 노랑 소국이랑 감나무잎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니 가을 내음이 물씬 난다. 풍선도 불어 천장이랑 벽에 달고, 아이때 쓰던 생일파티 현수막도 거니 파티 분위기가 되었다. 엄마들도 신부님도 많이 감동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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