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 오늘 라디오스타 별별공감 문자주제가 #봄이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입니다. 봄날이면 특별히 생각하게 되는 사람,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사서) 첫사랑? 제가 ㅇㅇ여고를 다녔는데 옆 ㅇㅇ고에 마음에 드는 남학생이 있었어요. 문제는 친구의 친구인거죠. 저는 잘 몰랐지만, 저를 좋아한 남학생의 친구라네요. 제 여자 친구에게 부탁해 러브레터까지 보냈는데 거절을 당했습니다. 자신은 사랑보다 우정이 중요하다며.... 그때가 아마 무심천 벚꽃이 한창이던 2학년 봄이었을 거예요. 제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아쉽게 끝났습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아련한 추억이지요.
아나) 사서님이니까 봄이 오면 생각나서 한 번씩 꺼내보게 되는 책이 있는지?
다른 계절보다 봄에 읽으면 좋다고 권할 만한 책은?
사서) 봄에 생각나는 책은 시집입니다. 봄에는 자꾸 밖을 보게 되고, 나가고 싶잖아요. 차분히 책을 읽지 못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벼운, 금방 읽을 수 있는 시집을 읽어요.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 정호승 시인의 ‘포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집을 꺼내봅니다. 문태준 시인의 새로 나온 시집도 좋아요. 제목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 좋아합니다. 시 읽어 볼까요?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나) 2주 전에 청주ㅇㅇ도서관 김ㅇㅇ 사서님이, 봄이 오면 도서관이 바빠진다고 하셨는데, 충북중앙도서관의 봄 분위기는 어떤가요?
사서) 3월에는 자료실에 새 책이 많이 들어오고, 우리도서관에도 새로운 행사를 시작합니다. 학생 대상 독서회 및 ‘그림책, 요리, 주산암산’ 토요락 도서관 등 10개 과정을 개설했고, 학부모대상 인문학, 도형심리, 스피치, 프랑스자수 등 15개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4월부터 학교에 지원하는 독서교육 사업, 예를 들면 꿈의 책버스, 찾아가는 학교독서교육, 책으로 여는 세상, 도서관.사서직업 체험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아나) 앞으로 3월 혹은 4월 초에 기다리고 있는 도서관 소식은?
사서) 올해 신규 사업으로 만13세에서 18세까지 중.고등학생 대상 1318 독서마라톤을 운영합니다. 독서와 마라톤을 접목한 독서운동이지요. 우리도서관 홈페이지에 월 1회 이상 독서감상문을 작성하면 되고, 연말에 구간별 완주증도 드립니다. 4월 7일에 발대식을 하는데, 서울경제신문 장선화 기자가 ‘공부가 쉬워지는 생생 글쓰기’ 주제의 강연도 합니다. 신청은 학교 독서담당 선생님께 하면 되고, 어제부터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주간 행사를 합니다. 우리도서관은 4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에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강연회가 있습니다. 주제는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이며, 대상은 중.고등학생, 학부모 200명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모집은 3월 26일부터 합니다
아나) 봄이 오면서 요즘 충북중앙도서관에 오신 분들이 많이 찾는 책은 어떤 것?
사서) 지난달에 제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소개해드렸잖아요. 라디오스타의 인기일까요? 베스트셀러여서 일까요? 그의 저서 <말의 품격>과 함께 꾸준히 대출됩니다. 편안하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그런 듯합니다.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유정 소설 <28 / 7년의 밤>도 인기 있습니다. 7년의 밤은 영화로 곧 개봉 되서 인기가 있는 듯합니다.
아나) 오실 때마다 도서관의 좋은 독서모임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계신데,
사서)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독서모임을 소개하려 합니다. 책에 관심 있는 지인 5명이 회원이고, 한 달에 한번 카페에서 만납니다. 최근에 토론한 책은 한동일 신부님의 라틴어 수업(서강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라틴어 수업 내용 및 라틴어와 연관된 에세이, 카르페디엠, 숨마쿰라우데(최우등), 자기 스스로를 위로 해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입니다. 4월 토론 책으로 강상중교수의 <고민하는 힘>을 선정했습니다.
아나) 3월에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지역작가 책들이 있는지요?
사서)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청소년 소설가이죠. 청원 출신 김선영 작가의 신작 ‘내일은 내일에게’ 와 증평 출신 김혜정 작가의 ‘오늘의 민수’ 2권이 들어왔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나) 오늘, 라디오스타 청취자 여러분께 권하시고 싶은 추천 책은?
사서) 오늘의 추천도서는 4월에 우리 도서관에 오시는 뇌 과학자 장동선 박사의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입니다. 작년에 인기 있던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뇌과학 상식을 재미있게 들려 주었죠. 이 책은 한국계 독일인인 장박사가 독일과 뉴욕에 거주하면서 경험한 문화적 충돌과 뇌 과학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풀어낸 과학 에세이입니다.
특히 뇌과학자들이 조사한 내용 중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많은데요. 몇 가지 말씀드리면 하마는 짝짓기를 위한 싸움이 시작되면 입의 크기로 사랑의 승자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물리적 충돌과 큰 부상을 겪으면서 나름 현명한 방법으로 진화한 거지요.
또한 어중간한 숫자는 특히 7로 끝날 때 슬쩍 과학적 정밀성을 암시한다는 실험결과도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주시민의 독서율은 74%입니다 보다는 74.7%가 더 믿음이 간다는 겁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중독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뇌는 진짜 세상과 사이버 공간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므로 폭력적 게임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은 남들에게 고통을 줄 때 죄책감을 덜 느끼며 동정심도 덜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무서운 이야기지요.
뇌를 기쁘게 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 기분 좋은 대화를 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뇌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니 억지로라도 활짝 웃는 습관입니다.
아나) 추천책의 저자는 어떤 분인가요?
사서) 장동선 박사는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성장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남다른 남다른 외모 때문에, 우리나에서는 튀는 행동 때문에 겉도는 아이였습니다. 아웃사이더로 머물며 세상을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일과 미국 소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모 자동차회사 책임연구원이며, ‘세상의 모든 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 합니다’
아나) 왜 이 책을 고르셨나?
사서) 저는 소설책도 좋지만 가끔은 지적 허영심, 호기심을 충족해줄 책도 좋아합니다. 과학에 문외한이지만, 그런 이유로 과학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이 책처럼 명쾌한 답을 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주니까요. 이 책의 저자도 눈에 익숙한 것만 보지 말고, 독서, 여행을 통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의 뇌를 깨우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청취자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실 책입니다.
아나) 책 속에서 밑줄 쫙- 쳐서 음미하고 싶은 구절들은?
사서) "우리의 뇌 속에는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의 뇌가 존재합니다. 쉴 새 없이 분주한 우리의 뇌가 가장 많이 노력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예측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발달했거든요. 그렇기에 우리의 ‘뇌 속에는 다른 사람들의 뇌'라는 또 다른 뇌가 있습니다.”
(혼자 보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행복을 느끼는 이유이지요)
“우리의 자아는, ‘나’라는 존재는, 결코 단단한 돌로 된 조각상이 아닙니다. 자아는 오히려 반죽 덩어리로 만든 소조상과 비슷합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왜냐하면 반죽 덩어리는 가지각색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변형시켜 우리의 마음에 들도록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수록 나는 안 돼,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내 성격은 못 고쳐 하기 보다는 반성하고,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사위에는 여섯 개의 면이 있지만, 우리가 동시에 볼 수 있는 면은 아무리 많아도 세 면뿐입니다. 사람들에게는 제각각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면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주사위 하나에서도 세 개의 면 이상을 볼 수 없는데, 한 사람에게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그 사람의 숨겨진 부분에 비해서 얼마나 적을까요?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늘 아주 작은 단면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나와 다름, 다르게 생각함을 인정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아나) 그럼, 오늘의 선곡 미션. 방금 소개하신 그 책과 어울리는 음악, 골라오셨지요?
사서) 며칠 전 크로스오버 임태경씨 공연에 갔는데 ‘My way’를 불렀어요. 평소 좋아하는 가수인데 유난히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장동선 박사도 한국계 독일인으로 태어나 정체성에 혼란도 겪고, 독일인도, 한국인도 아닌 아웃사이더로 방황했지만 결국 뇌과학자로 우뚝 섰지요. 내 방식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점이 무언가 일맥상통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힘들 때 용기를 주는 노래,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노래입니다. 그래서 신청합니다.
라디오 방송이 나가고 다음 날 도서관으로 두 통의 전화가 왔다. 한 사람은 학부모인데 방송 듣고 전화했다며 1318 독서마라톤을 꼭 신청하고 싶단다. 내 목소리를 듣더니 "어머 방송하신 분이죠? 잘 들었습니다. 특히 풍경소리 낭송 참 좋았어요~~" 한다. 아이 학교에 연락했는데 답이 없다며 어떻게 안되냐고 하기에 냉큼 신청해 주었다.
다른 한 통화는 내가 제주도 갔을때 다른 직원이 받았는데 장동선 강연 신청하고 싶단다. 라디오 잘 들었다고, 앞으로 쭈욱 듣겠다고 좋은 책 많이 알려 달라고 했단다. 벌써 2명의 고정 청취자 확보했다. 점점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