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라디오 방송에서 책 소개 코너를 들을때 '내게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소개할까?, 나도 할 수 있는데...' 막연한 상상을 한 적 있다. 조금은 원했던걸까? 얼마 전 우연히 기회가 왔다. 시립도서관에 근무하는 후배가 방송국에 나를 소개한 것이다. 후배는 여전히 내가 열정적이고 의욕이 많은줄 안다... 관계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KBS 지역 방송국은 처음이다. TV에서 보았던 라디오 방송 현장을 직접 보니 조금 떨린다. 한달에 한번이라 덜 부담스럽긴 하지만 매번 1-2권의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일수도 있기에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내본다.

첫 방송은 준비한 원고가 짧아 아나운서의 구박(?)을 받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른채 지나갔다.

열심히 하다보면 내공이 생기겠지?

팝송을 신청하면서 영어 제목을 열번쯤 연습했다.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첫 방송 원고.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부러워하는 분들도 많고 로망 같은 게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공공도서관 사서는 주말 근무가 필수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족이 쉬는 주말에 근무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한 지금은 행복합니다. 저는 학생 대상 독서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낌니다.

작년에 명사 초청 독서 진로특강을 5회 운영했는데, 특히 공부멘토 박철범 강연때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학부모께 감사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자극을 받아 핸드폰도 반납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부했답니다.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책에 둘러 쌓여 있는 일도 행복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꺼내 읽을 수 있으니까요.

 

틈틈이 책을 소개하는 칼럼도 많이 발표하셨지요? 사서로서 책을 권하는 기준이 있다면?

네 지역신문에 월 1회 칼럼을 쓴지 십년 넘었습니다. 책 안 읽는 분들을 대상으로 해서 편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위주로 선정합니다. '엄마 반성문, 명견만리, 이동진 독서법 등'

 

요즘 도서관을 찾는 분들이 많이 읽는 책은?

도서관에 하루 평균 천 오백명이 이용하고 자료실도 7-800명 정도 이용합니다. 많이 읽는 책은 컴퓨터 관련 책과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주호민의 신과함께 등도 꾸준히 인기 있습니다. 어린이 책은 엄마는 단짝 친구, 안녕 자두야, 수학 도둑 등 만화책이 많이 대출됩니다.

 

도서관의 독서모임 중에 소개할 만한 동아리는? 추천 독서모임 1개 소개, 거기선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학생 및 학부모 대상으로 반딧불 독서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둘째주, 셋째주 수요일 10시에 진행합니다. 올해 선정한 책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등입니다.

 

지금 방송 들으신 분들 중에 그 독서모임 참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지금 문자를 주셔도 되고, 독서교육팀으로 전화 주시면 됩니다.

 

오늘의 본론, 라디오스타 들으시는 분들을 위해 사서님이 골라 오신 책은? 추천도서 소개

                 오늘의 추천도서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입니다. 베스트셀러이기도 하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다가 섬세한 표현에 머리 아파 고른 책인데,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하지요.저자의 다양한 인생경험이 에피소드로 스며들어 잔잔한 웃음을 주는 책입니다. 예를 들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직원들이 '환자' '어르신' 대신에 '김여사님' 또는 은퇴 전 직함을 불러 드렸답니다. 환자에서 환이 아플 환자라 더 아프다는 말과 함께. 배려의 말 한마디가 플라시보 효과가 되는 거지요.

 

그 책의 작가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기주씨는 경제지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출판사 대표입니다. 본인은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는 일이 취미라고 말합니다. 저서로 '말의 품격',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등이 있습니다.


 

그 책 속에서 ~!’하는 느낌을 받아 밑줄 쫙~ 긋고 싶은 구절은?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 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293페이지에 나오는 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라는 말도 기억하고 싶은 구절입니다.

 

               "우린 가장 귀한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가장 값진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습니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책 권하는 라디오>코너는 출연하신 분들께 선곡 미션이 있는데, 방금 소개하신 그 책과 어울리는 음악, 골라오셨죠?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입니다. 이 책에서도 소개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말이라고 하지요' . 나부터 미안해! 고마워!를 자주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신청합니다. 

그럼, 선곡하신 그 음악,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들으면서 충북중앙도서관  사서님과는 여기서 인사를 나눕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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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8-03-24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져요! 좋은 책 추천도 감사합니다.

세실 2018-03-24 09:49   좋아요 0 | URL
오우 쌤 잘 지내시죠^^
더 멋지신 쌤께 칭찬 받으니 으쓱! 감사합니다~~

라로 2018-03-24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나에게는 간절한 소망인 일이네!! ㅎㅎㅎㅎ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라디오에 나와서 책소개 하는 거거든!! 그런데 자기 글을 읽어보니 진짜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십여년이 넘게 독서칼럼을 썼으니 이런 일도 들어오는 거지. 더구나 원만한 대인관계하며!! 어쨌든 부럽고 자랑스러워~~~!! 자기 프로그램 인기 많아져서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에 소개되면 좋겠다!! 내가 알라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자기같은 친구를 둘 수 있었겠어!! 인연에 무한한 감사와 자기 앞날에 더 큰 축복을~~~~!!!👍

세실 2018-03-25 13:24   좋아요 0 | URL
언니에게도 로망이구나. 제가 페북에 관련 글 간단히 올렸는데 학교샘이 자신은 학창시절부터 꿈이었다며 굉장히 부러워하네요. 짤리면 그 분 추천해 드린다고 했어요. 언니를 추천해 드려야하나? ㅎㅎ
에구 늘 과찬하시는 언니. 부끄러워요.
저는 제 역량보다 늘 과대평가 되어.....늘 감사하지요.
축복 냉큼 받을게요~~~~~ 사랑합니다!!!!!!

지나 2018-03-25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져요.저도 문헌정보과 나와서 진심으로 어린이 도서관 사서 일을 원했지만 못하고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응원합니다.

세실 2018-03-25 13:44   좋아요 0 | URL
이런 안타까워요.
요즘 전공 찾기 힘들죠.
현재 일에서 전공을 발휘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독서회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