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잠시 청주 KBS 자료실에 몸 담았었다. 들어갈때는 정식직원을 기대했지만, 임시직이란다. 보수는 스크립터 수준. 지금이야 방송작가라는 명칭과 페이가 굉장히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때는 형편 없었다. 몇개월이 지난뒤 딜레마에 빠졌었다.

그럴즈음 이쪽에 합격이 되었다. 합격후에도 '집근처 아니면 못간다. 자취는 죽어도 못한다' 하며 버틴 결과 집 근처로 발령이 나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괘씸한 지고.... 

관장 1명, 사서 1명, 기능직 2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도서관이라 사서가 오만가지 일을 다 해야 했다. 사서업무, 예산, 회계, 행정업무, 사업까지...아 자료실 청소도 해야 했다. 초등학교 옆인지라 비온뒤에 아이들이 묻혀온 흙 청소하려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해야 했다. '내가 뭔 고생인가. 이러고 살아야 하나....."하면서. 나중엔 기능직분이 해주셨다. 처음부터 해줄것이지....

그래도 친구들이 옆에 있었기에 점심때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렸고, 볼링 레슨도 받아 한 볼링 했으며(폼만~), 주부독서회원들과 친해진 뒤에는 전화통에 불이 나고, 은근슬쩍 외출도 했었다. 흐

그러면서 지금 이곳에 발령을 받아 오고 결혼도 하면서, 시아버님이 이 쪽에 근무하다 퇴직하신지라 후광도 많이 받았다. 지금이야 비닐끈도 없어졌지만 한동안 든든한 악어빽이 되주셨으니 감사할 따름.

그후  한창 도서관일이 재미있을때(지금으로부터 8년전) 일을 찾아서 했다.  독서지도에 빠졌을때다.  바쁜 와중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독서회도 운영했고, 가는 곳마다 주부독서회도 만들었으며, 독서교실 교안도 만들었고, 그러면서 장관상도(별 대수롭지도 않지만서도) 타고,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지도의 실제'라는 수업도 했었다.

전국순회독서교육이라는 한국도서관협회 사업으로 전남지역과 경남지역을 돌며 독서강의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나의 전성기 였던듯......유난스럽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의욕이 넘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다 (과거형) 그러면서 보림이도 낳고, 규환이도 낳고....좋은 일만 있었다.

그러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얼굴을 살짝 수술했으며(절대 성형수술아님) 2개월정도 고생했다. 지금은 멀쩡함.

그런 와중에 알라딘을 알게되고, 좋은 일도 많이 생겼지만 안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업무에는 별 관심이 없어지고, 누가 뭘 물어도 심드렁...오로지 책과 관련된 이야기라야 눈이 반짝......

요즘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학습동아리에서 <공공도서관 어린이독서회 프로그램 저학년용 교안>을 짜고 있는데 문득 옛날의 전성기가 떠오르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관운이 좋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으며, 50대의 나를 생각하며 마음을 잡아본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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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1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대의 나를 생각하며 마음을 잡아본다 - 강추 -

내이름은김삼순 2006-06-1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대단해요^^
긍데 사고가 났었군요,,이런,,지금은 괜찮으신가요?
휴유증이 자고로 무서운 법인데;;;
암튼 아잣아잣^^

조선인 2006-06-1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세실님!
(에, 또, 자랑페이퍼 맞습니다. ㅎㅎㅎ)

하늘바람 2006-06-1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교통사고가 나셨었군요. 이제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세실님의 직장생활이야기 재미나고 부럽고 그러네요

ceylontea 2006-06-1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리고.. 너무나 부러운 직업입니다.. 부렁부렁...

세실 2006-06-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그새 이렇게 많이....ㅠㅠ 이래서 제가 알라딘을 못 그만둬요. ㅠㅠ

물만두 2006-06-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50에는 대통령상? 암튼 아자~!!!

sooninara 2006-06-1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이 미모와 능력을 갖추신건 다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아자아자...

2006-06-13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6-06-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하시기에 충~분 합니다.

아영엄마 2006-06-1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그만 두면 사는 낙이 반쯤 줄어들어요~~ ^^

세실 2006-06-13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서린님. 호호호. 그쵸? 미래를 꿈꾸는 삶. 충분히 매력적이죠~~ 감사합니다!
삼순님. 지금은 말짱합니다. 그나마 경미한 사고 였다네요....얼굴뼈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어흑.... 감사합니다.
조선인님. 님은 더욱 멋지실듯^*^ 흐 자랑해서 죄송합니다.
하늘바람님. 뭐 님도 프리랜서로 멋지게 사심시롱..전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삶도 부러워요....9시출근 6시퇴근이니....틈이 없어요. 틈이!
실론티님.제가 넘 자랑질 했나봐요...별반 뭐...실전에서 함 따분하고 그래요. 한 긍정하는지라 좋은 것만 썼나요? 청소 얼마나 힘들었는데요...ㅠㅠ
만두님. 허걱..저 정치의 정자도 모르거든요..그저 소박하게 도서관장이라고나 할까.... 3급이니..7급에서 가능할까 몰라요. ㅋㅋ
수니님. 감사합니다. 역시.님은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 분~~~~ 알 라 뷰!
음..글씨 크기 한개 늘리면 넘 커져요. ㅠㅠ
hnine님 지금은.별반 자랑할꺼이 없어요. ㅠㅠ
아영엄마님. 글킨 하겠죠? 그래두..흑. 이러다 짤리면 우리 아이들은 어쩌구요...넘 무기력해져요. ㅠㅠ




전호인 2006-06-1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년이라~~~ 많은 세월이 흘렀내여. 그래여 한참 왕성하게 일할 때가 있었지여. 내 일 이니 남의 일이니 이런 것 생각않고 오직 앞으로만 나가던 시절이.......
세실님도 이젠 현재 업무에 전문가가 되셨겠지여. 저두 제가 하던 일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일을 벌이는 것이 귀챦아지기 시작했지여.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지여. 아니다 싶더라구여 과감히 결심한 것이 오늘의 연수원 교수입니다. 그동안 앞만보고 달려오니라 지나쳤던 것, 시간이 없어 못했던 것을 연구해 보고 싶었고, 심적으로 피곤한 것을 재충전하는 계기로 삼은 것입니다. 무기력은 회사생활에 있어서 독입니다. 글쳐! 자신을 알고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여.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무난히 그 꿈을 이루실 것으로 믿습니다. 글을 보니 의지가 충분하신 것 같아여. ㅎㅎㅎ.

해리포터7 2006-06-13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자랑스러우실만 해요..대단하신분이셨군요. 참 열정적이세요..불거지고있는 성형의혹이??

민경맘 2006-06-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화이팅!!!!
공무원 생활의 출발이 비슷해 이 글을 읽으며, 도서관 근처에서 근무했던
옛시절이 생각나네...
항상 의욕적이고 활동적이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지금도 유효인것 같아!!!
비오는 오늘 촉촉히 적시어 더욱 푸른 나뭇잎처럼
늘 싱그럽길....

사랑지기 2006-06-1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창기에 그만한...청소 안한 사서...가 얼마나 될까 싶네...세실은 적어도 화장실 청소는 안했잖아..숙직실 이불빨래며..ㅋㅋ ..그래도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고 막 들어온 신참 사서들에게.. "나 옛날에는 말이지..함서.." 폼(?)잡고 얘기할 수있는 어떤 훈장(?) 이라는 생각이 든다네...ㅎㅎ ...나만 그런가? 오늘처럼 비오는 날 ..넘 좋아...아자아자!!!..홧팅하자 ..

세실 2006-06-1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님도 참 열심히 사셨고, 살고 계시는분 같아요..자신을 가꾸고 산다는 것. 참 힘든 일이죠. 저의 단점이 또 말이 앞선다는 것입니다. 후회하면서 반복하기도 하죠..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지겠죠? 결벽증 때문에 지금까지 애인은 있었어도 남친은 없었는데 님은 좋은 친구가 될것 같습니다. 친구.....

해리포터님. 자랑인 듯하여 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가끔 삶을 뒤돌아 보는 것도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반석같아요. 호호호 성형 안했거든요? ㅋㅋㅋ. 바램이 있다면 눈가의 주름제거 수술하고 싶어요...제가 또 한 건조 하거든요..

민경맘. 자네랑 나도 참 오랜 친구지. 같은 학교를 다닌것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면 사회친구인데 참 끈끈해 그치? 보림, 규환이의 대부, 대모이고 나또한 은혜, 민경이의 대모가 되니 우린 죽을때까정 함께 할듯 ^*^ 늘 고맙고, 미안하네....조만간 얼굴 꼭 보자구. 자네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편안해 지고, 따뜻해 지는거 알지?

사랑지기님. 쿄쿄쿄. 님 생각하면 뭐 저야 편하게 직장생활했죠....화장실 세면대 깨트린적은 있죠. 컵 닦다가....푸하하 그거이 신규들은 싫어할수도 있답니다. 우리가 안과장님 옛날이야기 싫어하듯이.... 저두 넘 좋아요. 일 스톱입니다. 이따가 관장님이 저녁 쏘신다네요~~

세실 2006-06-14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별님 아자 아자!

마태우스 2006-06-1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모가 손상되었다니 갑자기 속상합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그런 짓을..그것도 횡단보도에 있는데...
-세실님 미모 지키기운동본부마태드림-

세실 2006-06-1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마태님 눈물나요. 하여간...마태님의 재치는 아무도 못말려~~~
에궁 비 오는 날 이슬 마셔줘야 하는데....

BRINY 2006-06-1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의욕과 실천력, 부럽사옵니다~

세실 2006-06-1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반갑습니다. 요즘 바쁘신가봐요~~~ 한때 그랬다는 이야기 입니다. 전설이어요. 흑..요즘은 월급 받는것이 미안할 정도로 땡땡이 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