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도서관 일상은 단조롭다. 출근해서 도서관 한바퀴 돌고 직원들과 차 한잔 마신다.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오늘의 도서관 행사를 공유한다. 과묵한 남자들이라 주로 내가 떠든다. 인터넷으로 교육관련 신문 스크랩을 보고 업무 관련 인터넷 결재를 한다. 자료실에 가서 이용자와 인사하고 중앙지를 훑어본다. 내일 있을 프로그램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며칠후 열리는 도서관운영위원회 회원들에게 전화한다. 대부분 교장샘. 장학사, 기자, 센터장이라 내가 직접 전화하고 챙긴다.
금요일에는, 도서관 행사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문학서평쓰기` 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내가 만들고 직접 참여한다. 내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도서관의 랜드마크(프로그램마크?) 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년 9월에 시작했는데 회원이 15명이나 된다. 3월에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읽고 토론했다. 회원중 건축학도는 배흘림의 원리(?) 에 대해, 도자기 작가는 도자기 분야에 대해 디테일하게 부연 설명을 한다. 전문가에게 들으니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이 더 와닿는다.
다음 책으로 4월에는 `그리스인 조르바`, 5월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6월은 `왕들의 부부싸움`, 7월은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골랐다. 내가 진행하기보다는 각 책마다 리더를 두어 발제와 진행자가 되도록 했다.
점심시간에 간단히 밥을 먹고 회원 공방으로 차 마시러 갔다. 홍익대,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으로 부부가 시골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신랑은 청자를 굽는 몇 안되는 유명 도예가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때로는 정지된 느낌도 든다. 햇살 가득한 사랑방(?)에서 차를 마시니 마음이 정갈해진다. 혜원의 `월하정인` 작품을 이야기하며 상상하고는 깔깔거린다.
한달에 한번 포트럭파티를 하기로 했다. 각자 음식을 한가지씩 가져와 맘에 드는 그릇에 세팅해서 먹기. 난 주로 김밥이나 과일을 담당하기로...
시골도서관에 근무하는 즐거움이다. 행복은 내가 만들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도처에 있다.
여우꼬리
첫 사진은 공방에서 사온 오목한 접시에 과일 담고, 주전자에 우유 담아 먹은 우리집 토요일 아침 식사.
두번째 사진은 공방에서 마신 차 한잔!
세번째 사진은 아이 학원 데려다주고 인근 카페에서 책 읽는 중!
문득 간송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혜원의 '월하정인'을 꼭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