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 라디오에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하는 인터뷰를 했다.
독서프로그램 관련 인터뷰를 하다가 지역신문에 서평을 싣고,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했더니 섭외가 들어왔다.
난 별 생각없이 오케이! (목소리는 안좋으면서 이 당당함이라니....)
그렇게해서 요즘 재미있게 읽은 교양노트를 소개하는 기회가 되었다.
성적에 밀려 독서교육이 한없이 위축되는 요즘, 이렇게 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도서관과 사서라는 직업을 홍보하는 것도 나름 독서인구 저변 확대에 작은 기여가 되겠지. (참 건전한 마인드를 가진 공무원^*^)
안녕하세요. 0000중앙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 정**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읽는내내 행복했던 그래서 페이지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던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교양 노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인터넷 서점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블로거들이 마리여사라는 애칭으로 그녀에 대한 호감어린 글을 쓸 때 그녀를 선점한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빨리 읽어야 겠다는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지난 설 연휴동안 마리여사에 푹 빠져 살면서 그녀의 팬이 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력이 참 다채롭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출생했고 아홉 살 부터 열 네 살 까지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했고, 러시아어 동시 통역사, 작가,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06년 56세에 난소암으로 사망했는데 문득 동시 통역사는 아니었지만 번역가로, 작가로 유사한 삶을 살다간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님을 떠올렸습니다.
<교양 노트>는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 졌지만 인문학 스럽습니다.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코드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에는 그녀가 동시통역사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생각, 그리고 일본인으로서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져 있습니다.
책의 한 구절을 읽어보면,
“확실히 일본인은 잡종 민족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일본열도에는 여러 시대에 걸쳐 남방의 섬들로부터, 또는 대륙에서 다양하고 잡다한 민족들이 들어와 정착했다. 그래서 일본인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대륙은 바다에 둘러싸인 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민족 간의 교류나 혼혈의 기회가 많았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 대륙의 민족이 외견상으로 통일성을 유지하고, 교류 빈도가 훨씬 낮은 일본인의 겉모습이 제각각 인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오래전부터 그런 의문이 들곤 했다. 수수께끼가 풀린 것은 이케다 기요히코 씨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였다. 이케다 씨의 관찰에 의하면, 같은 영역에 동일한 종이 속해있을 때 여기에 아종으로 구분되는 곤충이 생식할 경우, 생존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아종마다 그룹화가 더욱 강하게 촉진된다고 한다. 아종 간의 다른 점을 더욱 확실히 강조하는 한편, 동일 아종 내의 비슷한 점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때로는 종이 갈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용모가 달라지는 동일한 종의 곤충이 발견되는 모양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본인의 생각과 연구자료를 접목한 사실적 접근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을 안겨 줍니다.
그리고, 단식을 권함이라는 소제목에는 살 처분 하려던 닭 200마리에게 2주동안의 단식을 통해 건강한 몸과 다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었다는 잡지 보고서의 예를 들면서 단식의 유용함을 이야기 합니다. 또한 일과 휴식에서는 "취미는 일입니다" 라는 일중독이라는 낙인이 찍힌 일본인의 특성과 휴가의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유추 해석할 수 있는 그녀의 해박함이 부럽고, 적절한 예시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 스타일을 닮고 싶습니다. 그녀의 글에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읽는 즐거움을 줍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는 또 하나의 현실을 보는 눈이 그녀에게는 있습니다.
이 책은 교양인이 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청소년과 학부모, 직장인들에게 추천합니다.
곧 시작될 찬란한 봄을 요네하라 마리에와 함께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녀의 책 중 프라하 국제학교에서 만난 세 친구를 주제로한 <프라하의 소녀시대>와 서평에 관심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독서일기와 서평을 모아놓은 책 에세이집 <대단한 책>도 적극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