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종종 강변의 전철역에서 내렸다. 집까지 한시간도 넘게 남은 거리에서 충동적으로 내려 매번 같은 벤치에 앉았다. 벌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자전거들과, 사람들이 하늘에 날리고자 하는 갖가지 장난감들과, 다리 아래 변색된눈금들을 보았다. 사람 안쪽에도 저런 눈금이 있으면 좋을 텐데, 차오른다면 알 수 있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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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약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생색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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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죽으면 세상이 멎는다. 미미하지만 매우 현실적으로, 되돌리거나부정할 수도 없게, 세상이 끝난다. 그러나 시간은 꾸준히 흐른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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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사회와 부유층 특유의 모성 집약적 육아intensive mothering문화는 내가 연구한 엄마들에게 확실히 재앙이었다. 이 용어를 만든사회학자 새런 헤이즈Sharon Hays는 모성 집약적 육아를 ‘자녀 양육에 엄마가 어마어마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소비하게 (의무화)하는 성편향적 육아방식‘이라 정의한다. 끊임없는 감정적 소모를 감당하고, 아이의 심리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꾸준히 활동을 제공하고, 아이의 ‘지능발달을 촉진‘ 하는 것까지 전부 다 엄마의 역할로 간주되며, 그 모든 역할에 철저하지 못하면, 심지어 자유방임하기만 해도 엄마로서 태만하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라고 헤이즈는전한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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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즈음 ‘정원교‘라는 유서 깊은 종교에빠져 있었다. 같은 교인으로 타샤 튜더와 헤르만 헤세가 알려져 있고일본에서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이가 활약 중이다. 나는 신약서인 듯장미 순접 동영상을 되풀이해 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접목 집도에 임했다. 접목한 장미에 싹이 트면 그 복음을 이웃 교인에게 황급히 전했다.
- P34

예전 살던 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집에 초대하고 방문하는 것이꽤 복잡한 일이었다. 집에 놀러 오라는 것이 빈말은 아닌지 헤아려 보고, 집주인은 흉잡히지 않을 만큼 집을 청소하고 차와 음식을 준비해야 하며 방문객도 그에 뒤지지 않을 선물을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는 어린 시절 대문 앞에서처럼 "누구야, 놀자아" 하는 것으로 절차가 끝났다.
- P49

이 마을의 도서관은 가 본 중 가장 시끄러운 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엄마들조차도 "사실 책을 읽으러 오는 건아니죠"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도서관의 주 이용자는 마을의 초등학생과 그 엄마들이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문을 열고 가방만 던져 넣은 후 몸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도서관 마당에서 소꿉놀이나축구, 딱지치기를 하거나 나무를 기어오르고 겨울에는 썰매를 탔다.너무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억울한 얼굴로 도서관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책을 읽기보다는 팽이를 돌리느라 시끄러웠다. - P54

그즈음 딸아이가 학교에서 마을지도를 그린 모양이었다.
.........
"딸내미가 스머프 같은 지도를 그렸어"하며 남편에게도 보여 주었다.
도시에서 자랐다면 아이의 지도에는 낯선 이의 세탁소와 편의점, 문방구와 슈퍼마켓이 그려져 있지 않았을까? 그보다 의미 있는친구와 추억이 들어 있는 지도를 보며 새삼 마을이 나와 아이에게 베푸는 것들이 느껴졌다.
- P56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의 <행복은 전염된다>에는 감정의 전염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실험 결과가 있다. 네트워크연구자인 저자들은 2000년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엄의 주민을 표본 집단으로 사람들의 형제와 친구, 배우자들 간의 유대감과 그들의행복 수준을 연결망 그래프로 그려 보았다. 1020명의 네트워크를 분석해 보니 연구 대상들에게 행복한 친구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그들이 행복해질 확률이 약 9퍼센트씩 늘어났다. 반대로 불행한 친구가 한 명 추가될 때마다 행복해질 확률이 약 7퍼센트씩 떨어졌다. - P76

스티븐 킹은 초고를 완성하면 서랍에 넣고 6주 동안 묵혀 두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되도록 원고를 생각하지 않는 기간 후에야 퇴고를 시작했고 이를 원고가 발효되는 시간이라 불렀다. 투르게네프의 발효 기간은 좀 더 길어서 최소 세 달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초고를 마치면 몇 주건, 몇 달이건 원고에서 떠났다 돌아왔다. 왜냐고 묻자 그는 "제정신인 사람이 장편소설 같은 것을 쓸 리가 없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 P127

어떤 인디언 부족은 여행을 떠나는 이에게 ‘지도도, 지갑도 잃어버리길‘이라고 축복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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