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1 -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명탐정 홈즈걸 1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것은 서점직원의 로맨스... 였으면 좋겠지만 그냥 탐정물.
하지만 주인공이 탐정이 아니라 주인공의 후배가 탐정이다.
주인공은 오지랖 때문에 일단 사건을 떠맡은 다음에 후배한테 넘기면 그걸로 80%는 해결.
똑똑한 후배는 어딜 가나 사랑받는 법이다. (얼굴도 예쁘겠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한 얘기나 '서재' 얘기, 나아가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까지도 좋아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만약 거기에다가 어린 시절 아가사 크리스티나 코난 도일 등에 푹 빠져 있던 적이 있다면,
게다가 혹시라도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면, 정말 이 책은 안 좋아하고는 못 배길 듯.

아,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주저말고 집을 것!
일본어능력시험 몇 급이라든지, 일드를 눈감고도 알아듣는다든지 하는 고급 일본어 말고
일본어로 1에서 100까지 셀 수 있을 정도면 된다.
나는 이치 니 산 시 까지 밖에 모르는 일본어 바보라서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답답했달까...
아니 답답함을 넘어서 나중에는 번역자가 미워지기까지 하더라.
무릇 탐정소설이라면 작가가 알게 모르게 흐트려 놓은 단서들을 하나둘 조합해 나가는 재미도 있어야 하거늘
이 책은 중요단서 부분을 일본어 소리나는 대로 써놔서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다.
'사부로니'가 3,6,2 를 뜻하는 줄 내가 어디 꿈에라도 상상했겠냐고!!!!
이런 건 번역자가 알아서 우리말로 재치있게, 기발하게 가다듬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부로니' 말고 '산뉴기..' 이런 식으로라도!
뭐, 테이블보를 '테이블크로스'라고 써놓은 건 이쯤 되면 포기해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번째 이야기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는
핸섬한 일본 남학생이 절로 상상돼서 읽는 내내 침이 줄줄. 
맨 끝에는 <서점의 일은 서점인에게 물어라>는 서점 직원들끼리의 대담 코너도 실려 있는데
여기 나온 서점 직원들은 <배달 빨간 모자>에 나온 맹한 여자애한테 끌리는 모양이다.
총 5개 실린 이야기들 중 특히 좋아하는 등장인물을 꼽아보는 건, 다 읽고 난 후의 잔재미.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대담 같은 거 되게 좋아하는 거 같은데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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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ㅅㅈ 선배가 당첨이 됐다며 데리고 가준 홍세와 저자와의 만남. 아이고 좋아라!
그런데 이날 일이 좀 꼬였다.
선배가 차 댈 곳이 없어 내가 사는 오피스텔 지하에 주차를 하려고 했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주차카드를 건네줬는데
융통성 없는 주차관리 아저씨가 카드에 적인 차번호와 선배의 차번호가 다르다며 무료주차를 불허한 것!
말도 안 돼! 나는 관리비도 꼬박꼬박 (....;;;;) 내는 당당한 세입자라고!
주차관리 아저씨는 관리실에 가서 새로운 차량번호를 등록하라고 했고 그러려면 전세계약서가 필요한데
오마이거쉬, 때마침 이게 어디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거다.
그리고 찾으면서 생각해 보니 나 사실 지난달 관리비 안 냈지...
괜히 관리실 찾아갔다가 밀린 관리비 어쩌고 하면 나는 홍당무가 될 텐데...
ㅅㅈ 선배는 집에서 피자와 핫윙을 시켜먹자며 나를 들들 볶고 있었고
바로 그 때! 똑똑한 내가 국회도서관을 생각해 내는 바람에 선배는 무사히 주차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
그리고 파파존스에서 올미트 피자랑 핫윙을 시켜서 카펫 위에 반쯤 누워 냠냠.
밤샘원고를 쓴 선배는 샤워까지 후딱 마친 다음 오마이뉴스로 출발. 
 

 

 홍세화 선생님을 직접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사람도 엄청 많구나.
지금까지 다른 작가와의 만남엔 오히려 빈 자리가 많아 이쪽에서 미안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엔 꽉꽉 들어찼다.
세심한 주최측이 탄산음료와 작은 과자를 준비해 뒀는데 ㅅㅈ 선배와 나는 굳이 탕비실까지 들어가 커피를 타마시고.
그런데 여기서 부끄러운 사실을 하나 고백하자면 선배와 나 둘 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유일한 저서인 줄 알았다는 것.
그런데 그간 책도 많이 내셨었구나. 시간 내서 다 사 봐야지.

그리고 드디와 홍세화 선생님 입장.
허리 숙여 인사를 수없이 반복하며 볼빨개진 미소로 들어오신다.
이 날의 주제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그는 귀국 후 택시를 탈 때마다 택시기사에게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고 한다. 나도 한 때는 택시를 몰았노라고.
기사 역시 반가워하며 어디서 일했냐고 묻고, 나는 파리에서 일했다 대답하고 그렇게 화기가 애애할 무렵,
기사가 그럼 지금은 어디에서 일하냐고 물어보고 '한겨레'에서 일한다고 대답하는 순간 분위기는 급 반전.
대개의 경우 기사들은 한겨레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전라도 신문이다, 운동권 신문이다 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고.
그래서 일부러 "그럼 기사님도 한겨레를 구독하나 보네요?" 하고 슬쩍 물어보면 역시나 택시기사구독률은 0 %.
여기에서 의문이 생성된다.
한겨레를 읽지 않고도 어떻게 그들은 한겨레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견해는 왜 그리도 견고한가?
왜 '한겨레를 읽지 않아 잘 모른다'는 솔직한 답변은 나오지 않는 걸까?

정운찬 총리와의 기묘한 인연도 재미있다.
둘은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 동기동창. 그 유명한 경기중고등학교에 서울대 라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은 대한민국 총리가 되고 한 사람은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둘의 생각의 변곡점이 생긴 건 도대체 언제인가?

위 두 가지에 대한 답은 모두 책에 들어 있다.
강연회가 있던 전날 홍대 동남문고에서 책을 사서 읽어둔 터라 문장 하나하나가 머리에 쏙쏙. (이것이 예습의 효과? ㅋ)
그러나 ㅅㅈ 선배는, 그의 말대로만 되면 세상은 아름다워지겠지만 그게 쉽겠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해서 생각조차 안 하면 안 될 일.

이날은 질문을 하는 이들조차 어쩌면 그리 똑똑한 젊은이들인지.
올해 발령을 받았다는 서산의 한 중학교 윤리 선생님과, 방학이라 귀국해 택시운전자 자격증을 땄다는 학생까지 있다.
그런데도 ㅅㅈ 선배와 나는 싸인을 받으려고 줄선 사람들 중 앞의 여자 가방이 어디 건지나 속살거리고 있으니...
그래. 나는 이렇게 속물로 살고 있어도 누군가는 올바른 생각으로 딴딴하게 무장하고 세상에 맞서겠구나.
그러나 나도 내 생각이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찰을 해야한다.

 

싸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저, 필기도 열심히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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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해변의 길손 - 1988년 제1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한승원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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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의 헌책방에서 샀던, 무려 88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88년도면, 나도 상식적인 자각은 하고 있을 무렵일 텐데 그 당시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 내가 정말 이 시대를 살았었나' 의문이 든다.
생각해 보면, 전쟁이 끝난 지 겨우 38년이 지났을 무렵이고, 올림픽을 한다고 경제개발이니 발전이니 떠들어대던 때지만
사실 지금에 비하면 턱없이 가난했던 시절.
자가용 있는 집이 드물었고, 학교에서는 가정환경조사를 한답시고 집에 TV 있는 사람, 냉장고 있는 사람을 조사하던 때다. 
버스나 택시에서 담배를 피는 게 당연히 통용되던 때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건 어줍짢은 어린애 기억 수준밖에 안 되고
정작 그 시대와의 큰 간극을 나는 간혹 소설에서 발견하곤 한다.
여기 실린 8개의 단편들이 말하는 건, 대부분 사상이나 전쟁, 그리움이다.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간 사람이 나오고, 오늘도 최루탄을 던지고 온 대학생이 나온다.
더이상은 갈 수 없는 북쪽 고향마을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당연히 나오고.

2000년대 소설과는 정말 많이 다르구나.
그 '달라짐'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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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그 분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은요..?^^
 
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연말, 혹은 연초가 되면 트렌드 관련 책을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트렌드를 알고 싶어서 책을 찾아보는 건지
아니면 트렌드 책이 많아서 자연스레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 가는 건지 이건 정말 아돈노.
어찌 됐든, 남들 다 읽는 트렌드 책, 나만 안 읽으면 뒤처질 것 같아 2010년에도 읽기로 한다.
살아남으려면 독서도 강박.


올해의 키워드는 타이거로믹스(TIGEROMICS).

Times for Korean chic : 코리안 시크
Into our neighborhood : 떴다, 우리 동네
Good to be geeks : 딴짓의 즐거움
End of taboos : 금기의 종언
Ready-made to order-made : 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Omni-U solutions : 전지전능 솔루션
Manner matters : 매너남녀
It's aqua : 물의 르네상스
Challenge your age : 나이야 가라!
Style republic : 스타일에 물들다


 
10개의 키워드 모두, 읽고 나면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반면, 뭔가 굉장히 새롭고 기발한 것을 읽고 싶어 이 책을 선택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본문에서 김난도 교수 역시 밝혔듯, 트렌드는 미래만을 예견하는 게 아니라
과거-현재-미래의 세 시제를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내 옆에서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일들 중 될 성 싶은 떡잎들만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얘기다.
고 떡잎들이 1년 동안 어떻게 커 갈지 관찰해 가는 건 이 책을 읽은 독자들만이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
나는 거기에 덧붙여 10개의 키워드에 맞는 2010년 계획까지 나름 야심차게 세워보았다.
트렌드에 맞는 계획이라니, 왠지 지성인 트렌드세터가 된 기분이야.


Times for Korean chic : 코리안 시크
나도 한국적으로 시크해질테다.
'나홀로 국내여행'을 꼭 해봐야지!
1순위는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이다.

Into our neighborhood : 떴다, 우리 동네
이제 그만 여의도를 벗어나고 싶은데...
올 7월에는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사!

Good to be geeks : 딴짓의 즐거움
2009년에는 딴짓을 별로 하지 못했다.
제일 큰 이유는 내 인생 최고의 가난뱅이 시기였기 때문.
올해엔 근 5년간이나 침만 질질 흘리고 있는 맥주 만들기에 도전하고
클래식 기타를 배워서 외로울 때 둥기둥기해야지.

End of taboos : 금기의 종언
직종 크로스오버가 목표!
생명력 짧은 지금의 직업에 올인하지 말고 투잡, 쓰리잡, 영역을 확장하도록!

Ready-made to order-made : 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내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
2010년에 못 이루어도 좋다. 결과물은 꼬박꼬박 내놓자.
이건 마이크로 트렌드가 아닌, 나만의 메가 트렌드다.

Omni-U solutions : 전지전능 솔루션
나를 전지전능하게 해 줄 괜찮은 디지털 제품 구입!
일단은 손에 착착 감기는 새 디카다.
스마트폰은 아직은 노땡큐.

Manner matters : 매너남녀
내 매너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매너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게 목표.

It's aqua : 물의 르네상스
디자인이 예쁜 생수병을 들고 다녀야지. 뭐든지 예뻐야 해.
(사실은, 다이어트 하겠단 얘기)

Challenge your age : 나이야 가라!
나에게 투자할 것.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오늘 코스모폴리탄을 보다가 발견한 회춘의 동안침이라 불리는 황후침이 좋겠다.
턱선의 각도의 뺨의 모양이 확연히 달라진단다. 아기처럼 연한 피부는 보너스.
보톡스나 필러를 주입하고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니
1회 10만원 정도는 아낌없이 투척하리라.
해율한의원의 박해웅 원장님, 기억해 놔야지.
일반 경락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관절 사이사이의 독소를 쫘악 배준다는 내면 테라피도 솔깃하다.
체험자가 비교를 위해 몸의 왼쪽만 받았다니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왼쪽 무릎만 하얘졌다마 뭐라나.
게다가 꼬깃꼬깃 접혀 있던 근육이 풀어져 키도 더 커진다고!
돈 버는 즉시 예약합니다. 황후연의 배은정 원장님, 기다리세요.

Style republic : 스타일에 물들다
책에서는 상품을 넘어 건물과 거리, 그리고 도시 전체로 확산될 스타일에 대해 언급했지만
나는 도시건축가도 아니고 상품디자이너도 아니니, 나 자신의 스타일에만 신경쓰겠다.
2010년 나의  스타일은, 당당한 날씬 여성! 

  

사랑이 타이밍이듯 책도 타이밍인데, 2010년 달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읽어서
신년 계획 세우는 데 참으로 요긴하게 써먹었다.

김난도 교수는, 참 매년 수고하시는구나.
2011년에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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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혼자 롯데시네마 영등포에 영화 보러 갔다가 차창밖으로 발견한 '폐업 도서대여점'.
아싸가오리! 혼자인 게 좋을 때는 바로 이런 때다.
저기 한 번 가자고 사정하지 않아도 (헌책방은 대부분의 경우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내 맘대로 갈 수 있다 이거야!
일단은 영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영화 먼저 보기로 하고 씨유레이러.

아. 전우치는 잘생겼구나. 2탄 3탄 계속계속 나와라.

그런데 영화가 끝나니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말았다.
벌써 문닫았으면 어쩌나 하고 미끄러운 눈길 위에서 전력구보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닫지 않았다.
아주 심심해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뭔가를 드시며 카운터를 지키고 계시고 손님은 오직 나뿐.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서가를 살피는데 도서대여점답게 만화책이 3분의 2 이상. 나머지는 가벼운 소설류다.
박완서 작가의 책 중 소장하지 않은 게 있어서 저걸 살까 하다가,
왠지 연말에 박완서는 축축 처지는 기분이라 일단 보류하고 다시 살핀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배수아.
배수아 작가의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일요일 스끼야끼 식당>만 언제 한 번 읽어보려고 알라딘 위시리스트에 몇 년째 억류 중.
스끼야끼 읽기 전에 워밍업 하는 심정으로 읽어볼까 하고 2500원에 구입.



그리고 며칠이 지나 1월 1일 오후.
무얼 읽을까 책무더기를 뒤적이다 손끝에 집힌 게 바로 이 책.
마침 <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 때문에 엄청나게 압박을 받고 있던 터라
이번에는 정말 한숨에 훅 읽을 가벼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머고 읽기 시작했다.
1월 1일부터 훅훅 읽으면 올 한 해도 훅훅 바람같이 달려가겠지 하는 꿈보다 해몽 같은 생각도 잠시 했고.

그런데 몇 장 읽지 않아 깜짝 놀라버렸다.
바로 이 문장 때문. 

"하룻밤만 지나면 나는 서른세 살이 된다."

어쩌면 이런 기가 막힌 타이밍이!
그때부터 완전 감정이입하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주인공 유경은 잘난 것 하나 없는 서른 셋 독신녀에 가족들과는 자체적으로 연락 두절이고, 성격은 이중인격.
하지만 인생을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니어서 저녁엔 수의학 강의를 들으며 수의사 시험을 준비한다.
게다가 다행히 왕따도 아니어서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독신녀 친구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은 서로 먼저 결혼할까봐 전전긍긍 눈치보고 질투를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술에 취해 같은 회사의 엘리트 상사이자 유부남인 길과 원나잇 스탠드를 하고
이걸 친구들한테 말해 말어 고민하다가 그 중 누구 하나는 결혼을 한다 하고
결국 길과 관계 갖기로 결정하고 셀러던트 주인공의 인생은 또 흘러가고...

2000년의 책이지만 10년 후에도 서른 셋 싱글여성의 인생은 변함이 없다.
여의도에서 커피 마시면서 미래 걱정, 남자 걱정.
홍대에서 커피 마시면서도 미래 걱정, 남자 걱정.
광화문에서 커피 마시면서도 미래 걱정, 남자 걱정....

결국 내가 이 책에서 얻어낸 것은 '위안'.
나 혼자만 안달복달하는 서른셋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고 편안해진다.
그리고 든 2010년 나의 목표는,

올해엔 나도 좀 못돼지자.
지겨우면 지겹다고,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말하자.
뭐, 누가 뭐라고 하면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농이나 치면 그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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