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하느라 몇달 동안 신문스크랩을 못했다.
어제부터 시작했는데, 7월이다.
내 신문은 아직도 샘물교회 목회자들이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돼 있고,
신정아 사건은 슬슬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기사 두 개를 발견했다.
납품업체 ‘봉 다루듯’ 삼성테스코 등 과징금(경향신문 7월 25일자 16경제면, 기사클릭)
이 뉴스 하나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몸집이 있다는 회사들이 아무 생각없이 해대는 '하청업체 빨아먹기'에 대한 당국의 처분 내용이다. 전문용어로는 '거래상의 지위 남용'이고, 시쳇말로는 '갑-스러운 짓'이다. 이 뉴스는 그러나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올라온 '시덥잖은 뉴스'를 함께 보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도 재미있어서 전문을 올린다.
“조금씩 잘하는 오리보다 하나라도 확실한 독수리돼라” |
2007년 07월 26일자 경제 18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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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조금씩 잘 하는 ‘오리’ 말고 하나라도 확실히 하는 ‘독수리’를 닮아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메시지에서 우화와 무협지에 빗댄 ‘인재관리론’을 설파, 눈길을 끌고 있다. 이사장은 7월호 ‘CEO 경영에세이’를 통해 “동물들이 왕을 뽑는 총회에서 육지동물과 새, 물고기 모두 자신들이 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다 결론을 내지 못해 과학적으로 컴퓨터에 넣어 뽑기로 했다”며 “그 결과 헤엄도 치고 날 수도 있고 뛸 수도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물인 오리가 뽑혔다”고 우화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것을 어설프게 조금씩 다 할 줄 아는 오리보다 고래처럼 바다를 깊이 헤엄치고, 독수리처럼 하늘을 높이 날고, 사자처럼 육지를 빠르게 달리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풀이했다. 곧 “다 할 수 있지만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오리형보다 맡은 분야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아가 그는 “독수리의 높이를 가지면 고래의 깊이, 사자의 넓이를 누구보다 빨리 체득할 수 있다”며 “오늘날은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최고가 될 수 없고, 폭넓은 비전을 갖고 파고드는 입체적 사고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사장은 임직원에게 “무협에 입문하면 군불을 때거나 물동이를 길어 나르는 등 허드렛일을 참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은 끝내 무술을 배우지 못한다”며 방적회사 공원으로 시작해 미국 철강왕이 된 카네기를 예로 들어 수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병역기자〉 |
하루 차이로 그것도 거의 같은 면에 같은 회사 관련 내용이 실렸다. 도대체 사장이 자기 직원들 다독거리기 위해서 메일을 보낸 것이 어떤 뉴스 가치가 있을까. 그런 것으로 따지면 상장 100위 회사들의 '훈시메일'은 왜 기사로 싣지 않을까. 물타기의 혐의가 짙다. 내용도 물고기 등이 싸우고 오리가 결국 왕으로 뽑히는 우화인데, 사진은 큼지막하게 나왔다. 나는 '이 사람이 하청업체 살 뜯어먹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우화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바뀌어야 한다.
육지동물과 새, 물고기가 왕위를 다투다가 해결을 보지 못해서 컴퓨터에게 찾아갔는데, 컴퓨터는 모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왕 모델을 가려주는 조건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컴퓨터는 오히려 헤엄도 잘 치고 잘 날고 잘 뛰어다닐 수 있는 왕을 뽑아줬는데 무슨 소리냐며 따져 물었고 결국 2배의 수수료를 더 받아 추천을 한 결과 컴퓨터 본인이 왕으로 뽑혔다.
이전 시사저널 830/831호(추석합병호)에는 삼성의 언론관리 4단계 원칙이 적시돼 있다. 즉
① 꾸준히 돈을 발라준다(1단계) ② 관리 대상을 특별히 정리해뒀다가 건수가 터지면 쉽게 접근한다(2단계) ③ 그래도 안 되면 시기나 수위, 제목이나 이름까지… 유효 슈팅이 되지 않게 만드는 태클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3단계) ④ 어렵게 기사를 허용했다면 다른 컨셉트로 풀어서 물타기를 한다(4단계)
여기에 한 가지 법칙을 덧붙여야 겠다. 기본적으로 4원칙 ④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손상된 이미지를 벌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사를 다음날 바로 내보낸다"
아무래도 '삼성 발작증'이 다시 도진 모양이다. 약국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