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알면 대한민국이 보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을 받아 성명을 전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삼성은 그 죽음을 감수하고도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거악(巨惡)'이라고 했다. 나는 김용철 변호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삼성은 거악이 아니라 '천치(天痴)'이다. 잔머리에만 능한 백치다.
삼성을 거악이 아니라 천치라고 하는 것은,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논리의 구조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악'은 적대적 개념으로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
'천치'는 무지의 개념이므로 무지를 깨닫는 순간 끝이 있다.
삼성의 무노조보다 더 무서운 것은 '無 패러다임'이다.
오늘자 신문에 삼성은 먹고살 '6대 성장동력'을 발표했다지만,
그것이 그들의 무지를 벗겨주지는 않는다.
사실 삼성은 스스로 무지의 결계를 벗어날 능력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은 대체로 번거충이 무지렁뱅이들의 특징이다.
무서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무지 바이러스'다.
이건희 씨가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삼성이 그만큼 세상에 무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말이다.
삼성은 하루빨리 무지의 결계를 벗고
삼성에서 일하는 성실한 노동자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기를 바란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말을 들어 보자.
삼성그룹과 검찰은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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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마태오6,24)"
"너는 어찌하여 형제(자매)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 하느냐?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자매)에게 '가만, 네 눈 속에서 티를 빼내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자매)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마태오7,3-5)"
이 두 성서 구절은 러시아의 인도주의 작가 톨스토이가 감동을 받고 스스로 반성하며 늘 되새겼던 마태오의 산상수훈 말씀입니다. 우리 사제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보다 철저하게 따르려고 노력하면서 늘 이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육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필연적으로 재물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성숙한 도덕적 인간은 모름지기 재물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도 깨닫습니다. 이 가치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바로 절대자 하느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재물 앞에 머리를 숙이고 하느님을 잊기도 합니다. 때문에 신학자들은 재물을 현대판 우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엄혹했던 시절,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았던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온 힘을 다해 싸워 자유를 획득했습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는 바로 뜻있는 청년학생시민 등 우리 모두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기업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검찰의 독립도 바로 우리 민주시민들의 노력 덕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옛날 군부독재정권의 그 독선과 오만을 오늘날에는 자본과 기업이 어이없게도 자행하고 있으며, 새로 태어나지 못한 검찰 또한 권력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매우 가슴 아프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에 우리는 윤리 도덕적으로 성숙한 인간상을 지향하며 기업에 대해 특히 삼성에 대해 우선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해 검찰과 국세청은 민주시민의 공복으로서 겸허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실 오늘날 삼성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는 기업 그리고 국민에게 긍지를 주는 기업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삼성이 그 명성에 걸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삼성경영인과 삼성전략기획실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삼성이라는 기업과 삼성그룹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소수의 지배자들을 우리는 구분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삼성의 소수 지배자들은 기업의 이익을 사유화하고 기업의 운영을 장악하기 위하여 불법·편법·탈법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업을 부실하게 만드는 원인을 그들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노조, 비노조 경영, 이건희 회장 일가의 봉건적 지배 구조, 경영권 편법 세습, X파일 사건 등에서 확인하듯 삼성의 부정직한 비상식적 행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큰 우려와 함께 때로는 의노(義怒)도 갖고 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에서 보듯 언론마저 무력케 하는 삼성의 힘은 커 보이지만 사실은 치졸함을 느끼게 합니다.
삼성그룹에서 일했던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 그동안 삼성에 있는 동안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공범자로서의 죄책감을 느끼며 우리 사제들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사법연수원시절의 교훈, 곧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지키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검찰 재직시 법과 정의를 세우기 위해 전심전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개인의 한계를 절감하고 사직한 후 안정된 기업을 찾던 중 삼성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서의 한계보다 재물과 돈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더 크고 무서운 사실 앞에서 사법연수원생 시절의 그 순수함을 떠 올리며 자신의 개인적 과오와 함께 삼성의 조직적 죄과가 정화되기를 바라며 결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당할 수 있는 상상할 수 없는 모함과 위험을 예견하면서도 감수할 각오를 했습니다. 그는 또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확신과 신념에서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삼성그룹 내부의 이야기는 참으로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재산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했습니다. 편법 세습을 위하여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며 불법 로비자금을 통해 국가 기관마저 능멸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통령의 후보자중 한 사람도 삼성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재벌이 온 사회를 장악하고 흔드는 이 현실은 경제정의 질서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태롭게 하는 불의이며 새로운 폭력입니다.
삼성은 그룹 내부의 양심선언이 있을 때마다 돈과 힘으로 이를 제지했고 건강한 지성인을 정신 이상자라고 모함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이 정신 이상자에게 그룹의 재무와 법무를 맡길 정도로 그렇게 허술하고 조직관리에 무능하다는 것입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유치한 모략과 음해는 바로 삼성그룹이 스스로 또 다른 함정에 빠지는 큰 우와 모순을 범하는 일입니다.
삼성의 로비를 통해 부끄럽게도 하수인이 된 권력기관의 잘못을 우리는 쓰라린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삼성의 불법을 애써 외면하고 때로는 은폐하고 있는 검찰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우리는 이 기회에 지적합니다. 따라서 삼성과 검찰이 스스로 허물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이 기회를 꼭 포착하기 바랍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는 이 감격스러운 해에 민주화를 위해 산화해간 민주영령들의 고귀한 뜻을 되새기며 우리는 오늘 그때의 열정을 다시 살려 제2의 민주주의 운동 곧 경제정의민주주의 운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기업이 더욱 책임 있고 투명한 기업이 되도록 성원하며 나아가 삼성재벌과 검찰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재촉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 노동자, 농민 등 모든 뜻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제안할 것입니다.
"황금을 좋아하는 자는 의롭게 되지 못하고 돈을 밝히는 자는 돈 때문에 그릇된 길로 들어서리라. 많은 이들이 황금 때문에 파멸하였고 멸망이 그들 앞에 닥쳤다. 황금의 유혹을 받고도 온전한 이는 누구인가? 이 일이 그에게 자랑거리가 되리라. 죄를 지을 수 있는데도 짓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는데도 저지르지 않는 그는 누구인가? 이 때문에 그의 재산은 확고해지고 회중이 그의 자선을 낱낱이 이야기하리라. (집회 31,5-6.10-11)"
2007년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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