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논술극화
어느덧 논술은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논술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을 수가 없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논술은 그저 입시용 시험의 한 부분으로 ‘처리’되어버리는 듯하여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모습들을 돌이키며 하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정보전달식이 아니라 ‘대화’와 ‘문학’이라는 소재를 빌려 논술쓰기의 어려움을 긁어주고, 단계별로 논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한다. 이제 논술의 벽에 처음 부딪치는 학생들은 큰샘이와 그의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큰샘이의 논술일기
1.대한민국 고등학생 큰샘이의 논술실태
큰샘이는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나름대로 글에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예비 작가’이기도 하다. 백일장에서 받은 수많은 상장들이 그 아이로 하여금 과신(過信)을 불러왔을까. 아무튼 그의 첫 논술문은 아래와 같다.
<논제>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와 그 사례들을 검토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시오. <5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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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큰샘이는 너무 많은 말을 하려다 보니, 정작 할 말을 놓치고 있는 것 같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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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무슨 말씀이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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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논제가 요구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이지 ‘현대사회’의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데, 큰샘이는 ‘현대사회’에 너무 많은 말을 하다보니 ‘가족’의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서 심도 있게 서술을 할 수 없었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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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그래도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현대사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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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현대사회’는 ‘도입부’로만 처리해도 될 것 같아. 바로 ‘주 문제’인 ‘가족’으로 넘어가야지. ①의 부분을 봐. 전체 글의 반을 차지하지. 서두로서도 이것은 너무 긴 분량인 것 같구나. 글쓰기에 자신이 없거나, 자신감이 지나친 사람은 서두를 길게 달기 마련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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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그럼 저는 ‘논제 이해’부터 잘못된 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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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옳지. 참 옳은 지적이야. 목표물에 맞게 조준을 해야 명중할 수 있는 것처럼, 논제를 잘 잡아야 올바른 논술이 되는 거야. 그런데 대개의 학생들이 ‘조준’도 하지 않고 그냥 ‘휘두르는’ 경향이 많아. 짧은 시험 시간이 주는 강박관념 때문이지. 하지만 논제를 잘 이해하는 데 제대로 공을 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거야. 그리고 ②와 같이 연결어가 너무 빈번하게 쓰이면,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1시간 수업을 하면서 매번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하면서 질문하면 귀찮겠지. 글을 쓰다가 ‘때문에’나 ‘따라서’를 자꾸 쓰면 도대체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곤란하지 않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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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그래도 연결어를 빼버리면 이상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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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네가 자신의 글을 잘 알고 있어야지. 하나의 긴 글은 여러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의 문장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질수록 좋단다. ‘이러한’이 나오면 다시 앞의 글을 확인해야 하지 않니. 이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 연결어는 없음만 못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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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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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일일이 지적하면 끝도 없을 것 같고, 단적인 문제만 이야기하자면 글 전체가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사용에서부터 논리에 이르기까지 완결성이 없는 것 같아. 이런 글은 글에 전혀 자신이 없거나, 과신하는 경우 생기지. 너는 너무 자신의 글솜씨를 과신하는 거 아니니? 마치 소설을 쓰듯이 일필휘지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그러니까 좀 심하게 말하자면 논술의 ‘논’자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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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너무 어려워요. 그냥 자신의 생각을 문제에 맞게 쓰면 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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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샘 |
아무래도 논술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구나. 한 가지만 물어보자. 논술이 다른 과목처럼 지루하거나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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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 |
어렵고 난해해서 그렇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리고 논술은 어쨌든 내 생각을 쓰는 거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