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만 되면 긴장하는 '부부'
와이프의 언니, 처형은 일본인과 결혼해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처형과 결혼한 일본인은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항렬로 위이기 때문에
손윗동서가 되고 항상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들을 낳아 잘 살고 있는데,
금슬이 좋던 부부 간에도 "한일전"의 묘한 긴장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한일전만 열리면 무척 예민해집니다.
사실 저는 한일전보다 한일전에 대처하는 일본인 형님네 가족이 더 재밌습니다.
한국이 일본에게 콜드게임으로 지던 3월 7일 가족은 모처럼 외식을 했습니다.
일본도 한국 못지 않게 한일전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서 그 식당에는 대형 TV에 모니터를 설치해
야구를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그 식당은 형님네 가족과 안면이 있어서 친했는데
그때만 해도 2:2로 동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한국팀이 민망해지기 시작하자
처형은 심기가 불편해졌습니다.
분노게이지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급기야 "우리 집에서 밥 먹자. 무슨 외식이냐"며 그냥 집으로 가 버리는 겁니다.
그 날 형님네 가족은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도 한일전이 열렸습니다.
형님네 가족은 또 '그날'처럼 될까봐
오늘은 아예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그쪽의 분위기가 무척 궁금해서 어떠냐고 자꾸 물어봤었죠.
1점 차이 짠물투구로 회가 이어지자 서로 말을 아끼더니
급기야 우리쪽에 승기가 점쳐지는 순간 문자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두부김치를 먹으면서 즐기고 있다는 말에 'ㅎ'자가 더 붙었습니다.
ㅎ자는 1:0으로 승리하고 있기 때문에 붙은 표시겠죠.

▲ 한일전 승리가 점점 우리쪽으로 기울고 있을 때 처형으로부터 재밌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한중일 네티즌들, 함께 경기 보면서 갈등을 식힐 수 있다면
한중일은 정서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급한 것도 비슷하고 사고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일전, 한중전, 중일전에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이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한중일이 비슷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 세 나라의 경기가 끝나면
그 나라의 게시판은 난리가 납니다.
플레이를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악플이 달리고,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악플이나 조롱하는 댓글이 달립니다.
블로그에서는 좀처럼 상대 국가의 승리와 실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중일 세 친구가 한 곳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함께 얼굴을 마주보고 경기를 보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일본인 형님네 부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번 콜드게임에서 한국이 대패했을 때 일본인 형님은 표정관리하느라 몹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처형의 마음을 생각해서입니다.
물론 부부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부부가 아니라 함께 밥도 먹고 얼굴도 마주보는 친구라면
경기에서 크게 패해서 기분이 상한 친구를 위해서 최소한 자극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 블로거뉴스를 통해서 경기 후의 일본 네티즌과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지만
한일전이 끝날 때마다 한국과 일본 사람들의 사이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스포츠'를 떠나서 어떤 특이한 감정이 자리잡고 있고, 그것은 '국가'라는 묘한 상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어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데,
일본에 여행갈 일이 있다면 일본에서 사귄 친구와 함께 한일전을 함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