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감독 : 이충렬


워낭소리는 시간의 시작과 끝

이 영화를 보고 싶어서 글을 남긴다.
얼마 전에 회사 동료가 시사회 갔다 온 이야기를 한다. <워낭소리>를 나는 <원앙소리>로 알아듣고 무슨 새 영화인가 했다. 알고 보니 새 영화가 아니라 소 영화였다는 것. 며칠 동안 개봉관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했지만 좀체 찾을 수 없던 터라 이번에 입소문을 통해 개봉관을 늘린다는 소식이 반갑기 그지 없다. 설에 제주에 내려갔을 때는 그런 영화가 있는지조차 잘 몰랐는데, 이 영화가 지방에까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입소문은 참 무서운 것이니까.


소와 땅과 사람이 시간을 타고 흘러가는 시작과 끝이 바로 워낭소리다. 워낭이란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이나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를 말하는데 소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장치이다. 노인이 30년지기 늙은소의 워낭을 직접 풀어줌으로써 소리의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울림은 더욱 커진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도를 통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울림'이 아니라 '떨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는 잔잔하게 어제와 오늘을 성찰하는 기회가 참으로 필요했다.


숨비소리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인간의 소리

‘숨비소리’란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로 떠오를 때 참던 숨을 내쉬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일컫는 방언을 말한다.
제주의 해녀들에게 오래된 불문율이 있다. 아무리 넓고 파도가 센 바다라고 해도 해녀는 이를 맨몸으로 상대해야 한다. 일체의 장비를 들고 채취를 할 수 없다. 때문에 폐활량만이 생산량을 결정한다. 짧은 순간 깊고 위험한 바닷속에서 온갖 욕망과 사명감이 해녀를 부둥켜 안고 사연이 절박할수록 소리도 따라간다.


 

▲ 이성은 사진집 <숨비소리>의 한 컷

이성은의 사진집 <숨비소리>에서는 할머니 해녀의 숨비소리를 절묘하게 포착하며 아래와 같은 설명을 붙여 놓았다.

"물안경을 쓴 할머니가 물 위로 떠올라 숨을 내쉬는 순간이다. 그 한숨은 이 노련한 해녀에게만 시원한 것이 아니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도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물위로 솟아오를 때까지 참아야 했던 숨을 몰아쉬며, 그 유명한 휘파람, 즉 우도사람들이 "숨비소리"라고 부르는 그 숨을 토해내는 할머니의 얼굴은 그냥 그대로 살아있는 화석이다. 사진의 요약과 함축과 포착의 모든 기법이나 기교를 부질없는 솜씨로 만드는 순간이다. 수경의 유리 숙에 반영되는 그 깊은 주름의 얼굴은 한 점의 '데드마스크'처럼, 아찔한 순간 속에서, 죽어가면서 영원히 살아나고, 살아나면서 영원히 죽어간다."

숨비소리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인간의 소리이지만, 그 본질은 '투쟁'이다. 바다와의 사투이며 자기 자신과의 사투이다. 차라리 신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숨비소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많이 발표되었는데, 나도 이를 주제로 무엇인가를 하나 꼭 만들고 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 엄마가 수십 년 동안 나를 키워내며 매일같이 내던 소리도 바로 숨비소리였으니까.

덧 : 태명을 '소리'라고 지었는데, 성과 함께 붙이니 듣기 좋지 않다며 마눌님은 마뜩찮은 눈치다. 이름도 아닌데....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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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3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태명은 뿡뿡이 같은 것도 귀엽던데요. 이번주말에 워낭소리 보러갈 예정입니다. 제법 손님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다행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승주나무 2009-02-01 00:52   좋아요 0 | URL
휘모리 님~ 안녕하세요. 이번 다큐영화는 정말 잘 돼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고 많은 흔적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성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드팀전 2009-01-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숨비소리'...아..그거군요.아..그거였어요.
(이런 제길...다큐영화 '해녀'가 준비중이군요.)

카메라의 찰칵하는 셔터소리와 '파아'하는 숨소리가 동시에 들립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어떤 영원함이 포옹하고 있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제가 최근에 본 페이퍼 중 가장 좋네요. 바람구두의 시 한편과 함께

워낭소리 이충렬감독은 원래 소가 아니라 '아버지'를 찍으려고 했답니다. 그러다가 경북 봉화에서 주인공 할아버지와 소를 소개받은 거지요. 이충렬 감독은 아버지의 DNA와 소의 DNA에 어떤 공통점을 본다고 합니다. 그래보이지요.^^ 승주나무님도 곧 아빠가 되실터이니..
저희 첫째아이의 태명은 '아침'이었고..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는 '보리'입니다.



승주나무 2009-02-01 00:54   좋아요 0 | URL
드팀전 님의 칭찬을 들으니 무척 기분이 좋아져서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바람구두 님의 시는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요. 저도 바람구두 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더욱 부드럽고 친숙한 문체가 돋보이더군요^^

Mephistopheles 2009-01-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낭소리는 저번에 '바시르와 왈츠를' 보러 갔을 때 극장에 꽂혀있는 선전지를 보고 봐야지..했던 영화였었는데..이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을진 모르겠더군요..^^

승주나무 2009-02-01 00:54   좋아요 0 | URL
바시르와 왈츠를..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에 대한 페이퍼를 곧 보실 수 있을 듯~~

2009-01-31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9-02-01 00:54   좋아요 0 | URL
정말 간만이에요. 예전에는 제가 설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나는데..

어떤 다른 삶인지 카페에 마주앉아서 들어보고 싶어요. 지난번처럼^^

올레길 2011-09-1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할머님의 호오이 호오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