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고민 있으세요?

현재 한국정부로서는 탈레반과 협상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 협상에 관한 온갖 악재가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1. 우선 한국이 이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탈레반-아프간 정부" 사이에서 협상의 제3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협상의 한계를 보여준다.
2. 아프간 정부 역시 포로를 풀어줄 입장에 있지 못하다. 미국에 의해 세워진 정부이기 때문에 미국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하지 않는다면 아프간 정부는 결코 포로를 풀어줄 수 없으며, 청와대의 성명처럼 "한국정부가 할 수 없는 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번 이탈리아 기자 석방 때 덴 것을 생각한다면 아프간 정부로서는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리 없다.
3. 미국은 이 사태에 개입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의 동맹을 지키려고 여러 가지를 잃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이 탈레반 포로를 풀어주는 데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승인한다면 탈레반으로서는 협상의 채널을 다양하게 하는 것은 물론, 당장 미국과 교섭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것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4. 만약 이번에도 '인질-포로' 교환이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탈레반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됨과 동시에 아프간 정부로서는 그만큼 영향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희생을 치러 잡은 아프간 포로를 다른 나라의 인질과 바꾼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보아 좋지 않기 때문이다.
5. 고질적인 한국의 협상력 부재를 들 수 있다. 아마 모든 이유들 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이것은 FTA나 한일어업협정 같은 데서도 공식적으로 드러난 협상력인데, 우선 한국은 이슬람이나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접촉할 수 있는 채널 또한 제한돼 있다. 탈레반이 무엇을 제시하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민들 또한 텔라반의 장난에 오랜 시간 동안 농락당한 기분이어서 분노는 매우 클 것이다.
6.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언론 자본주의' 또한 사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화 한 건당 1~2만달러, 동영상 촬영은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 탈레반에게 직접적인 부수입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탈레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전세계에 전달함으로써 탈레반의 브랜드 가치를 현격하게 높여주고 있다. 어떤 정치인보다 탈레반은 '언론'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은 보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므로, 탈레반은 매우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며 이를 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한국이나 관련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돼 있으며, 탈레반만이 모든 유리한 카드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 국면을 전환하지 못한다면 끝까지 탈레반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 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한국 정부 사이에서 나타나는 '논리싸움'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여성 인질을 가두고 살해 위협을 한 데 대해서 반인도적이며 반이슬람적이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이에 대해 기독교 국가들도 이슬람 여성 전사를 억류하고 있으므로 그들도 역시 반기독교적이지 않느냐 하며 항변을 했다. 인질 살해 및 억류에 대한 교황의 비판에 대해서도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비판했다. 그들은 박애정신으로 봉사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기독교를 선교하기 위해 온 것이므로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탈레반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것은 탈레반이 단순히 테러 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며, 아프가니스탄을 운영하였던 전 정부의 위상을 지키고 이를 통해 민심을 흩뜨리지 않기 위한 반응이다. 때문에 이 점을 파고든다면 탈레반의 논리의 벽과 위상의 벽을 허무는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

내가 이야기하는 제안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프레임 전환의 전략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탈레반이 한국 인질을 한 명씩 살해할 때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죄수들을 한 명 또는 비례적으로 처형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밝히는 것이다. 그의 일환으로 2명의 한국인 인질을 살해한 데 대해서 심판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복수'가 아니다. 탈레반이 한 행동을 '엄단'함으로써 탈레반을 '범죄자'로 규정할 수 있으며, 탈레반의 행동의 모든 정당성을 거둬들일 수 있다. 그리고 공을 탈레반에게 넘길 수 있다. 탈레반은 결국 인질들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동료를 살해한다는 점을 인지하게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리라 본다. 자칫 탈레반이 극단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으나, 모든 상황을 악용하며 이익을 누리고 있는 탈레반의 상황을 반전시키고 그들의 의지를 좌절시키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내가 말하려는 요지는 단순히 포로 살해가 아니다.
탈레반이 처한 상황이나 말과 행동들을 잘 분석해 보라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 이용할 수 없는 카드를 얼른 포기하고, 가능한 카드만으로 조합을 해보라는 뜻이다. 그리고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 한국정부는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언제까지 부당한 테러 조직에게 끌려다니려 하는가. 참 비통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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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7-08-0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방법이냐 나쁜 방법이냐를 따지기 전에, 아마도 정상적인 '정부'가 사용할 수 없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이 한계이겠습니다. 합법적인 정부라면 포로나 범죄자를 정상적인 재판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처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승주나무 2007-08-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냐오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정도의 길은 길고도 험난한 것이지요. 프레임의 장막에서 빠져나오지 않고서는 협상의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을지 답답해서 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점점 테러범이 되어가는 것 같네요~~ㅜㅜ

비로그인 2007-08-0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요 이글 승주나무님 :)

갈등이많아 2007-08-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정부도 노력을 많이 하는것 같은데 실질적인 힘이 많이 부족하잖아요. 탈레반 포로를 죽이겠다는 것도 현재로서는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