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은 군대생활하면서이다.

다행히 좋은 환경에 배속되었고, 좋은 커뮤니티를 만났던 게 나에게 '독서'에 대해서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서평과 리뷰를 다르게 보는 것이 다소 억측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최소한 나에게는 그 두 개념이 조금씩 다르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서평은 '책에 대한 감상을 객관화하여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공론화하는 글'이라고 한다면 '리뷰(review)'는 책을 포함해서 영화, 예술, 사회문제 등 생활의 광범위한 '만남'을 사회, 문화적으로 대상화하여 공론화한 형식'이라고 정리했다. 때문에 이전의 여러 활동을 '리뷰 1기'로 지정한 것이다.

 

리뷰 1기의 특징은 주로 '자기학습'의 관점을 보인다. 그러니까 책에 나타난 내용을 내적으로 의미화하는 데에 공을 들이는 반면, 그것을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데에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다만 '내적 의미화'라는 것 자체가 공개된 활동이므로 '공유'라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사회화'가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사회화'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좀 나쁘게 말하자면, 그때의 리뷰는 대체로 '원작에 대한 다이제스트'의 기능을 한다. 때문에 본문에 충실하고, 일상과의 접목을 많이 시도했다. 아래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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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생존을 위한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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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크 영웅전 전집 1] 동서열전후기-1

[부분과 전체] 학자의 인품

                                      <리뷰 1기의 졸작들>

 

그 이후에도 수적으로는 다양한 리뷰를 만들었으나, 과도기적인 리뷰이거나 '사회적 확장'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볼 수 있다.

리뷰 1기라는 말 속에는 몇 가지 전제가 담겨 있다. 인간의 불완전성이라든지, '변화' 같은 개념이 그것이다. 나의 리뷰는 완성을 갈구하지만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다만 '근사하게' 펼쳐질 뿐이다. 그리고 리뷰 1기와 리뷰 2기를 구분하는 유일한 척도는 '변화'뿐이다. 단지 변화에 대한 의지가 '리뷰 2기'를 선언하게끔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명백한 변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리뷰 2기에 대한 시도는 있었다. 얼마 전에 무리하게 '사회화'를 추진한 '대학'에 대한 리뷰가 그것이다.

 

[동양사상3-총기난사사건과 관련하여]<대학>모든 學은 大學이라야 한다

 

 

나는 리뷰가 2개의 항으로 이루어진 방정식이라고 생각한다. 좌변은 '내적 성찰'이면 우변은 '공유'이다. 이것의 비율에 따라서 리뷰의 성격이 좌우되는 것이지만, 좌변과 우변은 불변의 위치를 차지한다. 아무리 사회적 확장과 공론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적 성찰에 기인하지 않을 수 없으며, 내적 성찰 역시 사회적 성찰로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이 두 변은 불변이다. 이 두 변은 서로 영향을 준다.

 

내가 왜 지금 시점에 리뷰 2기를 선언하느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리뷰 1기와 리뷰 2기의 차이를 확인했다면 오래 전에 2기를 선언해서 쓰기 시작하면 될 일인데, 왜 2기를 주저했을까? 사회적 교감 내지 숙려라고 하면 답변이 될까? 군 전역자이자 사회부적응자이던 재작년 봄부터 신문 하나를 지정해 꼼꼼하게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끈기를 믿는다. 불가피한 누락을 몇 건 제외하고는 2년 동안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신문을 스크랩했고, 현재까지 12,500건 가량의 B/D를 구축했다.

 

 

문제의 신문스크랩 블로그 ==> 신문여행

 

물론 신문을 읽는다고 사회에 대해서 눈을 뜬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지만, 인간의 모든 산물이 반복과 축적에 의한 결과라고 나는 믿는다. 신문을 학습하면서 사회변화의 일정한 패턴을 익혔고, 이제까지 나의 리뷰에 넣지 않았던 사회적 언급들을 펼쳐보이려 한다.

 

그러면 리뷰 3기와 리뷰 4기 같은 것들도 있을까? 나는 일단 '있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그것은 '비율의 문제'일 뿐이다. 리뷰 2기 이후의 모양새에 대해서 예상은 해볼 수 있다. 멀리는 리처드 도킨스 같은 사람의 '리뷰'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역을 다방면의 사회문제에 반추해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만들어낸다. 가라타니 고진과 같은 철학자도 이와 같다. 도킨스를 먼저 언급한 것은 그의 '유머' 때문이다.

가깝게는 김수영이나, 고원과 알라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쟈'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얼핏 보면 '도움글'로 읽히기도 하지만, 사실 가슴 속에 있는 큰 물음표를 향하여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의도적'으로 많은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 '연대' 때문이다. 이 싸움은 전선을 얼마나 확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2기에서는 무엇이 변하나? 미안하지만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리뷰가 서평을 포함하듯, 2기가 1기를 포함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모든 책에 대해서 리뷰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사회적 확장이 굳이 필요치 않은 책에 대해서 꼭 사회화를 시도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유연함도 아마도 2기의 특징일 것이다. 2기의 관건은 상황판단과 황금률이다.

"악마는 비율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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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5-1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연함도 아마도 2기의 특징일 것이다. 2기의 관건은 상황판단과 황금률이다.

기대하겠습니다.

마늘빵 2007-05-15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요새 뜸하십니다. :)

승주나무 2007-05-1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ntitheme 님//저도 기대가 됩니다 ㅋㅋ
아프 님//회사를 안 다니니까 더 바쁘네요. 그보다 아프 님을 만나기에 앞서 할 일이 많군요. 논문은 잘 마무리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