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상과 파업한지도 16일째가 되어갑니다.
지난달 말 충전도 하고 영양보충도 할겸 고향 제주도로 내려가
전복이며 해삼이며 푸짐하게 먹은데다가
FTA라는 엄청난 사건이 이후 온갖 좌절감과 모멸감, 트라우마에 방황하며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내 '살덩어리'는 주택담보대출이자처럼 띠룩띠룩 쌓아만 갔고,
그 때문인지 어떤 일을 해도 속도가 안 나고 일도 잡히지 않는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이틀 싸우고 끝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초체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준비물은 아령 2개와 줄넘기, mp3기능의 휴대폰, 이어폰입니다.
여기서 잠깐상식. 파워워킹은 '속보'와 '아령 휘두르기'를 동시에 하는 고칼로리의 운동으로
일반적인 '걷기'에 비해 2배 정도의 칼로리가 소비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걷기'는 '뛰기'에 비해서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라면
'뛰기'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야 합니다. 속도를 붙여서 '속보'를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뛰기'는 무릎에 무리가 가며, 나이가 들수록 위험하므로
나는 '속보'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운동하는 게 좋으냐 '저녁'에 운동하는 게 좋느냐
찬반 양론이 다양한데요,
얼마 전에 병원 갔다가 전문의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해 주더군요.
"사실 아침이냐 저녁이냐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생활 패턴과 관계가 있는데,
아무래도 저녁 시간을 정해놓으면 '변수'가 많겠죠.
대신 '아침'은 일찍 일어나기만 한다면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잘 지켜지겠죠."
음.. 그럴듯합니다.
'바보 뚱땡이'가 되어 버린 나는 운동하는 동안 벌을 받았습니다.
대학 경문이 40분 정도인데,
서문(10분)도 끝나기 전에 헐떡헐떡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가 파업이고 뭐고 제 풀에 지칠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약속한 1시간을 채우고 샤워를 하니까 상쾌합니다.
몸에서 '띠룩띠룩'거리는 소리가 좀 줄어든 느낌입니다.
'파워워킹'이라는 운동은 몇 가지 점에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첫째로 '고독'을 살짝 가르쳐줍니다.
휑한 운동장에 홀로 거닐다 보면 '혼자'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누군가 이 운동을 '의미없이 걷기만 한느 운동'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나는 실존이라는 내 방으로 간만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즐거웠습니다.
둘째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게 해줍니다. 거의 명상의 효과입니다.
예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미룬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할애해 운동을 하다 보면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정리가 되고, 운동한 시간만큼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몸이 나에게 하는 하소연'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언젠가는 열흘 전에 먹었던 삼겹살이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소화가 되지 않고 몸 안에 눌러앉은 찌꺼기는
운동을 통해서만 '처리'가 됩니다.
나는 '호리병 사탕빼먹기 이론'으로 이것을 설명합니다.
호리병에 든 사탕을 먹으려고 뒤집으면
사탕이 몇 개 안 나옵니다.
하지만 호리병을 흔들면 병 안에 담긴 사탕이 하나둘 떨어집니다.
사람 몸을 호리병이라고 한다면,
몸에 담긴 사탕들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몸을 흔들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영원히 사탕을 떨어뜨릴 수 없습니다.
원래는 운동하면서 들었던 경전구절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려고 했는데
운동에 대해서 너무 많이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암튼 운동해서 만수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