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속물근성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줄은 생각도 못했다.
생각을 더해보니, 당연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집값 따라 끼리끼리···“니네 집은 얼마니” 동심에도 거품

입력: 2006년 12월 29일 17:21:18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 온 나라를 뒤흔든 ‘부동산 광풍’은 어린이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 집 평수를 비교해 친구를 사귄다. 부동산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아이들마저 있다. 너무 일찍 속물근성에 물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친구는 평수대로=1년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46평형 아파트로 이사한 원모군(11)은 예전에 살던 28평형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넓어진 집이 아주 마음에 든다. 과제물 준비 등을 위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어졌다. 원군은 “옛날에는 내 방이 따로 없고 비좁았는데 이제 내 침대에서 자니까 편하고 너무 좋다”며 “친구들도 놀러오면 집이 넓어서 좋겠다며 많이들 부러워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평수는 친구들을 사귀는 데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48평형 아파트에 사는 한모군(10)은 같은 단지내 12평형에 사는 친구들 집에 놀러가지 않는다. 좁기 때문이다.

한군은 “우리 단지는 우리 단지에서 놀고 12평형 단지는 그쪽에서 따로 논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사는 임모군(14)도 “집이 넓으면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넓고 비싼 집 사는 게 장래 희망=아이들 사이에서는 넓고 비싼 집을 사는 것이 ‘장래희망’이라는 식의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기도 한다. 서초구에 사는 김모양(12)은 “나중에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대치동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살겠다”고 말했다. 장모군(14)은 “엄마 아빠가 집 얘기 많이 하고 집 바꾸려고 하는 것이 솔직히 나는 싫지 않다”면서 “집이 넓으면 밖에서도 집 안에 사는 사람도 고급스러워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남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매물 벽보 앞에 서 있는 초등학생들이 종종 눈에 띈다. 도곡동에 사는 공모군(12)은 “학교에서 도곡렉슬 최고평수가 얼마이고 얼마에 팔린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강남 등 집값이 비싼 곳에 사는 아이들일수록 부동산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엄마, 우리 집은 몇십억원짜리야?’라고 물어 부모들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우리 집은 전세로 하면 얼마고 매매로 하면 얼마야?
’ ‘우리는 얼마나 더 모으면 아이파크 53평짜리로 이사갈 수 있어?’ ‘저 집은 갑자기 10억원이 됐는데 우리 집도 그렇게 올랐어?’ 등도 일상적인 대화의 한 부분이 됐다.

◇매체와 부모 탓=집 평수와 집값에 민감해지는 아이들 뒤에는 부모가 있다. 임모군(14)은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아무래도 커가면서 집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게 됐다”며 “엄마 아빠도 소파에 앉아 뉴스 보면서 집 얘기를 하고 집 넓혀서 가야겠다고 얘기하니까 자연스럽게 집을 의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25)는 “집값이나 평수를 비교하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고 간혹 친구들과 분쟁을 일으킨다”며 “좋은 집에 사는 것을 마치 행복의 기준이 되는 양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른들의 속물근성이 엿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아이들보다는 집값 얘기에 몰두하는 부모의 행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뉴스를 쏟아내는 방송이나 화려한 아파트 광고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윤경·김다슬·김기범·강병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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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1-04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답니다 ㅠㅠ

마태우스 2007-01-0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들 따라하는 거겠지요 우리 모습을 아이에게서 본다고나 할까요..

Koni 2007-01-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늘의 일만도 아니지요. 지금 대학생인 우리 막내동생이 초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는걸요. 어른들은 애들 앞에서 별생각 없이 마구 그런 얘기를 떠벌이지만, 아이들은 다 듣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어쩌면 많은 어른들은, 그게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옛날에도 아이 친구의 집, 부모님 직업 등등을 꼬치꼬치 물어보고는 못 놀게 하는 부모님이 없지 않았잖아요. 그러지 않았던 우리 부모님, 또 내 친구의 부모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승주나무 2007-01-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 님 // 안타까운 일이죠.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더욱...
마태 님//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주시한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나 봐요. 유년의 상상력이 마모돼서 그런 것 같아요.
냐오 님// 안녕하세요. 정말 그러지 않고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계셨던 부모님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우리 엄마는 내가 기죽지 않게 항상 라면을 남겨두셨죠. 복숭아나 토마토 같은 것도 그렇고요. 도둑질해서 먹지 말고, 기죽지 말라고.
하지만 비싼 것은 사주지 않으셨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