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를 기대하며 마음산책의 책 23페지 구절을 옮기는 이벤트에 참여하려 마음산책 책을 찾아보니 금방 눈이 띄는 책 한권,
블로그로 인연이 되었던 작가인데 현실에서까지 인연이 되어지지 못한 분의 책을 간만에 꺼내어 보며
이분은 지금 무얼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의 미안함과 아쉬움,
무엇이 나를 두럽게 해 선뜻 내미는 그 손을 잡지 못했을까!




나도 이젠 알고 있다모든 신발은 같다는 것,
헐렁하거나 지레 낡았거나 운혜 당혜 제왕의 구두일지라도반드시 벗어놓아야 하므로,
시속 이백 킬로의 휘몰아치는 어둠이 멈춰서는 그날저 밖으로 걸어 나가기 위하여, 가뿐히종이신으로 갈아 신어야 하므로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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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산문집 첫마음

스님의 방은 꽤나 컸는데 텅 빈 채로 하얀 여백 세상이었다. 벽에는 어떠한 장식물도, 심지어 못 하나도 질러져 있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윗목에 목침만 한까만 받침대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 작은 오지 화병에꽂혀 있는 하얀 국화꽃 한 송이뿐………. 그저 고요하기만 하였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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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가의 하루를 한눈에 보게 되는 책,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만 펼쳐보게 되는 책!

집안 곳곳에서 시시각각 펼쳐지는 이야기를 칸칸이 꼼꼼하게 담은 그림책! 혹시 뭔가 놓친게 있는건 아닌가 싶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자꾸 다시 넘겨 보게 되는 책이에요.

아가가 눈뜨고 먹고 자는 시간까지
종일 아가를 돌봐야하는 엄마,
아가가 잠든 시간동안까지도
못다한 집안일을 하기 바쁩니다.
물론 꽃피고 날 좋은 봄날엔
아가와 함께 산책도 즐기고
틈틈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잠깐의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평온한 밤,
종일 분주했던 고롱고롱하우스도 평온해집니다.

‘놓칠 수 없죠,짧지만 꿀맛 같은 시간‘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이 문구!
바쁜 그 틈에서도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것들을 틈틈이 하면서
짬짬이 꿀맛같은 시간을 보냈던
그때의 내모습을 책에서 봅니다.

​이제는 한참이나 지난 일이지만
바다와 고롱고롱씨의 분주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담은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과의 그때를 추억하게 되네요.
그때는 분명 육아에 지친 하루하루였지만
이렇게 그림책속 칸칸이 숨은듯한
엄마와 아가의 일상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때의 시간들이 사랑스럽게 채워집니다.
내내 집안에만 머물다가
봄날 벚꽃 산책을 하는 그림에서는
어째서인지 해방감이 들기도 합니다.
ㅋㅋ

어쩌면 내 이야기를 대신 그려준것 같은 뭔지 모를 벅차오름과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엄마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책인거 같아요.
바다와 고롱고롱씨의 24시간이 더 궁금하다면
고롱고롱하우스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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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참 좋아하는데
시를 읽을때면,
아니 시는 읽는다는 표현이 맞나?
아무튼
그럴때면 안개속을 더듬는것 같고 막연하고
퍼뜩 다가오지 않을때가 있다.
물론 대충 감을 잡아 읽을수는 있지만,
시는 그냥 느끼는 거라지만,
어떨땐 좀 내 부족한 느낌을 채우고
싶을때가 있잖은가!​​

시를 읽고 쓴 리뷰와
시인과의 시에 대한 솔직한 인터뷰가
수다처럼 펼쳐지는 책, 시 인터리뷰!
시에 대한 나와 같은 공감에 반갑기도 하고
전혀 새롭게 알게 된 시인의 이야기에
나도 한자리 슬쩍 끼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장미주택을>
-시/김유림
더 이상 쓸 수 없는 이야기라서 괴로운 것도 아니었고슬픈 것도 아니었다 따라가던 길에 장미주택을 보았는데 그것이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아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어째서 가로막혔는지 그러나 담장은 길을 따라 서 있고 나는 길을 따라갈 수 있는데 안 가고 있다 안 가는 것만이
가로막히는 것
너무 답답해서 외투를 벗고 땀을 훔쳤다
손에 쥔 것
펼쳐도 움츠러든 것
모양 모양으로 핀 꽃 같은 것 대충
하얀 것 하얗다가 만 것 그래서 자세히 보면
반원 모양의 그릇 모양의 화분에 진녹색 두 줄이 있고
흙이 당연히 빈약한 나무가 당연히 꽂혀 있다
키우는 사람들
키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화분의 주인은 여기 어디에도 없다
.......

다소 충격적인 첫번째 시,
어딘지 횡설수설하는것 같은 이런 시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미스터리한 느낌이
마지막 구절에서 반격을 가한다.
하지만 이 시를 쓴 김유림시인과의 인터뷰가 없어 다소 아쉬움도 남는다.
어쨌거나 인상적인 첫시가 관심끌기 성공!

<브루클린, 맨해튼, 천국으로 가는 다리>
-시/주민현

나의 파이프는 금빛이 나는 칠로 단장되어 있어 
네 가슴팍엔 모형 개구리가 잠들어 있지

파이프를 타고 연기가 오르내릴 때
네가 구두를 신고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그때의 찬 바람 냄새

우리에게 아직 이름이 없었을 때
세상을 잠깐 내려다보았다는 건
우리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인생의 첫 장면

나는 브루클린 다리 아래서,
너는 맨해튼 다리 아래서
버려진 소파에 앉아본다
푹신한 천사의 코가 스쳐간 것 같아
......

‘우리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인생의 첫 장면‘
요 구절을 참 좋게 느끼는건 나만 그런게 아닌듯,
같은 시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한구절 한구절 읽을때마다
무수히 많은 장면을 떠올리게 되는 시!
구두를 신고 가슴속으로 걸어들어온다거나
요약된 문장과 사람들 사이로 눈이 내린다거나
떠난 사람만큼 채워진다는 등의 표현들이
적절하게 전해지는 시구들!

시인이 들려주는 시어에 대한 이야기도
시를 짓는 동기나 기타 다른 에피소드등도
인터뷰어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읽히며
시인과 인터뷰를 읽고 시를 다시 읽으니
시가 더 좋아지고 시가 더 더 선명해진다.
아는 만큼 느낌이 달리진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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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눈앞에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우리가 꾸며내기 좋아하는 인생의 첫 장면

나는 브루클린 다리 아래서,
너는 맨해튼 다리 아래서
버려진 소파에 앉아본다
푹신한 천사의 코가 스쳐간 것 같아

인간의 안에는 언제나 신기한 면이 있어
놀라울 만큼의 선의
우연한 악의의 감정
우리는 일찍이 학습했네

테러를 추모하는 공원에도 조롱꾼은 있고
손에 쥔 만화경을 돌리며
천국은 작고 어둡다
그런 말을 떠올렸네

약혼자와 헤어지고서
누군가 네 가슴을 포크로 찍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너는 거대한 케이크 같고

나는 촛불을 후 불어 끄듯이 생각했네 - P22

오늘 나의 하루가 아름다웠다면 누군가의 해변으로 검은모래가 밀려온다는 것

밤은 검고, 검고, 검어서
브루클린, 맨해튼, 빛나는 다리 위로

25층에서 오랜 욕설 전화에 시달린 사람이 기절하거나
승강기를 고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도 해

영화를 보다 보면 때때로 정말 중요한 장면은
페이드아웃과 페이드인 사이에 있어

요약된 문장 사이로
요약된 사람들 사이로 눈이 내리네

뉴욕, 시티, 빈손을 쥔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만큼의 사람들이 짐을 싸고 떠난 거리

공휴일의 월스트리트는 천천히 재로 물들지

꿈의 무대를 만들던 사람이 떠난 거리로
새로운 메가폰을 잡은 사람이 들어서고 있어 - P23

화려한 뉴욕의 밤거리를 걷다가
검고 반짝이는 구두를 샀네
미숙한 기관사는 정차와 달리기를 반복하고
탭댄스를 추듯 슬픔을 모르는 사람의 발을 살짝 밟기위해서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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