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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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은 날은 분명 없다. 왜? 사람은 개가 아니니까, 하지만 개같은 기분이 드는 날은 분명 있다.

이 책속의 이야기는 그렇게 개 같은 기분이 드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책이랄까?

왜 그런 기분이 들어야만 했고 또 어떻게 그런 더러운 기분을 씻어 내려 가는지를

열여섯의 강민과 스물셋의 미나씨가 서로의 마음속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며 뭉클하게 한다.

왜 이런 이야기의 끄트머리는 사람을 울컥하게 해서는 목이 메이게 만드는지,,,

 

형제지간이나 자매지간이나 서로 자라면서 싸우고 다투는 일이 참 많기는 하다.

서로 원수지간처럼 으르릉 거리기도 하지만 같은 편이 되어주는건 또 형제 밖에 없다는 사실에

세월이 지날수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가며 그때 일들을 추억으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다툼의 수위가 조금 높은데다 각자 의지할곳이 없어 마음의 병이 되어 버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죽음으로 내모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첫 장면에서부터 강민이가 강아지와 다투다 강아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끔찍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 괴로움으로 심리적 압박감에 자신의 아토피가 더 심해지고 자꾸만 더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와의 참혹한 다툼으로까지 번져 정신병원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아빠와 형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보며 자란 주인공은 여지없이 그 날벼락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주워다 기르게 된 강아지를 발길질 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죽음으로 몰아 넣기까지 한 것이다.

 

스물셋의 미나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데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폭식증에 시달리다 가게 된

정신병원에서 어느날 우연히 강아지를 안고 있는 옆집 남자 아이 강민의 사진을 목격하고

그 사진속 강아지에게서 그 남자아이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받게 된다.

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과정에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아픈 과거를 떠올리고

그 남자아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는 더더욱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실은 미나씨 또한 자라면서 오빠에게 이유없이 구타를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며 자라

자신이 실수로 죽음으로 몰아가게 된 강아지의 죽음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채

마음의 병을 얻어 그동안 그렇듯 힘겹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다 강민을 만나 강아지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면서 서로 얼굴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자신과 똑같은 괴로움을 겪으며 자랐다는 사실에 감정이입이 되어 한바탕 울기에 이른다.

 

집단 폭행으로 정신과 의사와 함께 입원하게 된 사건을 계기로 강민의 가족은 점 점 달라지게 되고

미나씨 또한 자신이 내내 끌어안고 괴로워했던 마음속 짐을 털어놓기로 결심하게 된다.

강민의 온 가족이 상담을 받으며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지켜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형 또한 어린 나이에 맘편하게 놀지 못하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형은 자신의 철없는 행동들이 얼마나 동생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티비에서 온가족이 집단 상담을 받으며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오열을 터뜨리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가족이지만 그 마음만은 남보다 못해 서로 상처입히고 오해하게 되는 가족!

헝제는 싸우면서 큰다지만 싸우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건 그것이 악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철없는 아이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처럼 가정은 파탄의 지경에 이르고 형제자매 또한 서로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상처 입은 마음을 둘 자리가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참 가슴아프게 한다 .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가정폭력이나 청소년폭행 사건등이 바로 가정환경의 문제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제는 우울증이 감기와 같은 종류의 것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러운것이 아닌것처럼

가족간의 불화가 심하다면 가정상담을 받아 보는 것 또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가족이 서로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부끄럽고 불행한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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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울지마세요
샐리 니콜스 지음, 지혜연 옮김, 김병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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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픈 몸을 이끄로 아빠를 따돌리고 엄마와 동생과 신나게 눈썰매를 타는 가장 행복한 샘)

 

아마 그래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은거 같다.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우연히도 한밤중에 고통에 눈을 뜬 아들을 돌보아 주러 온 아빠가

아들에게 줄 약을 찾는 어설픈 과정과 아들이 죽어가는 꿈을 꾸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언제나 곁을 지키고 약을 챙기던 엄마는 항상 그자리에서 아들을 지켜주고 있는 역할이었지만

아빠는 늘 돈을 벌기 위해 바깥 일에 더 열심이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었던거 같은데

우연히도 그날밤은 아들과 함께 깨어 울게 되었는지, 그래서 책 제목이 '아빠, 울지마세요'인가 보다.

 

이제 열한살, 초등학교 4학년이면 그저 친구들과 뛰어 놀고 개구진 철부지 어린 아이여야 하는 샘은

자신의 공부를 위해 집으로 찾아오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을 즈음 자신은 죽고 없을 거라는 샘의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에 놀란다.

책은 분명 샘의 이야기가 막 시작하려 하는중인데 이제 더이상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렇게 아이러니하고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어째서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걸까?

 

사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기에 바쁘다.

하지만 샘은 백혈병을 앓고 있어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에 죽음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사람이 어떻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왜 어린아이가 병에 걸려야 하는지

죽을때는 어떤 모습인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것인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의문점들을

여러가지 놀라운 기사들과 이야기들을 수집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애쓴다.

샘이 첫번째 소원 목록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과학자가 되는것은 일단 성공!

 

 

세계기록을 깨는 일, 절대 못보게 했던 공포영화를 보는 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일,

십대가 되어 술을 마셔보고 담배도 피워보고 여자친구도 사귀어 보는 일등의 샘의 소원목록은

죽기전에 이루고 싶은 소원 목록치고는 거창해 보이지 않는듯 하지만 샘의 소원이라는것이 중요하다.

역시 인생에서는 좋은 친구가 꼭 필요한데 샘에게는 펠릭스라는 참 좋은 친구가 있어

그가 불가능하게 여기던 소원들을 하나씩 이루도록 샘을 도와 희망과 용기를 복돋워 준다.

 

신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샘의 친구인 펠릭스의 죽음을 보게 하는 것이 그렇다.

둘이 동시에 죽을수는 없겠지만 곁에서 친구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만큼 끔찍한일이 있을까?

그를 지켜본 샘은 충격으로 인해 식음을 전폐하게 되고 급기야 더이상 약도 효과가 없게 된다.

샘으로 인해 언제나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엘라와 힘에 겨운 엄마와 아빠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들을 둔 가정이기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지만

자신이 마지막을 준비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려 애쓰는 샘을 보며

비록 짧은 생이지만 그의 삶이 참 완벽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할 수 없이 말이다.

 

나는 어떤가?

샘처럼 시한부 선고를 받지 않은 나는 샘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런 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것에만 너무 급급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 말이다.

열한살에 생을 마친 샘보다 몇배는 더 오래 살게 될 나는 샘보다 더 완벽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나를 되돌아 보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하나씩 이루어 나가야겠다.

나중에 샘을 만나 그 하찮은거 같은 엘리베이터를 거꾸로 탄 일을 이야기하며 웃울 수 있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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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매미 같은 여름 푸른도서관 51
한결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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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나는 그때 그시절 어땠을까? 이 책의 저자처럼 그때 쓴 일기가 있다면 들추어보며 그때를 회상할 수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내게는 그때의 흔적을 찾을수 있는건 내 기억말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그렇게 여태껏 살아오며 내 추억의 서랍속 어디쯤에서 고이 잠들고 있을 그시절의 흔적들, 그런데 이 책은 나로하여금 그렇게 잊혀져 있던 그때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려 보게 한다.

 

엄마 아빠가 정해준 꿈이 나의 꿈인양 공부를 하면서도 도무지 집중하지 못했던 그 시절, 그렇다고 딱히 내가 정말 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때 나 또한 알수 없는 방황으로 엄마를 계모처럼 여기고 집을 몇번씩 뛰쳐 나오고 싶어했으며 다음날 눈뜨지 않는 아침을 생각하기도 했다. 누구나 그때는 다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때 내곁에는 나와 함께 고민을 하고 함께 웃고 울어주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하고 사는지조차 모르게 되어버린 그 친구도 지금쯤 나를 떠올리고 있을까?

 

이 책은 열일곱의 한 소녀가 참 인간답게 그시절을 겪어내고 있는 모습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이것은 어쩐지 내 이야기 같고 내 친구의 이야기 같고 열일곱의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같은 생생함을 담아내고 있으며 어떤 결말을 보여주기 보다 열일곱의 그 시절은 생의 한가운데 어디쯤에서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고 말해주는것만 같다. 또한 무척이나 인간적인 부모나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내 모습과 겹쳐 보기도 한다. 어른들을 경멸하면서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그 시절엔 왜 그렇게도 그때를 벗어나지 못해 안달을 했을까?

 

엄마의 폭식증을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 딸은 거식증 놀이에 빠져 어른들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일보직전이다. 그 와중에 예쁘장한 친구는 엄마에게 버림받고 담임에게 성추행까지 당해 그 분통을 어떻게 터뜨려야할지 고민이다. 그런데 마침 자신을 좋아해주던 짜장면집 대를 이을 꿈을 가진 남자친구가 그 일에 앞장서 일을 꾸미고 결국 선생님에게 사과를 받아내지만 그 또한 어린 아들을 홀로 키워내고 있는 불쌍한 인간이란 사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두마음에서 갈등을 하기도 한다.

 

늘 엄마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에게 친구는 그런 엄마라도 옆에 있어주니 좋은거라 말하고 어려서 엄마가 돌아가신 짜장면집 아들은 자식을 버린 엄마지만 엄마가 그렇게라도 살아 있어주니 좋은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열일곱의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친구와 비교하며 위로받고 싶어 하고 친구에게 힘을 주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는 왜 그런 말들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걸까? 결국 엄마 아빠와 심한 다툼을 하고 급기야는 가출을 결심한 두 소녀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지만 집이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에 도달한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친구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저렇게 한철 울고 가려고 땅속에서 17년을 견디는 것처럼 우리도 이렇게 학교에 갇혀 공부만 하는 거 아닐까?' ---p66

 

이 책의 제목을 어림짐작하게 해주는 이 문장속에는 열일곱살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고 싶은곳도 많고 하고 싶은것도 많지만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오로지 공부만 해야하는 자신들의 신세가 꼭 땅속에 꽁꽁 묻혀있는 매미같이 여겨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고작 단 며칠을 살자고 그렇게 오래도록 땅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던 매미들이 결국엔 후두둑 두 소녀의 눈앞에 떨어진건 우연이었을까? 고작 며칠을 살겠지만  땅을 박차고 나와 날개를 펴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아름답고 숭고하고 경외로운 순간인것처럼 열일곱의 우리 아이들 또한 바로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지!

 

'날개는 이미 매미 안에 있는걸. 아예 없는게 생기는게 아니라 이미 유충의 디엔에이에 내재되어 있는거야, 그걸 생각하면 견디는게 조 수월하지 않을까?' ---151

 

입바른 소릴지라도 우리 아이들의 곁에 이렇게 좋은 말들을 아끼지 않는 어른이 한둘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이 책속의 아이들에게는 가감없이 솔직하고 거칠게 말하지만 아이들의 속을 꿰뚫고 있는 덕배선생님이 그렇고, 팔뚝에 커다랗고 화려한 나비문신을 한 호호반점 사장님이신 주인공의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그렇다. 물론 남편을 견디지 못해 자식까지 버린 어른도,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식에게서 대리만족하려는 어른도, 술에 쩔어 비틀거리는 어른들도 이 책속에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도 한때는 열일곱을 지냈던 그런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덕배선생님의 말씀처럼 인간이니 실수도 하고 인간이니 용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여전히 뭐가 되고 싶은지는 모른다. 대학에 왜 가고 싶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를 알 것 같다. 그것은 '내 친구를 지키는 것'이다. ---p230

 

이렇듯 불명확하지만 지금 자신이 원하는게 무언지만큼은 확실히 아는 열일곱일 수 있다면 참 다행이다. 날개를 숨긴 매미처럼 가장 빛나는 열일곱이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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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외계인 미래의 고전 28
임근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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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편의 각각의 단편들이 어쩜 하나같이 절로 고개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들인지 꼭 어느 신문의 사회면을 보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한다. 우리는 가끔 길을 가다보면 한번쯤 눈길이 가는 사람이나 상황들을 맞딱드릴때가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일들이 내일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심하게 지나치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부터는 여럿이 함께 있는데도 혼자있는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이 세상은 점 점 자기 혼자만의 세상이 되어 가는거 같아 이 또한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만 우리 사회와 이웃과 친구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어쩌면 왕따라고 생각했던 그 친구가 의외로 나와 절친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며 마트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할머니를 좀 더 따뜻하게 보살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누군가로부터 잘못된 문자를 받았을때 바로 답장을했더라면 한생명을 살릴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며 친구에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그 친구가 외계인이 되지 않게 할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사소한것 같은 조그마한 관심이 어쩌면 부메랑처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내게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일곱편의 이야기중 가장 가슴 찡하게 했던 이야기는 아빠 엄마 없이 할머니 홀로 손녀를 키우며 멀리 하늘나라에 있는 손녀의 부모에게 대화하듯 쓰는 할머니의 [마음으로 쓰는 편지]와 미처 자신이 보낸 문자를 받지 못해 죽음으로 치닫게 된 친구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잘못 보내온 한통의 문자를 전해주기 위해 약속장소로 달려가는 [달리고 달리고]라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우리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지하며 특히나 [달리고 달리고]는 주인공이 얼른 그 문자를 전해주고자 하지만 갖가지 힘겨운 관문을 넘고 또 넘어야 해서 그 상황의 긴박함을 더욱 고조 시키고 있다.

 

[마음으로 쓰는 편지]의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설마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는 부분에서는 할머니만큼 마음이 무거워진다. 혼자 근근히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무엇이건 다 괜찮다는 손녀가 대견해서 그냥 전적으로 믿었던 할머니에게 손녀의 모든 거짓말이 얼마나 커다란 무게로 가슴과 어깨를 짓눌렀을까? 어쩌다 불행의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에 가고 없는 손녀의 부모지만 그들에게 변명아닌 변명을 하며 모든것이 자신의 잘못인양 고백하는 할머니의 편지는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읽는 재미를 주기도 하며 찐한 감동을 준다.

 

[달리고 달리고]는잘못 온 문자 한통이 잘못온거라는 사실을 전해주고자 약속장소로 가기까지 주인공의 다급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들로 인해 한편의 스릴러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자신이 잘못 보낸 한통의 문자에 짤막한 답장 하나만이라도 보내줬더라면 죽지 않았을 친구와의 지나간 추억들을 문득 문득 떠올리는 모습에서 친구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며 세상은 바로 그런 조그마한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나부터, 혹시 잘못 온 문자더라도 못믿는척 '잘못보내셨습니다'라고 답장을 해야겠다.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먼저 '길을 잃으셨어요?'하고 물어야겠다. 친구들이 따돌리거나 말거나 내가 좋다면 그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할줄도 알아야겠다. 따뜻한 세상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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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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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가 처음으로 어른이 화자가 되어 썼다는 신기루를 읽다보니

지금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 거기 담겨 있더라구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까 싶어 전전 긍긍하고

공부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신의 삶은 뒷전인,,,

조금씩 다른 모습이지만 엄마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아줌마 부대가 등장한답니다.

 

1부는 열다섯살 딸아이 다인이가 화자가 되어 사춘기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엉겁결에 엄마 친구들과 가게된 몽골여행을 통해 이성에 대한 감성과

어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아들을 편애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와의 갈등과

지금 연예인에 열광하는 십대의 모습도 담아내고 있어요.

엄마는 모르지만 다인인 꽤 인기있는 펜픽을 쓰고 있는 문학소녀에요!

 

2부는 그 딸의 마흔다섯살 엄마가 화자가 되어 친구들을 바라보는 입장과

자신이 꽁꽁 숨겨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내며 자신의 딸을 돌아보고

자유분방한 춘희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과의 응어리들을

고비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별과 모래와 신기루를 통해 알게 모르게 풀어내기도 한답니다.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똑똑한 아들을 통해 이루려 신기루 같은 희망을 가진 엄마가

몽골여행으로 포기하고 만 꿈을 다시 꾸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에 바뜨르라는 젊은 가이드가 등장하면서 아줌마들뿐 아니라

다인이까지 가슴설레어 하며 술렁술렁하는 장면을 보며

다인이야 사춘기 소녀인데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았으니 그렇다쳐도

마흔 넘은 아줌마들까지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며 주책이라 생각하면서도

나이들어서도 그럴수 있다는 사실이 웃음짓게 하더라구요!

그리고 구수한 아줌마들의 사투리는 이 소설의 무게감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게 속임수 같아서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진짜 호수를 만나고 길도 찾고 나니까

만약에 그때까지 신기루를 한번도 못봤으면 어떻게 불안하고 무서운걸

참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p202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고 없는데 있는것 같은 모든이의 꿈을 담은 신기루!

이 소설속 신기루에 대한 변화되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습니다.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지만

그를 통해 또다른 꿈을 꾸고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것과 같은 신기루는

엄마에게는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줄거 같은 아들에 대한 엄마의 희망이면서

엄마를 사랑하는 다인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희망입니다.

 

친구들과 그렇게 몽골로 여행을 간다는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딸과의 여행을 통해 분명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

참 좋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갈때와 돌아 올때의 두 모녀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두사람의 마음속에는 몽골의 바람과 별과 길을 잃기도 했던 갖가지 추억들과

어느새 몽골의 신기루같은 또 다른 희망을 가득담고 돌아오고 있답니다.

또한 내게 딸아이와 몽골 고비사막으로의 여행을 희망하게 합니다.

 

"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초원이 있어요,

그곳에 양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이 비치는 거에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p75

 

참, 몽골 고비사막에 가게되면 서투른 한국말로 들려준 가이드의

별에 대한 일화가 떠오를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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