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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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작고 귀여운 표지의 이 책을 봤을 때, 도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사랑스러운 레게 머리 소녀의 그림자에 리틀비라고 우아하게 쓰여있는 그림은 왠지 달콤한 내용들로 가득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책 소개를 보면 영화화가 이미 결정된 책으로 배우까지 캐스팅되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굉장히 뛰어난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이 책에 대한 첫 인상이 그리 험악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차분하게 시작되는 이 책의 내용이 가면 갈수록 절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말 또한 반전의 연속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흡입력이 상당히 강한 소설책이다. 뭔가 일이 정리된 것 같으면서도 또 새로운 사건이 불쑥 튀어나오는 스토리 라인은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든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이와같은 작가의 절묘한 구성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나이지리아 난민 소녀인 '리틀비'와 전형적인 영국의 커리어우먼인 '새라'의 시선이 번갈아 가면서 서술된다.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두 여자의 생각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비추어질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생활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이와는 다른 깨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많이 받지 않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나이지리아에서 끔찍한 사건을 겪은 앤드루는 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의 부류에 속한다.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잔인함을 막을 용기는 없다. 이에 반해서 새라는 의외로 용감한 사람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강하다. 다른 사람은 선뜻 나서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것 또한 무척이나 안타깝다. 리틀비는 어리지만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굉장히 빨리 적응하는 똑똑한 소녀이다. 이질적인 문화에 살고 있었으면서도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나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숙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서로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그런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려는 모습이 바로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힘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자 뭔가 커다란 것이 마음 속에서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모든 상황은 이렇게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는데 조금은 우울한 결말로 이끈 작가가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싶었던 것이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의 잔인함을 너무나도 많이 봐온 나로서는 소설에서나마 해피엔딩이었다면 조금은 환상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가 거슬림없이 매끄럽게 진행되어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소설이 나왔다. 평소에 개발도상국의 난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꼭 챙겨볼만한 책이다. 그 외에도 지금 나와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한 사람 또한 보길 권한다. 상당히 잘 쓰여진 소설이라 글을 읽는 내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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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전철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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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이면 유난히 옆구리가 시리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더위를 피하느라 사실 옆에 사람이 없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는데, 겨울에는 왜 이리도 친구가 간절하게 필요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날씨가 춥다보면 하나보다는 둘이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자기 계발서 보다도 부드럽고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마구마구 읽고 싶어지는 것도 그런 영향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본 소설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사랑이야기가 담뿍 담겨있는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모든 이야기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각 장의 주인공들이 다음 장에서는 보조인물로 등장하는 등 서로 얽히고 얽힌 관계들이 모여서 하나의 멋진 책을 완성했다. 서로에게 무심한듯 하면서도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연결되어 있는 고리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 무대는 전철이다. 일본도 수많은 전철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수도권에는 전철로 출퇴근을 하거나 장소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서 전철이라는 장소는 상당히 친숙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사실 낯선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스쳐지나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이 대부분인데, 그런 와중에서도 전철에서 어떤 인연들이 만들어지고 헤어짐을 반복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편리한 전철이 모르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주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 싶다. 나도 지하철 역에서 재미있는 인연을 만든 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워낙 짧은 만남이라 그리 여운은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특이한 인연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얼굴도 희미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사람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주 가끔은 궁금해진다.

 

일본의 전철은 이 책의 각주에 나와있듯이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전철은 한큐전철이라는데, 인테리어가 예뻐서 철도 매니아들로부터도 사랑받는 노선이라고 하니, 일본에 가면 꼭 한번 타보고 싶은 노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본의 분위기 및 문화가 많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번역자가 친절하게도 해당 내용에 대해 각주를 달아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바탕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 책을 완벽하게 읽었다고 볼 수 없기에 이러한 각주가 더더욱 반가워진다.

 

이 책에는 상행선과 하행선을 오가면서 주인공들이 2번씩 등장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지하철에서 풋풋한 인연을 만든 마사시와 유키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사실은 굉장히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소설일 따름인데 말이다. 그냥 소설을 읽으면서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남녀가 도서관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다가 결국 전철에서 인연을 맺게된다는 달콤한 러브스토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막연한 환상에 젖게 한다. 물론 이 책에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안타깝고 훈훈한 사랑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다. 쌀쌀한 요즘, 따뜻한 커피와 함께 마음도 따뜻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아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읽는 이의 마음도 부드러운 솜사탕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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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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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얼굴에는 주름이 가고, 그동안 살아온 세월과 경험의 무게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20대에는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누구나 아름답지만, 40대에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얼굴을 가지게 된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분명히 영원히 아름다움을 가지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일 것이다. 그래서 화장품 회사들은 끊임없이 안티 에이징 제품을 고민하면서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고가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여성들도 존재한다. 단지 여성 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젊음에 대한 집착은 적지 않은 듯 싶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인 도리언 그레이가 살던 시절의 남자들은 스스로의 아름다움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음이 분명하다.

 

책 표지를 보면 굉장히 소년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런 남성의 힘이 느껴지는 한 남자의 초상이 있다. 아마도 이 사람이 도리언 그레이가 아닐까 싶은데, 오래도록 젊음이 유지된다면 감탄이 나올만한 얼굴이다. 이러한 젊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렸다. 사실은 모든 사람이 젊음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고 해서 도리언만큼 타락할 수 있을까 싶은데, 아마도 소설이기 때문에 극적인 장면의 연출을 위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작가가 몰아간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만 해도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쾌락과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심오한 사색이 꽤 돋보이는 글이라 이 정도의 왜곡은 감안할만 하다.

 

이 소설은 참으로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여자들은 그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소도구에 불과하고,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자들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 책의 저자인 오스카 와일드가 실제로 동성애자였다는 말이 있는데, 등장인물의 비중은 아마도 그의 그러한 성향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도리언 그레이도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도리언 그레이를 타락으로 이끈 장본인인 헨리 워튼이라는 인물에게 더욱 관심이 간다. 자신은 아무런 생각없이 툭툭 내던지는 말이라도 상대방은 상당히 신중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말 한마디가 어떤 일을 하는데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소설 속에서는 도리언 그레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만 나오는데 도리언 말고 다른 청년들에게도 상당히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였을 것 같다. 사실 나쁜 남자에게는 상당히 정을 주기 힘든 성격이라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단편소설 '행복한 왕자'의 결말도 의외이면서 단순했듯이, 이 소설의 결말도 은근히 깔끔하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도록 깔끔하게 끝내버리는 작가의 상상력에 그저 감탄이 나올 따름이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삶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구절이 많이 나오는 만큼, 그리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신선한 소재가 그립다면 그저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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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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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책 리뷰를 쓰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일단 책 사이즈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들고다니면서 보기에 편하고, 디자인도 깔끔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래서 틈틈이 기회가 될 때마다 무난하게 고르는 책으로 한 두 권씩 사모으는데, 지금까지 출판된 문학 전집 권수에 비하면 택도 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절판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조금씩 구입해서 보고 있다.

 

이번에 읽게된 책은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희곡이다. 평소에 소설류를 즐겨읽던 터라, 처음에 희곡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실제 연극 무대를 상상하면서 보면 더욱더 재미있기는 하지만, 소설보다는 묘사가 떨어지고 유추를 해서 읽어야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그냥 술술 읽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이런 대사가 나오게 되었는지 주인공의 심리적인 묘사는 상상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전체적으로 극 진행이 되는지라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내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의 직업은 한 때 잘 나갔던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을 맞게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게 되자, 세일즈맨도 그 운명을 다하게 된다. 물건을 파는대로 돈을 벌어들이던 시절은 이제 물건너 간 것이다. 주인공은 나름대로 처음에는 재기를 위해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보지만, 개인적으로나 그의 아들들이 하는 행동 모두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시도하려고 하면 실패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사실 개인적인 내부의 갈등이 하루 사이에 급속하게 진행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해 일하다가 이제는 필요없게 되었다고 못 쓴 물건 버리듯이 간단하게 사람을 내보내버리는 현대 사회의 세태는 비단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대략 10여년전 우리나라에도 IMF가 몰아치면서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났다. 그 후로 실력주의를 내세우면서 수많은 고위 관리자들이 회사에서 나이가 먹었다는 이유로 퇴직하게 되는 일이 이제는 일상다반사이다. 과연 이런 상황이 정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희곡이기 때문에 사실 연극으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연극을 보면 조금 어리둥절 할 수도 있으니, 이 책을 한 번 읽고 가서 연극 작품을 감상한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 이다. 또한 연극을 이미 본 독자라도 이 책을 보면서 이 장면은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면서 연극의 감동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듯 싶다. 퍽퍽한 인심의 사회를 정확하게 묘사해낸 이 작품을 보면서 조금 쓸쓸해지는 것은 이 시대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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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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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베트남 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소수,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실려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진실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순수해서 사실 독자들에게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보트'라는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아 난민의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단편에 실려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단편들도 아마 정처없이 바다를 떠도는 난민과도 같은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왠지 모를 일맥상통이 느껴진다.

 

사실 나는 우울한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은 빡빡한 일상 생활을 탈출하기 위한다는 목적 아래 독서를 즐겨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색다른 소설을 즐겨 읽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짧은 단편이지만 과연 주인공의 결말은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을 주인공들은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계속 읽게 된다.

 

혹자는 인생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찾으면서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여행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 그저 흘러가는대로 있는다면 보다 폭넓은 경험의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현재 나의 모습과 비교해볼 수도 있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각 단편들의 결말은 사실 왠지 허무하면서도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극적인 내용들은 없지만 무미건조함 속에서도 일관적인 우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나도 충분히 사회적인 약자로서 주인공들의 기분에 공감가는 내용이 참으로 많았다. 왠지 무기력하다는 느낌이 들 때, 작지만 큰 힘을 가진 이 단편집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 읽고나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생명력이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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